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장군 표적 살해
    미국·트럼프에 비난 확산
    탄핵 돌파용, 미국의 중동 관리···충돌 불가피, 전면전 가능성은 낮아
        2020년 01월 07일 02:2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미군이 이란의 차기 대선주자이자 군 지도자인 카젬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3국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표적 살해한 것으로 계기로 이란이 보복을 다짐하는 등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 의회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란은 핵합의(JCPOA) 탈퇴 의사를 밝혔다.

    전 세계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전쟁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위기를 넘기기 위해 중동 전쟁을 유발했다는 분석과 동시에, 중동 내 갈등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챙겨온 기존 구도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동에 대한 비판 많아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판 비판이 상당하다. 김동석 미주 한인유권연대 대표는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징병 신고 기관의 문의가 폭주할 정도로 이전에 없던 전쟁 공포가 미국 시민사회에 유포돼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모든 매체가 이란 관련 보도에 쏠려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대테러 전쟁이라는 걸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명분이 너무 약하다’, ‘다른 정상 국가의 군사 지도자를 다른 나라 영토에서 제거를 했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미국이 감당할 방도가 별로 없다’는 부분을 미국의 모든 매체가 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다수의 전망이다.

    김 대표는 “전면전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 분위기”라며 “미국 시민사회도 미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굉장히 컸고 반전 시위에선 ‘전쟁이 선거용이 되면 안 된다’는 구호가 굉장히 많았다”며 “오늘 아침 <뉴욕타임즈>에선 ‘거물 공화당 상원 지도자들에게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자제시켜라. 지금 당장 스톱시켜라’라는 사설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보인다. 이제까지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의 스타일로 봐서도 그렇다. 이란의 장군을 피살한 것은 대단히 경솔하고 충동적인 결정이라고 보여서 전면전으로 갈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국내 정치권 안팎에서도 나온다.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면 미국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상황 역시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아….IS 등 재부상 우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미국과 이란에서) 원초적 적대감이 분출되고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 건 틀림없다”면서도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자제해라, 파국으로 가면 안 된다’며 평화를 외치고 있는 만큼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세계가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중재를 외치고 있고 주변국들이 이란을 동정하고 미국을 규탄하면 국제적으로 고립된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고강도 분쟁으로 갈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하다”며 “그것보다는 국지전의 양상, 산발적인 대리 외곽전쟁 양상으로 당분간 지루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렇게 되면 잠잠했던 IS가 들썩들썩하고 범이슬람권에서 지역을 초월한 반미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보다는 예기치 않는 다른 분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지정학적 관리가 어려워지는, 매우 혼란스러운 정국이 (중동 전역에서)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까지 지리멸렬해가던 알 카에다나 IS 같은 잔존 세력들이 반미라는 구호를 들고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기 때문에 중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해졌다. 이게 아마 이번 사건이 가져올 가장 큰 부정적 파장”이라며 “우리가 힘들여서 구축해놓았던 반테러 전선이 다시 와해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리아 레바논이 이라크에서 민생을 위한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번 사건으로) 시위가 완전히 반미로 결집하고 민생 시위가 무산되면서 독재정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후폭풍을 예상하면서도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김동석 대표는 내부적으로 탄핵이라는 자신의 정치 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돌파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탄핵 외에 다른 뉴스거리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란과의 전쟁 분위기 고조 외엔 워싱턴 뉴스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특징이 전쟁 위기가 오면 다 자제한다. 일단 전쟁 분위기로 가게 되면 대통령한테 모든 권한을 주는 게 뻔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다”고도 했다.

    이란-사우디 화해 가능성 차단 위해 움직였다는 의혹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동 갈등을 부추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동 갈등이 해소되기 직전에 미국이 다시 분란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희수 교수는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이 벌어진 시기가) 중동에서는 굉장히 미묘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희수 교수는 “작년 9월에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그게 시설이 사우디가 20여 년 동안 200조를 투입하면서 미국 무기로 방어시설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했는데 (이란의) 드론을 못 막아냈기 때문에 방어체제의 공백이 생겼고, (그 공격에 대해 미국이) 이란에 보복을 안 하면서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사우디는 살아남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을 택했는데, 하나는 적국인 이란과의 관계 개선 또는 외교 관계 단절이 있는 카타르와의 화해”라며 “최근에 사우디가 이란에 화해 아젠다를 보냈고,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란 최고위층의 답변을 가지고 (중재역할을 한) 이라크 마흐디 총리와 면담하게 돼 있었다. 그런데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 총리 면담 전에 공항에서 표적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두 적국인 사우디와 이란이 화해한다면 미국의 중동 이익 구도는 근본적으로 흔들린다. (미국이) 그걸 원치 않았던 게 아닌가, 라는 굉장히 큰 의혹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의혹이) 신빙성이 있는 게 사실 미국인의 희생에 대한 보복을 막고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11월 27일 미군 민간인 한 명이 사망한 데에 대한 보복은 바로 그 이튿날인 29일 다섯 군데의 군사공격으로 25명이 희생을 하면서 보복은 끝났다. 그런데 31일 그 명분을 다시 내세운다는 것은 그 명분이 매우 약하다. 그러니까 배후에 또 다른 어떤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한국군 파병 가능성, 아직은 낮아”

    한편 지난해 말까지도 가능성이 나왔던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해 우리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넓히는 방안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선 작년에 국방부는 참 적극적이었다. ‘국회 추가 동의가 없어도 이미 파병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될 게 없다’면서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며 “그런데 어제 국방부에 확인해본 결과 ‘그 파병 이야기는 해적 퇴치나 교민 안전이란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호르무즈는 해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정규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라며 파병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이런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도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돌리는 방안을 지금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그런 계획은 없다는 것이고, 만일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가용한 수단을 강구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건 어디까지나 우발 계획으로써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