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쇄신안 신당파 요구와 비슷한데 왜?
    진정성 인정, 근본적 해결엔 미흡해
        2008년 01월 30일 09:54 오전

    Print Friendly

    심상정 비대위 쇄신안이 발표됐다. 신당 모임 쪽은 그 내용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방향을 바꿀 생각은 없다. 비대위 동참 요청을 받기도 했던 김석준 부산시당 위원장이 신당 모임의 대표를 맡은 사실은 일반 당원들에게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레디앙>은 김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신당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 *

    민주노동당 실패 뛰어넘어 ‘진보의 다원주의’ 실현

       
      ▲사진=매일노동뉴스
     

    -이번에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발족식에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던데 의아해 하는 당원들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출범 배경과 구성,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를 포함해서 실체를 밝혀달라.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은 한마디로 그 동안 민주노동당 실패의 경험을 뛰어넘어 ‘진보의 다원주의’가 실현되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이 출범하게 된 배경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민주노동당의 실천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촉구하고 강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더 나아가서는 진보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마저 포기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들이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은 민주노동당의 근본적인 혁신과 더 나아가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바깥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을 고대하는 다양한 진보진영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추구하는 가치는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라는 슬로건에서도 나타나듯이,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라는 전통 좌파의 가치를 구현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신좌파의 가치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려고 한다.

    최선을 다한 쇄신안, 근본 변화 끌어내기엔 미흡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을 살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오는데 어떤 뜻인가?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셈이다. 개인의 경우에도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회생의 절차와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열려 있듯이,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도 근본적인 쇄신을 통해 기존의 잘못된 실천과 관행으로부터 철저히 단절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이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 40여일이 지나도록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국민들이 인정하고 신뢰할만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심상정 비대위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쇄신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노동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생각하며 그나마도 통과될 전망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 참여를 요청받았던 것으로 안다. ‘살릴 가능성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김 대표께서 그 동안 민주노동당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 당원이 있다. 김 대표의 선택이 구당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까지 비판한다. 어떻게 답할 것인가?

    =우선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실제 지난 12월 29일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확대간부회의 합의안으로 제출되었고 결국 1월 12일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비대위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심상정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비대위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비대위원으로 참여하여 활동하기보다 비대위 바깥에서 비대위가 보다 근본적인 쇄신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요구하고 압박하는 운동이며, 이러한 근본적인 쇄신이 벽에 부닥치게 될 때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위라고 생각하여, 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비대위 참여보다 압박하는 역할이 더 바람직

    국민승리 21부터 따지면 10년을 민주노동당과 같이 했다. 그런 민주노동당을 떠나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참여하기로 결심하기 까지 많은 아픔과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특히 민주노동당이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을 제대로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당원 동지들이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

    일단 2월 13일로 예정된 부산시당 운영위까지 나머지 업무들을 마무리한 뒤 민주노동당을 떠날 생각이다. 그 동안 함께 해준 당원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표하고 싶다. 선택한 길이 비록 다르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를 바꾸는 진보정치의 큰 길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삼성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석준 대표.
     

    -‘진보정치의 ‘분열’로 비쳐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으로 보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시다시피 민주노동당은 자주파, 평등파 등으로 칭해지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합체로 구성되어 왔다. 이런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민주노동당이라는 틀 속에서 활동해 오는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하나의 단일 대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각 세력들간의 각축과 긴장만 심화시킴으로써 오히려 당 활동의 질곡으로 작용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질적이고 융화되기 어려운 세력들이 굳이 한 울타리 안에서 불안정한 동거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당장은 분열로 비쳐지더라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갈라서서 각각의 정치적 노선과 정책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보수진영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분화와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민주노동당을 환골탈태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분열로 보이더라도 자신 노선 가지고 선의 경쟁 필요

    -민주노총 주요 간부들의 선택이 곤혹스러울 것 같은데 민주노총의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조합원들에게 민주노동당만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일한 통로라고 주장하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설득해 온 민주노총 간부들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일방적으로 의존해 온 민주노동당의 활동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진보정당은 ‘노동계급’당이어야지 ‘노동조합’당이어서는 안된다. 진보정당은 철저히 자신의 이념과 정치적 실천의 결과로서 노동 대중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동자 운동에 기반을 두려고 할 것이며, 전체 노동계급 내에서도 특히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주력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직접 노동자 교육 활동을 벌여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주역을 성장시켜 노동자 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되어 나갈 것이며,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에 상응한 변화들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노총 내부도 변화가 생길 것

    -다시 한번 대선 3%의 득표가 가진 정치적 의미를 어떻게 분석하는가?

    =이번 대선의 경우 1위 후보가 일찌감치 현격한 격차로 앞서가는 가운데 2, 3위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구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괴롭혀 왔던 ‘사표론’ 내지 ‘비판적 지지론’의 압박을 별로 받지 않았고 따라서 오히려 독자적인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갓 시작한 문국현 후보의 절반 정도의 지지를 받는데 그친 점이나, 명색이 제3당이면서도 국회의원 한 명도 없던 2002년보다도 지지표가 적게 나온 점 등을 감안한다면 부정할 수 없는 결정적인 패배였다.

    이러한 참담한 결과는 국민들이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배타적 지지단체인 민주노총이나 전농의 구성원들조차 민주노동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총체적인 파산 선고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새로운 모색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한다.

    -최기영 등 일심회 관련자의 제명과 북핵 자위권에 대한 편향적 친북행위 규정 등 당내에 민감한 문제를 둘러싸고 예각적 대립이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에 동참한 것은 북핵, 일심회 등 이른바 종북주의와 자주파의 패권 등에 대한 비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데 패권과 종북은 있는가?

    =그간의 민주노동당 활동과정에서 일심회 사건이나 북핵 자위권 관련 사태에서 확인되듯이 편향적 친북 행위가 있었다고 본다. 또한 자주파에 의해서 주도된 패권주의 및 민주주의 왜곡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심상정 비대위에서도 비교적 자세히 밝히고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은 편향적 친북 행위나 패권주의가 민주노동당의 진보정당으로서의 발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의 경우 편향적 친북 행위나 패권주의의 사례들을 적시하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으로 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쇄신안과 신당파 요구 차이가 크지 않는데 왜?

    -부산의 경우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파 대립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그리고 그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온 것으로 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고 충격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렇다. 부산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정파간 대립이 그다지 심각하지도 않았으며, 간혹 표면화되더라도 크게 파열음을 내지 않는 선에서 조정되거나 봉합되어 왔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지역 활동가들 사이에서 오랫 동안 알게 모르게 형성되어온 전통이 상당히 작용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파 문제가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잠재되어 있던 정파간 대립이나 긴장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파로 대통령 선거운동이 예전만큼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했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여하튼 당 활동의 경우 지역적인 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인 상황에서 진행되는 정파간 대립 구도를 부산이라고 해서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부산의 경우 다른 지역처럼 상대 진영에게 깊은 상처와 불신감을 주지 않으면서 진행되기를 바라고 또 그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심상정 비대위에서 제출한 쇄신안이 ‘신당파’들의 요구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당대회에서 쇄신안이 통과되어도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여전히 유효한가?

    =심상정 비대위에서 제출한 쇄신안을 보면 민주노동당의 현재를 진단하고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는 신당파와 큰 차이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당 쇄신을 위한 심상정 비대위의 노력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처방에서는 인적 청산과 실질적인 제2창당을 제시한 신당파들의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한 감이 있다.

    심상정 비대위의 쇄신안이 자주파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민주노동당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고 심상정 비대위도 민주노동당을 깨고 나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심상정 비대위의 쇄신안은 자주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대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심상정 비대위의 쇄신안은 총선 이후 자주파들이 다시 당권을 장악하려 들면서 벽에 부닥치게 될 것이고 민주노동당은 다시 뒷걸음질치게 될 것이다.

    결국 심상정 비대위안이 통과되더라도 민주노동당의 근본적 쇄신과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의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자기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심상정 노회찬을 포함한 쇄신파들과도 함께 하게 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는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