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륭한 군인으로 복무하고 싶어"
    육군, 성전환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인권위 긴급구제 결정 무시···"헌법의 평등권 침해"
        2020년 01월 23일 11:0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후 여군으로 군 복무를 하고 싶다고 밝힌 변희수 하사는 이렇게 말했다. 육군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결정에도 변 하사에 대해 ‘강제 전역’ 처분을 결정했다. 군은 성전환 수술을 한 변 하사를 군인사법에 따른 심신장애로 현역 복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부사관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군인으로 근무해온 변 하사는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육군본부로부터 ‘해고’를 당한 셈이다.

    변 하사는 부대의 허가를 받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여군으로 복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법적으론 남성이지만 생물학적 여성인 그는 의무조사에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변 하사는 관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했고, 인권위도 전역심사위를 진정사건 조사기한(3개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성전환 수술행위를 신체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은 성별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 개연성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인권위는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전역으로 결정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고도 봤다.

    그러나 군은 전날인 22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강행해 “군인사법 등 관계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성전환 수술은)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은 성별 정정 신청 등과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변 하사와 군인권센터는 전역 처분에 대해 인사소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3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며 변호인단에 합류하겠다는 여러 전화를 받았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우리 법원은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는 3개월 동안 전역심사를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긴급구제 결정을 했음에도 강행했다는 것 자체가 위법성의 여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궁극적으로는 행정법원의 문을 두드려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수술을 가지고 심신장애 등급이 나왔으니 전역을 시킨 것이기 때문에 (전역 결정에 대한) 재량권이 육군본부에 있었다. ‘고환이 없고 성기가 없음에도 탱크를 모는 데 지장이 없다’며 전역 처분은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할 수도 있었다”며 “심신장애로 인해 군 생활을 못한다는 판단을 의학적 판단으로 좁혀질 수도 있는 지점이고, 많은 의사들은 현역으로 복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예는 보훈처장을 지낸 피우진 중령이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한 후 헬기 조정에 어려움이 있어서 두 유방을 다 제거했다. 이때 암은 제거됐음에도 전역심사위원회가 전역을 결정한 이유도 심신장애였다. 우리 법원은 전역심사위원회가 잘못 판단했고 피우진 당시 중령이 복무를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변 하사는 군 전역 결정이 나온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했다. 그는 “저를 포함하여 군이 트랜스젠더의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저에게 그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어린 시절부터 군인을 꿈꿔왔던 그는 꿈을 이룬 것에 대한 뿌듯함과 함께 성 정체성 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변 하사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과 성정체성의 불일치로 인한 불쾌감)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를 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속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소속부대에서도 제 얘기를 듣고 현역부적합심의를 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며 “소속 대대에선 저의 발전된 모습을 감안해 부대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 허가를 승인해 줬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했고, 상급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라며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 적소에 저를 배치하신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