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심상정 언성 높여 FTA 설전
        2006년 08월 26일 05: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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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한미FTA 추진에 대한 ‘진의’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회 한미FTA특위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FTA는 전세계적인 대세”라며 “미국이 한미FTA를 선택한 것이지만, 나는 우리가 끌어들인 것으로 설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에게 왕따 당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일본이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하면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한미 FTA 체결로 얼마가 남을지 모르지만 뒤처지면 곤란하다” 등 한미FTA 추진에 앞서 가졌던 생각들을 과감 없이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개방을 했고 어쩔 수 없이 열었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이겨냈다”며 “해외를 다니면서 보면 한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나라이자, 기적을 만드는 나라”라고 자심감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만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의 말씀은 종교적 낙관처럼 들린다”며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미FTA, 전자계산기 두드릴 일 아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저녁 국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청와대에서 2시간 30분 가량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FTA는 전 세계적인 대세인데 동아시아는 후발주자고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면서 “세계화 과정에 참여 여부 문제는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쌀 한 말 메고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 갈 때 새로운 세상에 많은 기회가 있다는 논리 말고 그 이상 무엇을 말 할 수 있겠나”면서 “큰 틀에서 봐야지 전자계산기를 두드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정치·안보적으로도 강대국인 프랑스의 드골 전 대통령도 미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고 중원의 중심인 중국 지도자도 미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NO’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방심하지 않고 협상과정에서 함정에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회도 비준을 안 할 값에 토론을 통해 협상 과정을 챙겨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추진하겠다”면서도 “정부 내에 이 조건으로는 안된다는 공론이 있지 않는 한 이대로 밀고 간다”며 한미FTA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또한 “국민의 뜻은 국회 비준에서 대변될 것”이라면서 “국민투표가 반드시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한미FTA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 원리적 집착, 종교적 낙관"

    하지만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만찬 직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마디로 한미FTA에 대한 대통령의 원리적 집착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한미FTA를 우려하는 국민들과 대화하고 국민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던 대통령의 말씀은 오늘 간담회를 통해 사실 전혀 그런 의지가 없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한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 설득할지, 홍보할지만 이야기했는데 여당 대책회의와 같은 분위기였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심상정 의원은 이날 언성을 높이며 한미FTA 추진에 대한 설전을 벌였다. 심 의원이 “대통령 말씀이 ‘종교적 낙관’처럼 보인다”고 주장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안 해 줬으면 좋겠다”고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심 의원이 대통령의 강행 의지에 대해 “절반의 반대 의견을 묵살한다는 뜻이냐”는 물었고 노 대통령은 “다 설득해서 갈 수는 없지 않냐”며 말하기도 했다.

    “늙은 노동자 포스코 점거 때는 목숨을 건 것”

    노 대통령과 심 의원은 회의에 앞서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공방을 가졌다. 먼저 노 대통령이 “기업들이 예전에는 해고가 어려워 정규직 채용을 기피했다는데 요즘에는 차별대우가 편해서 비정규직을 쓴다 한다더라”며 “차별 해소를 해서 한 3년 뒤에 기업이 비정규직 쓸 근거가 없어진다고 하면 비정규직 문제의 상당한 해법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정부는 차별 해소라도 해보자는 취지인데 정부 용역에서도 나타났듯이 비정규직 법안이 차별 해소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민주노동당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라면 다소 원칙에서 멀다 하더라도 원칙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대화할 수 있는데 대통령이 이러한 실정에 대해 정확히 보고받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심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정말 생존의 문제”라면서 포스코 사태와 관련 50~60대 나이 든 노동자들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할 때는 목숨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괜히 노동 문제를 꺼내서 본전 안 나오는 장사를 한 것 같다”며 노동위원회 강화와 근로감독관 충원 등 정부 정책을 밝히며 화제를 돌렸다.

    한편 이날 청와대 만찬에는 국회 한·미FTA 특위 위원장인 홍재형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신중식 의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한미FTA체결 지원위원장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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