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 해고자 가족들의 '짧은' 과천나들이
    By tathata
        2006년 08월 23일 03:3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 코오롱노동조합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이하 정투위)의 기나긴 투쟁이 벌써 5백일이 넘어섰다. 구미에서 과천에 있는 코오롱 본사로 상경하여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이어온 기나긴 투쟁 속에서도 코오롱 노동조합 해고자들은 굴복하지 않고 굳세게 투쟁을 이어왔다.

    그간 코오롱 노동조합원들은 사측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노동조합 탄압에 대항하여 단식, 노숙철야 농성, 국회진입에 15만 볼트의 고압전류 송전탑에 오르는 투쟁까지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을 정도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5백일이 넘어선 눈물겨운 투쟁은 이번 여름을 맞아 짧은 휴식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반기에 힘차게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잠시나마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정투위 동지들을 바라보며, 과천지역 노동조합과 주요 단체의 활동가들은 무언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항상 정투위 동지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앞장서서 연대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과천시지부 전 위원장 김은환 동지와 민주노동당 과천시위원회 위원장 김형탁 동지는 이러한 마음을 담아 하나의 행사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멀리 구미에서 과천으로 떠나오면서 8개월동안 제대로 아버지와 놀지 못했던 아이들과 어려운 상황임에도 꿋꿋하게 아이들을 길러온 어머니들을 위해 한 가족이 함께 놀며 즐길 수 있는 그런 행사를 말이다.

    정투위 동지들의 동의를 얻은 뒤 행사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과천지역 주요단체들을 만났고 과천지역노동조합대표자회의와 무지개마을을 비롯한 과천지역 사회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후원할 것을 결정하였다. 정투위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후원에 참여했다. 덕분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었고 행사 자원봉사자도 확보되어 행사 준비를 마쳤다.

    바야흐로 8월 19일 9시 30분, 정투위 동지들은 구미에서 관광버스 2대를 대절하여 과천으로 출발하여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과천시위원회 당원으로서 이 행사에 참가한 나는 주로 사진 찍기와 실무 도우미 역할을 했다.

    12시 30분에 과천시에 도착한 67명의 정투위 가족분들은 서둘러 짐을 풀고 ‘무지개마을’에서 제공한 유기농 식 재료로 점심식사를 했다. 친 환경적인 식재료를 사용한 밥과 반찬을 먹고 즐거워하는 정투위 동지들을 바라보며 식사를 배식한 사람들도 뿌듯해 했다.

    숙소로 배정된 ‘튼튼어린이집’은 과천지역 공동육아를 위한 보육시설로 숙박이 가능한 큰 저택과 넓은 앞마당 및 주요 놀이 시설이 갖추어져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 공간이 되었다. 뛰노는 아이들을 놔두고 어른들을 대상으로 행사 브리핑을 진행했다.

    낮 3시부터 서울대공원 서울랜드에 입장한 가족들은 단체 자유이용권 할인 혜택을 받아 저녁 10시가 될 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울 구경에 목말라 있던 40여명의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만끽하였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가족 나들이에 코오롱 정투위 가족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 구경하지 못했던 미로해적선 공연과 레이저쇼를 바라보며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고 덕분에 정투위 아버지들은 녹초가 되었다. 관람을 마치고 정문에서 사진 촬영을 한 뒤 아이들은 숙소에서 취침을 했고 남겨진 어른들은 과천지역 주요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회합의 시간을 가졌다. 소주에 족발을 안주삼아 더운 여름날을 날려보냈다.

    이상진 정투위 대표는 “과천시 단체들의 따뜻한 연대에 감사한다. 이는 우리에게 더욱 열심히 투쟁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꼭 승리하겠다.”고 말하며 투쟁의 결의를 밝혔고 과천의 주요 활동가들도 앞으로 계속해서 연대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과천 ‘학교평화’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래놀이’를 진행했다. 아이들과 아버지가 함께 참가하여 진행된 전래놀이는 오랫동안 아버지와 함께 놀지 못한 아이들에게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둥근 원을 중심으로 팀을 나누어 포진하고 원을 돌면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놀이였다. 아버지들이 참가하여 줄넘기를 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즐거워하던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엄숙한 시간이 있었다. 낮 12시에는 정투위 동지들이 투쟁하고 있던 천막 농성장과 코오롱 본사 건물을 방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아버지들이 왜 투쟁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코오롱 사장이 나쁘다는 말로 부모님들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더운 천막 안에서 놀다가 밖에 나온 뒤 “아빠, 이런 더운데서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 한쪽이 저미는 아픔을 느꼈다.

       
    ▲ 코오롱 정투위 가족의 자녀들이 농성장을 둘러보고 있다. 
     

    점심식사를 한 뒤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을 끝으로 1박 2일의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정투위 가족들은 새롭게 단장한 박물관의 규모에 감탄하면서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소 지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정투위 동지들은 고맙다는 말과 즐거웠다는 말,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말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이 행사는 멀리 구미에서 과천 코오롱 본사로 상경하여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 노동조합과 과천지역 단체와의 연대 활동으로서 기존의 단선적인 연대 투쟁을 뛰어넘어 새로운 방식의 연대 활동의 틀을 만들어낸 의미 있는 행사였다.

    과천에서는 민주노동당 과천시위원회와 공무원노동조합 과천시지부를 비롯하여 14개의 단체가 행사에 참여하여 지역 내 노동조합과 정당, 시민사회단체의 네트워크 사업으로서도 커다란 성과가 있었다.

    공무원노조 과천시지부에서는 현 집행부 전원이 행사에 투입되어 연대 투쟁의 본보기를 보여주었고 민주노동당 과천시위원회에서는 새롭게 당선된 황순식 시의원이 행사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과천지역 교육단체인 ‘무지개마을’에서는 1박 2일에 걸친 일정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지원하였고, 공동육아 보육시설 ‘튼튼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집 시설 전부를 무상으로 빌려줘 70명에 달하는 인원의 숙박을 책임졌다. 이튿날 행사인 전래놀이는 학교평화, 체험학습센터에서 직접 전문가들을 초빙해 진행하여 전문성 있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총 14개의 지역 내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끈끈한 연대의 정으로 투쟁하는 노동조합과 연대한 이 행사에 한명의 자원봉사자로서 참가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코오롱 노조 정투위 동지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