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들,
알바 아닌 전업이 대다수
불안정노동의 모순 중첩···결사의 자유, 노동 특성에 맞는 단협 필요
    2020년 01월 15일 08: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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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전업으로 플랫폼 노동만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플랫폼 노동을 통해 버는 돈이 가구소득의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플랫폼 업체가 플랫폼 노동을 직장인들의 투잡, 아르바이트, 취미생활 정도로 규버정해온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플랫폼 노동이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등 결사의 자유 보장과 단체협약 체결, 적정 임금 기준선 마련과 최장노동시간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5일 발표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이 유일한 직업인 노동자는 전체 응답자의 64.2%로 나타났다. 임금근로 등 다른 일과 겸업하는 경우는 36.8%에 그쳤다. 적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가 플랫폼 노동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 노동을 겸업으로 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도 플랫폼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이 전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겸업을 하는 노동자 역시 플랫폼 노동이 주업인 셈이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장은 “플랫폼 노동으로 버는 소득이 전체 개인소득의 약 3/4를 차지했고, 플랫폼 노동자가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0% 가까이 됐다”며 “특히 평균 연령 40세가 넘는 가사돌봄(55.4세), 대리운전(50.3세), 화물운송(45.9세) 분야의 노동자는 거의 전적으로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은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지점을 부각해 배달노동 종사자 구인광고에 ‘소풍 가듯 운동 가듯’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플랫폼 노동은 정말로, 자유로운 노동시간을 보장할까.

실제로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주일 평균 5.2일, 하루 평균 8.22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화물운송은 13시간으로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고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부문도 9시간이 넘었다.

일감을 거부하는 일이 잦으면 플랫폼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엔 절반 정도가 그렇다고 인지하고 있었고, 특히 대리운전은 90% 가까이, 플랫폼택배는 80% 가까이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장귀연 소장은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시간이 적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일하고 싶지 않은 날이나 시간에는 일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일이 잦으면 결국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 일하는 시간이 자유롭다는 의미는 많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사단법인 참세상이 인권위의 의뢰로 플랫폼노동의 주요 직종 중 대리운전, 음식배달, 퀵서비스, 웹툰·웹소설, 전문 프리랜서 등에 대한 각각의 집단 면접을 진행하고 가사와 화물운송 등은 개별면접을 해 총 20명을 면접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과 전화를 이용해 총 821명의 플랫폼 노동자에게 답변을 얻었다.

플랫폼노동, 불안정노동의 모순 중첩적으로 나타나

플랫폼 노동은 불안정 노동으로 분류되는 기간제, 간접고용, 특수고용 중에서도 가장 불안정성이 높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플랫폼노동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악화돼왔던 불안정노동의 모순이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호출노동과 도급제노동, 간접고용의 특성이 플랫폼 노동이라는 하나의 노동에서 나타난다”며 “그러다보니 노동자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전형적인 노동관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노동법 적용에서도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0명 중 6명의 노동자가 플랫폼 노동을 전업으로 삼고 있고, 가계 소득의 80%를 차지한다는 점 역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진=유하라

이날 토론회에선 기존의 노동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도 제시됐다.

윤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이 새롭다는 것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동보호법의 한계를 표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OECD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플랫폼노동 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전형적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공정한 보호방안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플랫폼 기업과 단협을 체결하도록 하는 게 가장 실효성 있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을 아무리 분류해도 경직된 노동법을 적용하는 게 실효성 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노동법을 완전히 유연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부 맞는 지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초기업적으로, 같은 플랫폼 유형을 보이는 지역·직종·업종·산업별로 단협을 한다면 플랫폼 노동자를 실효성 있게, 맞춤형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노동의 각 특성에 맞게) 단협을 맺는다면 현재의 노동법이 담기 어려운 부분까지 아주 유연하고 실효성 있게 담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제도적인 개선 방안으론 “모든 노동자에게 적정한 보수와 최장노동시간에 대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적정한 보수와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는 서로 맞물려 있는 함수다. 적정한 보수의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노동시간 단축도 불가하다”라고 짚었다. 예컨대 배달노동자의 소득이 배달 건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이 문제 푸는 데 강력한 시사점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부터 시행이 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는 안전운임제”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차주가 받는 운임의 최저선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임금노동자로 치면 최저임금과 같다.

그는 “산업의 구조나 노동을 하는 사람의 형태로 봤을 때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배달노동에서도 최저한의 보수 지급 기준 만들어야 한다”며 “최저한의 보수 기준이 올라가야만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과적을 하는 요인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간가 보수에 더해 안전은 서로 맞물려 있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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