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한겨레, 럼즈펠드 발언 180도 다른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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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30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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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을 놓고 30일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럼즈펠드 장관이 27일(현지시각) "솔직히 북한이 한국에 대해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이 논란의 근원지다.

    조선일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A4면 <미 ‘북 군사위협’ 갑자기 하향…왜?> 기사에서 "미국측은 그 동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평가절하하지 않았었다"며 불과 5개월만에 미국의 평가가 달라진 이유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주한미군을 2008년까지 2만5000명으로 감축키로 한 미국이 추가 철군을 시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에 <"수도권지역 최대위협 북 장사정포 부대 한미 연합해도 개전 5일간 70%만 제거"> 기사를 함께 실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위기감을 키웠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사설에서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사설 <한국군 추어올리며 미군 빼겠다는 미 국방장관>에서 "한국군의 능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한 것은 한국군에 한국 방어 책임을 더 지우기 위한 것"이라는 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학 교수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 정권 지지세력들이 럼즈펠드 장관 말이 나오자 ‘봐라, 미국도 북한 군 위협이 대수롭지 않다고 하지 않느냐’며 반겼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또 버웰 벨 주 미 사령관이 미 상원에서 "’북한군은 한국에 대한 중대하고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던 것이 지난 3월"이라며 이 발언을 뒤집은 것은 "미국 정부는 이제 세계차원의 미군 운용전략을 짜는 데에 있어 한국과의 동맹의무에는 크게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게 옳은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전시 작통권이 환수되면 나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조선, 작통권 놓고 한나라당 꾸짖어

    조선일보는 또 전시 작통권과 관련해 한나라당을 크게 꾸짖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이 29일 정부에 전시 작통권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당 소속 의원들의 결의안을 발표하겠다며 가질 예정이었던 결의대회가 내부 이견과 의원수 부족으로 무산된 것과 관련, 1면 박스 <이런 야당>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에서도 "한나라당, 의견 엇갈리고 숫자 모자라 전작권 결의대회 못해. 웰~비~잉~당의 진면목?"이라고 비꼬았고, 심지어 사설에서도 나이 아흔을 바라보는 장군 원로까지 삼복 더위에 낡은 군복을 꺼내 입고 거리로 나서는데 한나라당은 갈팡질팡하는 추태를 벌이고 있다며 ‘제1야당 간판이 부끄럽다’고 몰아세웠다.

    한겨레, "미국은 냉정한데 왜 우리는…"

    반대로 한겨레는 럼즈펠드 장관의 말에 대해 "미국이 작통권 조기 이양에 적극적인 데는, 주한미군을 붙박이가 아닌 기동군으로 바꿔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과 함께 북한의 잠재 위협 감소에 대한 현실적 평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한국국방연구원도 지적했듯이,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한국군이 북한보다 열세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한발 더 나아가 전시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에게도 ‘안보장사’를 하지말 것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한 의원은 ‘정부내 친북세력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작통권 환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버젓이 방송해서 했다"며 "수구정당이 ‘안보장사’로 국민을 현혹하던 냉전시대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또 "미국은 냉정한 판단에 따라 작통권을 넘겨주려 하는데,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세력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미국에 매달릴 것을 요구한다"며 "나라의 꼴은 어떻게 되든 정파적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26면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전시 작통권> 칼럼(권용립 교수)을 통해서도 "지구반대편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원격전이 보편화하면 ‘누가 지휘하는가’를 결정하는 작전통제권보다 ‘어떻게 지휘하는가’를 결정할 군사 기술력이 중요해진다"며 "그러나 현실을 앞세운 안보론과 명분을 앞세운 자주론이 맞붙은 근래의 전시 작통권 환수 논쟁은 철저히 ‘근대전의 추억’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시작전권 환수 염두 을지훈련 실시 중

    작통권 환수 논쟁과는 별도로 우리 정부와 미국은 이미 전시 작통권 환수를 염두에 둔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들은 익명의 정부 당국자의 말을 빌려 올해부터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할 때 전시 작통권을 환수받아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훈련은 실제 병력과 전투장비를 투입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전쟁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는 한미 양국 군대의 지휘소 연습으로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진행된다.

    미국은 북한대상 미사일방어 첫 실험

    한국의 전시 작통권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미국이 31일(현지시간) 가상의 북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린 뒤 이를 요격하는 실험을 한다고 발표했다고 신문들이 일제히 전했다.

    알래스카의 코디액섬에서 북한의 ‘대포동 2호’와 크기, 속도가 비슷한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요격 발사체를 쏘아올려 목표물 추적과 요격에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을 겨냥히 미사일방어(MD) 실험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에 ‘수퍼 파워’의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북한이 미국의 최대국경일인 독립기념일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매우 불쾌해 했고, 이것이 이번 실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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