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정당 명칭 사용 불허
    '선관위 정치적 결정' vs '당연한 조처‘
    명칭 달리하면 위성정당 창당 가능?···심상정 "유감"
        2020년 01월 14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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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거대정당들이 더 많은 의석을 갖기 위해 창당을 추진하는 위성정당의 이름으로 ‘비례자유한국당’, ‘비례민주당’ 등의 사용 불가 결정이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당’의 명칭 사용이 정당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반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선관위의 이 같은 판단이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중앙선관위는 전날인 13일 ‘비례○○당’ 창당은 정당법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 금지) 제3항에 위반된다면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비례○○당’은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정당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다만 “현재 결성 신고·공고된 비례○○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정당법아 위반되지 않는 다른 명칭으로 정당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당법 41조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명칭으로 바꿀 경우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창당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으로 추진한 ‘비례자유한국당’ 등에 대한 창당이 불허됐다.

    선관위는 “정당법 41조에서 정당의 명칭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정당의 동일성을 오인·혼동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례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 등 어떠한 가치를 내포하는 단어로 보기 어렵고,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난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선관위는 “‘비례○○당’이 생겨날 경우 지역구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동일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자유한국당은 선관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다른 당명으로 비례정당을 반드시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14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정당 설립의 자유, 정치 활동의 자유가 있는데 중앙선관위에서 정당의 이름에 비례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결정을 내렸다. 가소로운 결정”이라며 “선관위 결정이 그렇다면 그에 맞춰서 이름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례자유한국당 외에) 후보 명칭이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정당 설립에 차질은 없다”고 덧붙였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급기야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대선캠프출신 친문인사, 조해주를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앉힐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당이 생각하고 있는 비례정당 후보 이름은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보수통합을 통한 신당 창당 후 자유한국당을 비례정당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조경태 같은 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통합신당을 창당한 이후에 기존에 자유한국당을 비례대표 정당의 이름으로 쓸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은 선관위의 결정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당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매우 당연한 조치”라며 “정당법 제41조 유사명칭 등의 사용 금지는 유권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유사 명칭의 사용을 명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참으로 뻔뻔하게 이 같은 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당명을 사용하려 했고, 더 나아가 선관위를 겁박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조 의장은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정치제도를 교란하고 국민의 표심을 왜곡하겠다는 발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선관위 결정에 대해 “정당법 41조가 규정한 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조항에 근거한 당연한 결정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명칭을 달리할 경우 위성정당 창당이 가능하도록 한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위성정당 명칭이 아니라 위성정당 자체가 문제”라며 “위성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호도하고 개정선거법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헌법에서 규정하는 정당 설립목적에 어긋난다. 선관위가 위성정당의 위헌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사명칭만을 문제 삼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정당법은 정당이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어야 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례 위성정당은 이러한 정당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례 OO정당’은 아무리 이름을 바꿔도 꼼수정당, 위성정당이다. 선관위는 표피적 결정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꼼수정당의 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비례 위성정당 설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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