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 빈곤단체들
    청와대 앞 농성 중단···"대화 할 의미 없어"
    "사회적 합의 운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약속 지키지 않겠다는 것"
        2019년 12월 19일 06: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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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해온 빈곤단체 등이 청와대를 떠나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꼽히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공약 이행을 미루고 있다.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중단하는 이유는 더 이상 이 곳에서 대화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정치가 실종된,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의지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와대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빈곤층을 염려한다는 백번의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이를 위한 예산 마련”이라며 “‘사회적 합의’라는 실체 없는 말 뒤에 숨은 대통령의 태도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빈곤철폐의 날’인 지난 10월 17일,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청와대 농성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언론에 나와서 “폐지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약속을 어겨왔다.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은 주거급여에서만 폐지됐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선 일부 완화조치가 이뤄졌다. 소수에 대한 기준 완화 정도론 빈곤문제 해결에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중증장애인, 노인 등 일부 인구만을 거론하며 반복해온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안은 효과를 낸 바가 없다. 빈곤은 나이나 장애 유무가 아니라 ‘현재 빈곤한’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공동행동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일부 완화 조치를 하면서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말로 빈곤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7년 8월, 장애계의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2020년 기초생활보장제도 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만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존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행동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가난한 이들의 가족들이 그들의 부양의무자가 돼 빈곤의 족쇄가 되고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마땅한 시대적 변화이며 가난한 이들을 세상에서 내쫓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투쟁은 지속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단 한 걸음도 위정자들의 호의로 나아간 적이 없다. 언제나 부양의무자 기준에 맞서 싸운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변화했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결국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애타게 바라는 우리 사회 가난한 사람들과 손잡고,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세상을 등져야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과 절망을 가슴에 품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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