• 여성청년 1인 가구,
    범죄 피해 가능성 더 높아
    불안한 주거 현실이 원인 중 하나···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 등도 필요
        2020년 02월 10일 08: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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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림동 사건’을 계기로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여성청년 1인 가구의 강간 등 주거침입 범죄 피해를 예방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통한 안전한 주거권 확보와 20년 간 미뤄온 ‘스토킹 처벌법’ 제정 등이 그 대책으로 꼽힌다.

    정의당 여성본부·여성안전특별위원회, 이정미·여영국 정의당 의원 공동주최로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혼자 사는 여성은 왜 신고가 아닌 이사를 선택할까?’를 주제로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박스안은 소위 신림동 사건 관련 방송화면 캡쳐

    1인 가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18년 29.2%로 13.7%p 증가했다. 일반 가구가 2000년 1,431만 가구에서 1,967만 가구로 37.5% 증가하는 동안,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8년 579만 가구로 160.2% 증가했다.

    특히 남성보다 비율이 높은 여성 1인 가구 다수는 청년과 고령층이고, 여성 1인 가구 중 22%가 거주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20~30대의 여성 1인 가구 수가 가장 많았다. 서울 지역의 여성 1인 가구 수 비율은 52.66%, 남성은 47.33%다.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율은 일반가구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청년여성에게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강지현 울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율(5.4%)은 가구 유형별 전체 피해율(3.7%)에 비해 높았는데, 그 중에서도 청년(33세 이하) 1인 가구 피해율은 월등히 높았다. 특히 여성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2.276배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고용·임금격차 해결 안 되면 여성의 안전한 주거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처럼 여성 1인 가구를 상대로 한 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안전하지 못한 주거 문제가 꼽혔다.

    윤지연 워커스 기자는 “주택에서 발생한 살인, 강간, 추행 등의 범죄는 2015년 688건에서 2018년 1,048건으로 52.32% 증가했다”며 “강력범죄 피해자 중 87%는 여성이며, 이 중 91.7%는 강간,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들 피해여성 중 55.6%는 청년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범죄에 대한 수사당국의 안일한 대응이나 법적 미비함도 있지만, 낮은 임금으로 인해 안전한 주택에서 거주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제외한 고시원, 판잣집, 숙박업소 등에서 혼자 거주하는 이들 중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았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20~30대 여성에서 그 비율(17.25%)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여성 1인 가구 중 오피스텔을 제외한 비율은 27.85%(3만1,413가구)”라며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 하는 서울시 1인 가구의 성별 비율은 남성이 64.65%, 여성이 35.34%”라고 지적했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는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고시원, 고시텔 등을 의미한다. 특히 이 같은 주거환경에 놓인 여성들 대부분 월 200만 미만의 저소득층이었다.

    고시원 및 고시텔이 41.01%, 숙박업소의 객실이 8.23%, 판잣집 및 비닐하우스가 1.78%, 기타가 48.96%이었는데, 이들 중 51.3%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 원 미만이었다.

    윤 기자는 “성별에 따라 소득 격차도 나타나는데,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남성의 월평균 소득은 227.3만원 인 반면, 여성은 171.7만원으로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55.6만원 낮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인 남성의 비율이 47.2%인 반면, 여성 비율은 62.9%이었다.

    주거 문제가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된 만큼, 성별임금 및 고용격차 해소와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주택 확보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기자는 “현재의 성별 고용 및 임금 격차는 여성의 주거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가중시켜, 주거 불평등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취업 기회가 적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근본적인 성별 고용 및 임금 격차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여성들의 주거권 역시 보장되지 않는다”며 “만약 안전한 주거환경을 선택한다 해도 이는 여성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주거 불평등의 문제는 악순환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1인 가구 안전을 위한 법제도 및 정책 개선을 비롯해, 성별 임금 및 고용 격차 해소,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공공 주택 확보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토킹처벌법, 1인 가구 여성 범죄 피해 예방하는 강력한 효과”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여영국 의원은 “주거침입 범죄의 다수가 스토킹에서 시작됨에도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5만원 미만 과료형 정도의 처벌만 받을 뿐”이라며 “제대로 된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20년 가까이 외치고 있는 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잠시 논의되는 과정 뿐 실질적 입법 절차는 미뤄지면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의원도 “여성 정책에 대한 수요조사에서 가장 앞 순위를 차지한 것은 사실 안전이었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니며, 안전은 여성의 현실 그 자체에서 출발한 요구가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이슈된 사건이 아닌 경우 가해자들이 형량은 낮고 처벌을 피할 구멍은 많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호소다. 결국 주거를 보호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범죄를 막기 위해 주거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만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범 시스템을 일부 손보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스토킹처벌법은 1인 가구 여성의 불안을 해소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스토킹은 공・사 영역을 아우르는 생활영역에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범죄”라며 “따라서 보호범주를 ‘생활영역 전반’으로 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이 법의 목적을 “특정인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생활 영역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접근해 괴롭히는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피해자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함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송 사무처장은 이 밖에 스토킹범죄 처벌법에 담겨야 할 내용으로 ▲스토킹에 대한 포괄적 정의 ▲피해자 범위 확대 ▲경찰의 초기 대응 강화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절차 강화 ▲반의사불벌 조항 불포함 ▲스토킹범죄의 국가 책무성 및 예상상 조치 명문화 등을 언급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