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부여 개방할당 폐기
정의당이 19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침 등에 관한 안건을 논의했다. 당내 가장 이견이 컸던 ‘개방할당’은 이날 전국위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다. 개방할당이란 당내 피선거권이 없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로 배정하는 것을 뜻한다.
정의당 전국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21대 총선 등과 관련된 안건을 포함해 총 12건의 안건을 상정해 비공개 논의했다. 세 번째 안건이었던 ‘21대 총선 비례대표후보 선출방침 등 승인의 건’이 최대 쟁점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전국위 모두발언을 통해 가장 뜨거운 주제로 “비례 후보 선출방안”을 꼽았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컸던 개방할당 안건은 원안 대신 수정안이 통과됐다.
원안은 전략경쟁명부 50% 중 장애인 할당(10%), 청년할당(20%)을 제외한 잔여명부 내에서 개방할당을 배정하고, 개방할당TF를 구성해 개방할당의 규모, 순번 등을 정하는 내용이었다. 전략경쟁명부 중 20%에 해당하는 청년할당 역시 개방형으로 당원이 아닌 외부인사에게 피선거권을 부여도록 했다.
장태수 대구시당 위원장이 낸 수정안엔 원안에 포함된 ‘개방할당’이라는 명칭 자체가 삭제됐다. “범진보세력 및 시민사회세력과의 적극적인 정치협상 및 협의를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차기 전국위원회에서 피선거권 부여 등을 결정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중앙당 및 시도당위원장 중 수명으로 전국위원회 산하에 TF를 구성한다”는 것이 전국위를 통과한 수정안의 내용이다.
순위 부여 개방할당 원안 폐기
원안과 수정안의 가장 큰 차이는 당선권인 전략경쟁명부를 통한 비례대표 후보 순번 부여 여부다. 원안은 외부인사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당선권인 전략경쟁명부에 포함해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지만, 수정안은 외부인사가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원할 경우 전국위 산하의 TF가 검토한 후 ‘피선거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수정안은 외부인사가 피선거권을 받아 출마하면 일반경쟁명부(50%)와 공정하게 경쟁해 득표에 따라 순번을 얻어야 한다.
한 전국위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정의당 혼자 해낸 일이 아니고 정치개혁시민행동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한 것인 만큼 성과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함께 한 세력, 개인에게 필요하다면 피선거권을 개방한다는 뜻”이라고 수정안의 내용을 설명했다.
수정안이 전국위를 통과됐지만 개방할당은 사실상 폐기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 TF가 외부인사의 피선거권 부여를 검토하는 수정안의 내용은, 이미 기존 당규에도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외부인사영입에 관한 당규 제60조는 “당의 공직후보자 피선거권 관련한 당헌, 당규의 각 조항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는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외부인사에게 각급 공직후보자 선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심상정 대표가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개방할당은 당 안팎으로 논란이 상당했다. 당원의 손으로 직접 ‘내 후보’를 뽑는 진성당원제의 훼손이자 진보정당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왔던 탓이다.
시도당 위원장들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17개 시도당위원회 위원장 중 10명의 시도당위원장은 지난 16일 낸 공동 성명에서 “사람을 키우는 것에 실패하거나 게으른 정당이 마지막에 택하는 낡은 수단이 인재영입”이라며 “이번 전국위원회에 제출된 정의당의 총선 전략 중 개방할당 전략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총선을 통해 사회변화에 대한 갈망을 정치적 기대로 바꾸는 일은 비전과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정의당의 당원에게 비전과 철학은 선거 전략의 전부”라며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총선 영입전략에 우리의 어떤 비전과 철학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고, 개방할당에 어떤 사회혁신 의지와 방향이 담겨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 하나가 공직후보를 시민들에게 추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 당의 사회개혁 노선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학습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대표는 청년정의당 프로그램을 약속 했고, 청년정치페스티벌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며 “사람을 키우는 것에 실패하거나 게으른 정당이 마지막에 택하는 낡은 수단이 인재영입이다. 국가 운영과 집권의지를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당이 아니라, 개개인의 유명도에 좌우되는 비례정당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위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비례대표 후보 기탁금에 관한 건은 원안이 통과됐다.
비례대표 후보가 당에 납부하는 경선비용을 500만원에선 35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과거에 비해 비례후보 경선비용이 높아진 이유는 개방형경선제 운영과 시민선거인단 모집에 따른 비용 때문”이라며 “비례후보는 당의 총선 전략을 함께 수행하는 역할이므로, 개방형경선제 운영에 따른 비용을 모금하는 책임을 갖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다만 정의당은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지원금은 확대하기로 했다. 전체 지역구 후보에게는 기본 4천만원을 지원하고, 지역구 후보 중 여성 및 장애인 후보에게는 각각 추가 5백만원, 35세 이하 청년 후보에게는 추가 1천만원을 더 지원할 방침이다. 강 대변인은 “정의당의 기본 방침은 지역구 후보자를 먼저 지원하는 것”이라며 “소수정당으로서 현행 선거비용보전제도의 한계 때문에 지역구 후보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쟁명부는 1~24번으로 구성하고 당원과 시민선거인단의 순위투표를 통해 순번이 결정된다. 비례대표 1번은 만 35세 이하 청년이며, 당선권 경쟁명부 중 20%를 만 35세 이하 청년에게 할당한다. 이 밖에 여성할당 50%, 장애인할당 10%, 이상 할당되며, 농어민들의 정치참여와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농어민 전략명부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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