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신한금융,
    현 회장 연임은 후안무치"
    금융정의연대, 채용비리와 DLF 사태 책임자 연임 '부적절' 사퇴 촉구
        2020년 01월 13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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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0월 서울동부지검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전 인사 담당 부행장, 인사 실무자 2명을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한은행이 임원 등 고위직 자녀 등에 대한 부정합격, 학력·성차별 채용을 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에 따라 채용 여부를 미리 결정짓는가 하면, 사내 직위에 따라 인사청탁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등 그야말로 ‘고용세습’의 온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용세습, 채용비리 백화점으로 불리는 4대 시중은행 중 지주회장이 처벌받는 것은 조 회장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은 작년 12월 13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조용병 현 회장을 차기 대표회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조 후보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 사건으로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하거나 이를 책임지겠다는 양심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통찰력, 도덕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회장 연임 결정을 얻었다.

    또 우리금융은 회추위를 열어 작년 12월 30일 손태승 현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손 회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회추위는 손 회장 단독 추천에 대해 “검증된 경영능력과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두루 갖춘 점을 높게 평가”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시현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평가했다.

    작년 은행권의 가장 큰 이슈는 우리은행이 판매해 원금 전액 손실 등 고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독일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증권(DLF, DLS)사건이었고 손 회장은 당시의 책임자였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작년 10월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고소를 했으며, 이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12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피해자에게 배상비율 40~80%를 결정한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대책위의 자율조정에 대한 질의에도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실제 연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신한금융 조병용 회장과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이런 두 주요 금융회사의 회장 연임에 대해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는 13일 논평을 통해 “후안무치한 우리금융·신한금융의 회장 연임을 규탄”한다고 밝히며 “피해자에 대한 책임 없이 회장 연임 결정은 부적절하며 손태승 회장과 조용병 회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용비리와 DLF 사태로 인해 금융회사를 신뢰했던 많은 청년들과 고객들이 배신감과 함께 여전히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정의연대는 법률적 책임은 논외로 하더라도 두 사건에 대한 책임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작년 연말 회추위를 평소보다 앞당겨 개최하였으며, 이례적으로 회추위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번 달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조용병 회장 1심 판결 선고(1월 22일)와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하여 손태승 회장 금융감독원 제재 수위 결정(1월 30일)을 앞둔 상황에서 이루어진 회추위의 결정에 대해 금융정의연대는 “두 회장의 연임을 밀어붙이기 위한 술수”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은 제대로 묻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권력구도를 구성하기 위해 ‘깜깜이 회추위’를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2017년 12월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 지점을 명확히 지적하였다. “일부 금융지주회사 회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며 불투명하다”며 “이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는 현 회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후보 추천에 내부 인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였고,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권한이 포괄적인 반면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제재는 미비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현직 회장이 참호를 구축하고 사외이사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혁신위가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는 혁신위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하며 두 회사의 현직 회장 연임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회추위 확대,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 이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손태승 회장과 조용병 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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