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18번째 부동산 대책
    ‘근본적 해법 누락’ 지적도
    투기수요 제어 vs 집값 잡기 역부족
        2019년 12월 17일 0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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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분양가상한제 지정에도 되레 집값이 오르자 정부가 또 다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 첫 지정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벌써 1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시지가 100% 현실화, 보유세 강화 등 근본적 해법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전날인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고가 주택 매입 시 대출규제, 분양가 상한제 지역 일부 확대, 종합부동산세 강화, 조정대상지역 내 한시적 양도소득세 완화 등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초로 불로소득을 위한 투기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에 이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 지역을 서울 8개 구에서 27개 동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동작·양천·용산·중·광진·서대문구 등 13개 구 모든 동으로 확대했다.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 등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5개 구의 38개 동도 핀셋 지정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광명·하남·과천 등 13개 지역 중 13개 동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새로 포함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동은 총 322개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부산, 대전 등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세제 개편’ 정책으론 다주택자들에게 적용되는 종부세도 인상하기로 했다. 종부세율을 1주택자는 0.1~0.3%p,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0.2~0.8%p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올라간다.

    또 정부는 3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대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대신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세 부담을 줄여준다. 정부는 내년 6월 말까지 이 지역에서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집값 상승분의 최대 80%에 해당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15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은 완전 금지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강화된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세입자 중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들이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이 시행된다.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도 시장 안정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

    이와 관련해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도 시장 안정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고 또는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 때문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이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보유하는 것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시가 현실화 방침,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인상, 양도세의 일시적인 단기 유예 조치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 주장에 대해 박 차관은 “과거에 분양가 상한 제도를 전국의, 모든 종류의 주택 공급 사업에 적용을 했을 때도 외환 위기 시절을 빼고는 공급의 위축이 전혀 없었다”며 “수도권 30만 호 공급 계획, 5개의 양질의 신도시 공급 계획,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꾸준히 늘려갈 것이기 때문에 공급 양 측면에서 안정 요인이 충분히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실수요를 뛰어넘는 투자 수요 또는 투기적 목적의 수요를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서 보유세 강화 또 양도세 단기 투자에 대한 강화, 갭투자 방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충분히 투기적, 단기적 수요 같은 것들이 통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시장 안정 효과가 당장 나타나고 또 그러한 효과들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대책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시장에서 제대로 반응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당연히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내야 한다”며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 같은 것들을 매번 대중적으로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년 상반기에는 필요하다면 수요, 공급 양 측면에서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공시지가 정상화’ 등 핵심조치 빠져”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선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위기라고 봤을 때 정부의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강력한 핵심 대책은 빠지고 공급 확대책까지 포함돼있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일성한 상승세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안정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집값 상승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이후에 계속해서 상승을 했다”며 “최근 경실련 땅값 추정을 보면 이 정부에서 단기간 내 최고로 올랐고, 이 외에 서울시에 있는 실거래된 아파트값 현황을 보더라도 40%라는 막대한 상승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는 이것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향안정화 되어 있다고 평가하고 특정 지역의 고가 부동산의 투기 세력만 잡으면 된다는 식으로 상황을 축소 해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변방만 울리는 정책들만 계속 나열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 의지가 있었다면 지금의 위기에 대해서 제대로 상황을 파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모두 포함돼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선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하나하나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1주택자 9억 초과 경우에 LTV 20%까지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금 부자들은 전세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전세 끼고 주택매매 나선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무엇보다 이 정부에서 그나마 많이 한 주택자금 대출을 죄는 정책은 지금의 집값 상승 위기를 통해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국장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빠진 핵심 대책으로 ‘분양가 상한제’, ‘공시지가 정상화’를 꼽았다. 종부세 인상 등 세제 개편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두 정책은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정부의 종부세 강화 정책에 관련해 “이미 9.13으로 종부세율 인상됐지만 집값이 오르고 있다. 이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지가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도 공개 검증을 통한 제대로 된 인상 의지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지가의 경우 정부의 의지로 조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공시지가를 2배 올려야 보유세율이 제대로 부과가 될 수 있는데, 지금 정부 대책은 공시지가에 대한 언급은 없고 고가 공동주택에 대한 현실화율을 인상하겠다는 계획만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선 “이번 대책에도 서울조차 다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 11월 27개동에 국한해 핀셋규제를 했는데 부작용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2년 전에, 전체에 적용을 해야 했으나 정부는 지금도 핀셋규제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적어도 지방 대도시를 다 포함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열여덟 번째 대책을 발표하는 동안 과정에서 거품을 키우고 가격만 급등”

    일부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이번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포괄적인 대책을 다루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여전히 대출규제나 종부세 상향조정,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 등이 또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열아홉 번째 대책은 또 무슨 내용인지, 언제 발표할 것이냐”며 “새 대책이 나오기 전에 열여덟 번째 대책의 숨겨진 대책의 허점을 찾아 이미 투기세력이 움직이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확고한 투기 근절 의지를 담은 근본 대책 추진은 미룬 채, 반복적으로 ‘찔끔 대책’으로 일관하는 데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심 대표는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열여덟 번째 대책을 발표하는 동안 과정에서 거품을 키우고 가격만 급등시켰다”며 “11월 분양가상한제를 지정할 때도 투기예상지역에 포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핀셋지정을 하자, 미지정 지역들에서 투기가 몰려드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투기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간 이후에나 사후약방문식으로 어제 서울시 절반인 13개 자치구 전체와 나머지 일부 등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지정했다. 이런 행태는 2018년 6월 ‘종부세 찔끔 개편’ 때도 똑같이 반복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부세를 크게 올려 투기를 막을 것처럼 하다가 일부 구간에만 미미하게 조정하자 안심한 투기세력이 대거 부동산 거품을 일으켰던 경험을 학습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열여덟 번 동안 대책이 반복 발표되는 동안 투기세력의 내성만 키워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번에도 정부가 확고한 투기근절 의지를 보였다고 자평하지만 열여덟 번째 대책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미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제 투기세력도 이미 열아홉 번째 투기대책을 예고한 만큼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투기세력 뒤꽁무니를 쫓는 뒷북대책을 끝내고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더 이상 자산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투기를 하면 손해를 입는다는 확고한 신호를 줘야 한다”며 “정의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국회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강도 높고 일관된 대출규제정책과 종합부동산정책, 주택소유정책, 공정임대정책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노무현 정부 시절엔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 실패가 정권을 잡아먹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17번을 넘어 18번째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대표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정부가 할 일은 2년 만에 수천조원 상승하게 만든 찔끔대책과 변죽대책으로 잃어버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정부 출범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한 채당 2.5억원이 상승했고, 강남을 비롯한 일부 아파트는 두 배가 상승한 곳도 적지 않다”며 “추가적인 상승만 막고 보자는 대책으로 일관한 결과”라고 지목했다.

    그는 “강력한 정책이 있다면 그것을 제시하면 될 것을 매번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찔끔 대책, 변죽대책을 반복한 것이 결국 집값을 낮출 의지가 없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많은 시민들이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며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변죽만 울리는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없이 추가 상승만 막고 보자는 정책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전면적인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투기를 조장하는 3기 신도시 중단, 보유세 정상화, 전면적인 분양가상한제 시행, 토지임대부주택 등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등 집값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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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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