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패율이 비례제도 취지 흔든다?
    설훈 “도입하면 민주당 어려운 처지”
    민주당··· 비례 줄이고 석패율 안되고 캡은 씌우고
        2019년 12월 19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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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연동형 ‘캡’을 수용하는 대신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석패율제는 재고해달라”고 거부하며 또 다시 논의가 멈췄다. 현행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인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소수정당에만 양보를 요구하며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인 나온다.

    전날인 18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참여 정당 중 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등은 비례대표 30석 연동형 캡 적용을 21대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석패율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캡’ 적용은 수용하되, 석패율제만큼은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한 셈이다.

    민주당은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재고 요청”하며 사실상 합의안을 거부했다.

    4+1협의체, 석패율제로 갈등…민주당, 자당 이익위해 개혁 발목
    겉으론 비례제 취지에 반대 “반대”
    설훈 “석패율 도입하면 민주당 어려운 처지 돼”

    민주당은 표면적으론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를 흔든다는 이유를 대며 석패율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전국단위로 석패율제를 적용한다고 하면 당연히 지역구도 완화의 본질적 목적은 당연히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권역별로 나눈다고 해도 6석에서 12석 정도가 권역별 석패율로 인해 비례제도로 들어가게 된다. (석패율제가) 비례대표제를 근본적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낙선 의원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제하게 되면 비례 의석수가 줄어 여성, 소수자, 청년, 직능별 전문가 등을 공천한 비례의석 수가 줄어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뜻이다.

    또한 “비례대표는 정당지지율에 따른 것인데, 석패율제는 지역에서 받은 표로 비례대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또 정당에서 석패율에 명부를 올린 사람은 (지역구에서) 꼴찌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로) 올라가게 돼 공정성에도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어느 정도는 인지도가 있고 지역에서 기득권이 있는 사람이 석패율제로 구제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중진 구하기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석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석패율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석패율제와 민주당 의석수는 큰 관련이 없다. ‘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서 그러지 않겠느냐’라고 하는데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석패율제에 대해 국민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며 “자칫 선거제도가 자리 나눠먹기 또는 자신들의 기득권 운운 이런 비판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석패율제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게 국민적 동의를 얻기 더 쉽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의 당리당략과 무관하게 부정적 여론이나 비례대표제 정신을 지키기 위해 석패율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민주당 대변인들의 말과는 달리,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압도적 다수의 의원들이 민주당 의석수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고 한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나와 “석패율제를 하게 되면 우리(민주당)로서는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어제 의총을 2시간 넘게 했는데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석패율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설 의원은 “석패율제를 하게 되면 여야 경쟁 구도가 굉장히 치열하게 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처해 있는 입장이 굉장히 어려워질 상황이 생긴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소수자 대변할 비례 중요하다는 민주당, 왜 비례의석수 축소했나”

    전문가, 소수자 등을 대변할 인물을 비례대표로 영입하기 어려워진다는 민주당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까지 확대하기로 한 합의를 번복한 쪽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당초 소수야당들은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선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의원정수를 고정한 상태에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연동형 50% 적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협상장에 끌어와야 한다는 이유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하고 연동형 적용 의석까지 줄이는 안을 제안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실제 각 분야별로 비례대표로 전문가, 소수자, 약자를 대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왜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에서 50석으로까지 낮추는 것들을 자처했느냐”며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는 자신의 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부가 그러한 부분들을 할 수 있도록 파이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석패율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석패율제가 진행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열하게 진행된다. 석패율 제도를 보고 뛰어드는 진보정당, 특히 정의당의 후보들이 많아질수록 자신들의 선거 구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상무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의 석패율 거부 이유가 자신과 경합하는 소수야당 후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속속 보도가 되고 있다”며 “중진구제용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이미 4월 패스트트랙 합의안에는 지역구 30% 의석 획득 봉쇄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기득권에서 한발 물러나 대승적으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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