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제재 완화는 워싱턴에도 유리
    [중국매체로 중국일기] 중-러의 제안과 한반도 정세
        2019년 12월 23일 10:1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번역자주: 북한이 ‘새로운 길’을 택하면 지역 정세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백악관이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데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나서 이를 제안한 것이라는 취지이다.

    유엔 안보리 회의 모습

    <환구시보 사설>

    2019-12-18 18:49 (현지시각)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를 공동 제안하자 미국 측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미국 측이 중-러의 선의의 제안에 반사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의 한반도 정세의 기복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보다 실무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한반도 비핵화 진척에 끊임없이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본다.

    근래에 북한은 미국 측의 ‘말로만의 약속’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리하여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측에 경고를 보낼 수 있는 미사일 활동을 벌여왔다. 평양은 또 연말까지 쌍방의 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으라고 워싱턴에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취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북미 협상의 전략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워싱턴은 북한에 매우 높은 요구를 내놓았는데, 그것은 북한이 기준에 도달하지 않는 한 결코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대치해 가도 시간은 명백히 미국 편이라는 전략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경직된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측은 제재를 ‘보배’로 과신하고 있지만 국제정치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제재가 어떤 목표에서도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것이다. 국제정치의 상식은, 몽둥이는 명실상부한‘당근’을 곁들일 때 비로소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문제는 바로 ‘당근’을 꺼내야 할 때에 여전히 방망이를 드는 것이다.

    북한은 2년여 동안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고, 이후로 다시는 그런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어떤 경우에서 보든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그것은 비핵화 진척에 대한 평양의 믿음을 증가시킬 것이며, 또한 북미 간의 상호 신뢰 증대를 이끌어낼 것이므로 북미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고 실무적 성과를 얻는 데 분명히 유리하다.

    제재하기는 쉽고 취소는 어렵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대북 제재가 장기간 표류하면 그것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데, 북한이 결국 제재를 감당하지 못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거라 여기는 그런 생각은 매우 문외한적 발상이다. 실제는 북한이 미국의 희망대로 제재 압력에 굴복해 미국 측이 극본의 결말을 임의로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에 맞서 행동을 취할 거라는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전체 한반도의 정세 수용력은 북한의 제재에 대한 수용력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이는 워싱턴과 평양만의 일이 아니고 더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택하면 지역 정세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의 수용력을 시험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이 어떻게 될지가 우선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2017년의 첨예한 대치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역 전체에서 그런 상황이 재연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워싱턴에도 좋은 일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들이 앞서 몇 차례 만나면서 형성한 신선한 충격을 완전히 변질되게 할 것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열정적인 발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생생한데, 만약 북한에 대한 태도가 다시 돌아서게 된다면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고, 경선을 치르는 해에는 정적들에 이용당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백악관이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데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나서서 이를 제안한 것이니, 워싱턴은 최소한 적극적이어야 하고 중-러의 선의를 지정학적 차원에서 곡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중-러는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을 난처하게 할 전략적 의도는 없다. 이 지역이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강력하고도 진지한 소망이다.

    제재가 정말 능사가 아닌 만큼 유연하게 취소할 수 있는 제재가 어쩌면 제재의 본래 취지에 맞을 수도 있다. 만약 워싱턴이 제재를 보물처럼 품안에 끌어안으려 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필자소개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법학박사 , 노동교육가,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