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중원 열사 죽음 계기
    경마기수 노조 설립 나서
    "더 이상의 죽음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동조합 할 수 밖에 없어"
        2020년 01월 20일 07: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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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문중원 기수가 소속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기수들이 20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동료 기수들이 목숨을 바쳐 마사회의 부정과 비리, 갑질과 횡포를 고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공운수노조는 20일 오전 부산시청 정문 앞에서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조합 설립신고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자들은 당당하게 노동자의 대열에, 민주노조로 합류함을 선언한다”며 “‘열사정신 계승’하는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조합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의 출발점은 7명의 노동자들의 의로운 죽음과 저항에 있다”며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동조합을 할 수 밖에 없다. 죽지 않고 살아서 노조로 뭉쳐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경남 경마기수 31명 중 3명을 제외한 28명이 모두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에 참여하지 않은 3명의 기수는 장기간 병가를 낸 상태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경마기수들은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던진 데엔 선진경마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 하의 부당한 횡포와 갑질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이 노조 설립에 나선 것 또한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경마 기수들은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문중원 기수 사망 이후 마사회 등이 ‘마사회 직원이 아니다’라는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마사회 이전에, 직접적인 기승계약을 맺는 조교사협회의 사용자성과 기수의 노동자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대법원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 판단 기준과 판례에 따른 노동자성 인정 기준은 ▲사업자가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필수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제공자와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전속적인지 여부다.

    계약조교료, 실적조교료, 경마기승료와 상금으로 구성되는 기수의 임금은 대부분 기승계약을 맺은 조교사에게 받는다. 기수의 소득이특정 조교사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휘·감독관계도 분명하다. 조교사는 기수에게 기승 작전을 지시하고, 기수는 조교사의 지시와 지도에 따라야 한다. 경주 기승 시에도 기수는 조교사의 기승작전 지시에 순응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경주 기승 및 조교보조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수는 조교사가 별도로 정한 근무시간도 지켜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 검토의견서에서 6개의 노동자성 인정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고 설명하며 “대법원이 제시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판단표지 6개를 봤을 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기수의 노동실태에 적용해 볼 때 해당 기수들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최근엔 형식적인 고용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특고노동자를 노동자라고 판단한 대법원의 판단도 연달아 나온 바 있다. 2018년 학습지노조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라고 판단한 것이나, 같은 해 방송연기자노조 소속 조합원인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그렇다. 특히 방송연기자노조의 경우 소득의존성 등 노동자성 인정 기준이 어긋났지만 다른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법률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도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방송연기자노조의 경우 6개의 노동자성 인정기준 중 소득의존성 요소와 전속성 요소가 강하지 않았으나, 다른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경마기수 노조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기본으로 해 기수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돈 보다 생명을, 경쟁 보다는 공정을 추구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고, 민주노조로서 책무를 다할 때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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