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생 사망사고···발뺌만
    스페인 정부 '무책임' 비판
    故이지현 씨 부모, 현지에서 1인시위···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 촉구
        2019년 12월 31일 03: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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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서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 6층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이지현(32) 씨의 안타까운 죽음과 이 사고에 대한 스페인 정부 측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열흘이 지나고 해가 바뀌는 현 시점까지 스페인 정부 측은 유족에 대한 무성의한 대응 및 故이지현 씨 사후 대책에 대해 자연재해 탓과 책임회피만 반복하고 있다.

    이지현 씨 부모인 이성우(59), 한경숙(56) 씨는 딸의 사고를 들은 후 22일 곧바로 스페인으로 날아가 딸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지만 스페인 정부와 마드리드 주정부의 무성의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이어 또 한 번의 상실감과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

    딸의 죽음 원인규명 등을 촉구하는 이씨 부부의 현지 모습(사진=이창우)

    이 씨 부부는 22일 마드리드에 도착했지만 딸을 바로 볼 수 없었고 23일 오후 5시간을 기다린 끝에 딸의 얼굴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스페인 경찰은 딸을 덮친 조형물을 모두 없애고 사진만 남겨 놓아 건물에 대한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 사건의 원인 규명을 제대로 따져보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 때문이다, 법적 처리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장례절차 밟아서 진행하라,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유족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 씨 부부는 26일 오후 7시 마드리드주 차관과 국제국장을 만나 사건의 경위와 수사 내용 설명, 스페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마드리드 주정부 이름의 장례 진행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권한 밖의 문제다. 건물은 2015년 안전점검을 마쳤고, 안전 관리는 소방청에 있으니 우리가 책임질 일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성우 부부는 이런 스페인 정부 측의 태도를 비판하며 현지 여론에 호소하는 1인 시위를 28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그 이후 스페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비판 여론이 일면서 한국의 언론과 스페인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비중있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유족들과 지인들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대책위를 구성해 30일 세종로 외교부 앞에서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주한 스페인 대사를 찾아 항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외교부 앞 기자회견 모습

    이날 기자회견과 스페인대사 면담에 참여한 이지현 씨의 작은아버지 이창우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 정부는 스페인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내년 스페인 ‘피투르 관광박람회’의 주빈국 참석 자체를 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스페인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우리의 슬픔에 동참해 주고 있는 마드리드 시민들로부터 위로를 받지만 마드리드 주정부나 스페인 정부에 대해서는 분노가 치민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 재팬’처럼 ‘노 스페인’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있으니 이런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본국 정부에 정확히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스페인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질책하고 한국 외교부의 적극적인 조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관공서 구조물로 인해 발생한 이번 사고의 책임은 스페인 당국과 마드리드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스페인 정부는 자연재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에게 빨리 딸의 시신을 챙겨서 돌아가라고 종용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기도 혔다.

    그리고 스페인노총 CCOO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소식을 홈페이지(관련 글 링크)에 게시하고 마드리드 지역본부와 논의해 연휴 후 지지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이지현씨의 어머니 한경숙 씨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합원이기도 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지현 씨의 사촌동생 이름으로 “스페인에서 유학중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촌언니의 사건 규명을 도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가 있다. (국민청원 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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