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에는 현금 주고 노동에는 어음 주고?
        2006년 08월 30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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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딜(New Deal) 정책과 관련,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외부 경제전문가를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거부 입장을 밝히고, 앞서 민주노총과의 회담도 연기된 상황에서 추동력을 얻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은 뉴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김 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중심의 뉴딜 방식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30일 열린정책연구원이 마련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사회대타협’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집권세력의 당 대표로서 ‘이것 말고는 길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발했다”며 “사회대타협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근태 의장은 “성장을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복지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라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선진국 진입을 이루고 해체되고 있는 중산층도 복원해야 한다”며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사회대타협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우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욕심내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장은 “경제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를 설득하고 조정해서 늦어도 연내에 사회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해 시한을 정하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다.

    발제자로 나선 국민대 정승일 교수는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강소국의 모델을 수용해 전경련이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를 파격적으로 들어주는 한편, 조세를 통한 적극적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복지를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이고 뉴딜이 궁극적으로 지향해나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전경련이 요구하는 방어장치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재벌 관련 규정을 전부 없애자는 것은 심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공정거래위가 아닌 금융감독위에서 재벌을 특별관리할 수 있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후 토론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타협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경우는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근태 의장이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언급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노사정위 틀 내에서는 더 이상 진전 가능성이 없다”면서 “적극적 소득 재분배, 노동시장 정책은 노사 양측이 합의를 못 하더라도 정치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 교수는 “전경련, 노조, 시민단체는 총괄할 시간도, 지도력도 없다”며 “최장집 교수가 말한 ‘정당이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할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에 (규제완화) 법이라는 현금성 선물을 주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어음을 받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3자가 보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유럽의 경우, 말 안 듣는 대기업을 사용자 단체가 배제해 실천을 담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도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약의 가능성이 분명히 남아 있지만 대기업 집단의 리더십에 의해 견인된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딜의 방안으로 대기업집단만이 해결사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면서 정부나 국가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개입될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이 연구위원은 투자활성화와 관련, 연기금의 투자 수익성 못지않게 공익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기금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외국 주주와 연기금의 수익률을 위해 하청 단가를 깎고 비정규직을 확대해왔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낸 돈도 있을 텐데 자기가 낸 돈으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활성화와 관련, 최근 장하성 펀드와 같은 제3의 자본운동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열린정책연구원 이인영 부원장은 정부, 기업, 노동 등 주체들이 사회대타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에 처했다며 사회대타협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 부원장은 “여당도 선택의 고민이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장 논리를, 노동의 입장에서는 그간 노동운동을 전략적으로 수정할 타이밍에 온 것이 아니냐”며 “각기 전략적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사회대타협 논의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부원장은 이날 참여연대의 사회대타협 참여 거부에 대해서도 “전술이 미흡하다고 전략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무력화시키는 쪽으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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