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회 경마기수들
    노동조합 창립총회 가져
    공공기관 노조 대표들 "마사회, 잇따른 기수·마필관리사 사망에 책임"
        2020년 01월 08일 05:1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국마사회 경마기수들이 조만간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이미 경마기수지부가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신분 때문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는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마기수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섭권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을 계기로 한 경마기수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오전 10시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부경마사회본부)에서 경마기수노조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경마기수들이 노동3권 확보를 위한 노조 설립 신고를 목적으로 개최했다.

    마사회는 그동안 기수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상생협의회 등을 통해 일방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경마기수지부의 노조설립 신고가 받아들여지면, 노동법에 근거한 단체교섭 권한을 확보해 노동자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처우 등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지부는 늦어도 내주 초엔 노조 설립신고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종속성 등 법적인 문제를 정리해 부산시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마기수들은 2018년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경마기수지부를 꾸렸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라 노조 설립신고는 하지 못했다. 정 조직쟁의부실장은 “이번에 (마사회가 개선안 등을 내는) 과정을 보면 (노조가 있음에도) 실제 노조법에서 인정하는 당사자로서 권한이 없었다”며 “(단체협약 요구 등의) 권한을 갖기 위해 설립신고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과 정부의 판단은 주류다. 경마기수의 노조 설립이 형식적인 고용형태를 이유로 반려된다면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배달앱 ‘요기요’ 소속 라이더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다. 마찬가지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재택위탁집배원들도 지난해 4월 대법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았다. 학습지 교사 역시 2018년 6월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택배·대리운전 노동자들도 노조설립을 신고하고 노조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앞서 지부의 창립총회 과정에서 마사회가 이를 막아서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공공운수노조,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간부와 지역 연대단체가 총회에 참석하려 하자, 부경마사회본부는 마사회법을 근거로 총회가 열리는 건물의 출입을 막아섰다. 총회가 열린 장소는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말관리사노조 등이 있는 곳이다. 공공운수노조 간부들은 지난 수년 동안 별도 보안 절차 없이 말관리사노조가 있는 이 곳을 출입해왔다.

    이들은 “부경마사회본부는 마사회법에 근거한다며 오늘 오전 9시 공공운수노조 간부와 지역의 연대단체의 출입을 막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회 장소인 기수기숙사 3층에 마사회 직원을 배치해 말관리사들이 기수협회에 모여 있는 경마기수들을 만나는 것조차 통제했다”고 전했다.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마사회의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출입통제 행위는 경마기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 노조법에 근거 노동조합의 설립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경마사회본부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도 공기업이 마사회가 문중원 기수의 죽음 앞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광화문 고 문중원 경마기수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같은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대표자들로서 지금 한국마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을 규탄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본부는 “부산경마공원 죽음의 행렬은 지난 시기 잘못된 공공기관 정책 누적의 결과”이라며 “촛불로 시작된 공공부문의 개혁 논의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인 마사회의 행태조차 바꿔낼 수 없다면 전체 공공부문의 올바른 개혁을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부는 김낙순 마사회 회장을 향해 핵심업무 종사자인 기수, 마필관리사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산경남경마공원에만 도입한 ‘선진경마’라는 제도는 마사회 핵심 업무인 말 관리와 경주 전반을 외주화해서 경쟁체제제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과정”이라며 “경영효율성만을 지상 목표로 한 무분별한 경쟁체제는 공공기관에서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이번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강조되고 있는 것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며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기수, 마필관리사 등 마사회 핵심업무 종사자들의 잇따른 사망에 대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노조와의 교섭,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