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진영, '럼스펠드 발언' 총궐기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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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29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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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서신 때문에 한반도를 들썩거리게 만들더니, 몇 마디 발언으로 다시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 국방장관이라는 위치. 참 대단하다.

    알래스카 미군기지인 포트 그릴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북한을 한국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한국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럼스펠드 장관은 북한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이 미군 조종사의 4분의 1 수준인 50시간 미만이라는 점과 한국의 군사력이 개선된 점 등 을 언급하며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경제붕괴에 따라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럼스펠드 발언이 지니는 의미 두 가지

       
      ▲ 8월28일 KBS <뉴스9>  
     

    오히려 그는 "가까운 장래에 북한의 진정한 위협은 한국에 대한 위협보다는 탄도미사일과 다른 위험스러운 기술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따른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침공위협을 거론하며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국내 보수진영의 입장과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수진영.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총궐기’라도 해야 할 판인데 아직 조용하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2009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낮게 평가한 발언이 지니는 의미다. 이 말은 적어도 전지작전통제권 문제가 미국 입장에선 한미동맹 약화 따위의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철저한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에 따른 주한미군 기동성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KBS만 ‘주목한’ 럼스펠드 발언

    28일 방송3사 가운데 럼스펠드 발언을 주목한 곳은 KBS. KBS는 이날 <"한국에 위협 안돼">라는 리포트에서 "북한이 한국의 군사적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럼즈펠드 장관의 주장은 오는 2009년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미 국방부의 입장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와 SBS는 이날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작전권 환수와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방송사들의 ‘색깔 차이’

       
      ▲ 8월28일 KBS <뉴스9>  
     

    이날(28일) 방송3사는 작전권 환수 문제와 방위비 분담을 주요 뉴스로 다뤘는데 색깔과 방점이 저마다 달랐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중심과 농도가 점차 확연히 구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KBS는 이날 ‘심층취재-방위비 분담은?’에서 작전권 환수와 방위비 분담을 두고 일고 있는 논란을 다뤘다.

    KBS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은 주한 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어떤 비율로 나눠서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라면서 "우리측 분담액은 지난 91년 1073억 원을 시작으로 환율이나 그때 그때 협상 결과에 따라 들쭉날쭉해와 지난해와 올해는 연 6804억 원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40%선이라며 이를 내년. 후년에는 최소한 50% 선으로 올려야한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제공하는 토지 등 간접 비용을 감안하면 40%가 넘는다며 이 또한 후년까지 주한 미군이 1만2500명 감축되는 만큼 분담액도 더 줄여야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KBS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서신에서 밝힌 내용은 바로 이 같은 미측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라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KBS의 이날 리포트는 우리 정부와 미군, 그리고 전시작전권 환수시기론자들과 정부의 입장을 각각 반영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MBC "럼스펠드 서신, 미군 재배치·공군 사격장에 대해 길게 언급"

       
      ▲ 8월28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 ‘작통권과 방위비’에서 럼스펠드 장관의 서신 내용을 ‘분석’하는데 좀더 비중을 뒀다.

    MBC는 "(럼스펠드 장관의) 편지를 확인해 본 결과 작통권이나 방위비 분담보다는 다른 국방문제가 더 중요하게 언급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공정한 방위비 분담 얘기는 원칙을 말한 것으로 앞으로 길고도 힘든 협상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BC는 "럼스펠드 미국 국방관이 편지를 쓴 배경은 이달 초 우리 장관이 지난달 열린 회의를 평가한 편지를 보내자 중순에 답신을 보낸 것"이라면서 "문제의 편지에서 럼스펠드는 미군 재배치와 공군 사격장에 대해 길게 언급했다고 이를 열람한 관계자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2009년 작전통제권 이양은 회의 내용을 언급한 수준이었고 방위비 분담은 마무리에 짧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MBC는 "이번 편지파동에서 당국자들의 우려는 별도의 이슈인 작전권통제 환수와 방위비 분담이 비슷한 이슈로 인식됐다는 점"이라면서 "작전통제권도 결국에는 돈으로 귀결되고 방위비에는 현금이 오고 가는 점에는 똑같지만 돈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합리적이고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BS, "경제적인 부담 더 커질 수 있다"

       
      ▲ 8월28일 SBS <8뉴스>  
     

    반면 SBS는 이날 <8뉴스>에서 럼스펠드 장관의 편지 파문으로 우리의 경제적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쪽에 비중을 뒀다.

    SBS는 ‘2009년 작통권 안보불안·경제부담 논란’에서 "우리 군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수행하려면 감시정찰, 지휘통제, 정밀타격 세 가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정부는 감시정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2009년까지 다목적 위성을 갖추고, 2012년까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넉 대를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위성을 이용한 군 지휘통신체계도 2011년까지 마무리짓고, 2012년까지 이지스함 3척, 최신형 F-15K급 전투기 60대를 도입해 정밀타격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라면서 "2012년이면 작전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SBS는 "문제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요구한 대로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가 2009년으로 앞당겨질 경우"라면서 "핵심무기 도입시기는 2012년 1월이고, 전력화되는 것은 더 늦다. 미국이 제시한 2009년 경이면 더 우려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SBS는 "더구나 도입 일정을 앞당기려면 예산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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