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잇단 회의 불발 중요안건 논의도 못해
    By tathata
        2006년 08월 23일 01: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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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중앙위원회가 핵심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성원부족으로 유회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오후 3시부터 중소기업회관에서 제5차 중앙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건설방침안, 조직혁신안, 산별노조 원칙과 기준에 대한 건 등 굵직한 안건들을 다루지도 못한 채 유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중앙위원회는 오는 25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민주노총 지도부 직선제 등을 포함한 안건을 충분히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민주노총 주요 의사결정기구의 유회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임시대의원대회가 성원부족으로 무산됐으며, 이에 앞서 지난 2월에 개최된 대의원대회는 지도부 선출이 끝나자 한꺼번에 대의원들이 대거 빠져나가 유회되는 일이 일어났다.

       
    ▲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중소기업회관에서 제5차 중앙위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의 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의 무산 혹은 유회사태가 빈번해짐에 따라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과 시행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 내의 민주주의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중앙위원회의는 진보진영 총단결체 건설방침 안건이 3시간여 동안 논의가 계속된 가운데 표결 처리를 앞두고 성원미달이 확인돼 유회됐다. 회의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은 “비생산적인 논쟁이 지루하게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전선체’ 논쟁으로도 불리는 진보진영 총단결체 건설 논의는 민주노총 내의 ‘의견그룹’별로 첨예하게 입장이 부딪치고 있어 합의에 도달하기가 어려운 안건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 안건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격론을 벌였으나 합의되지 못한 채 조준호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앙위에 상정한 경우였다.

    이와 관련 이성우 중앙위원(공공연맹 사무처장)은 “민주노총 집행부가 중집에서 합의되지 못한 안건을 다시 재론에 붙임으로써 중앙위에서 또다시 논란이 재연됐다”고 지적했다. 정용건 중앙위원(사무금융 위원장) 또한 “합의가 되지 못한 사안을 중앙위에 올려 회의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중집에서 합의가 되지 못했다하더라도, 민주노총 규약은 위원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며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건 제출 형식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민주노총 내 정파 간의 불신과 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 지적됐다. 김창한 중앙위원(금속노조 위원장)은 “내용 중심의 토론이 되지 못하고, 정파의 조직적 입장을 중심으로 토론이 되풀이됐다”며 “공통점을 찾아서 결의를 다져가는 장이기보다는 차이만을 부각하여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한 상근자도 “비본질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서로를 헐뜯고 차이를 ‘까발리는’ 데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정파들끼리의 장시간에 걸친 비생산적인 토론으로 인해 다른 중앙위원들이 실망하고 회의장을 이탈해 결국 유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의사결정 회의의 잇따른 무산과 유회 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가운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중앙위원은 “1백여명이 모인 중앙위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오는 25일 대의원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박유호 중앙위원은 “직선제를 하더라도 회의부터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실력부터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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