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O 상소기구의 활동 정지는 미국의 수치
    [중국매체로 중국읽기] 기존 질서의 최대 파괴자는 누구인가
        2019년 12월 17일 09:2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번역자주: 미국은 기존 질서의 최대의 수혜자라 할 수 있다. 미국 패권은 그 위에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보면 미국은 그 같은 질서를 파괴하는 데 스스로 앞장서고 있다. 이는 21세기 초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환구시보 사설>

    2019-12-09 18:40(현지시각)

    미국의 강력한 저지로 WTO(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시스템인 상소기구가 화요일(현지시간 11일) 활동이 정지될 예정이다. 그 기구는 원래 판사가 7명이었으나 2018년 1월 이후 3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상소기구 구성의 최소인원인데, 3명의 상소위원 중 2명의 임기도 화요일로 끝나게 된다. 이 상소기구는 국제무역의 법치를 지키는 가장 귀중한 도구인데 워싱턴은 이를 스스로 압살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가 포괄적인 무역협정을 기초로 1995년 창설된 것을 시작으로 이 상소기구도 동시에 설립되었다. 이 기제의 두드러진 특징은 독립성에 있다. 권력정치의 간섭을 받지 않고 WTO 성원들의 크기를 불문하며 이 기제에서 평등하게 제소하거나 자신을 변호할 권리를 갖는다. 미국이 상소기구에서 여러 번 패소했기 때문에 이 기제에 대한 워싱턴의 불만은 날로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WTO 상소기구를 무너뜨리는 것은 미국 정부의 감추지 않는 목표가 되었다.

    상소기구의 기능정지 이후 약소 경제국은 “시시비비를 따질 곳이 없기”에 피해가 가장 클 것이다. ‘정글 법칙’ 또한 상당 정도 부활하게 될 것이다. 비록 각각의 성원들은 WTO 규정에 따라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계속할 수는 있지만, 상소기구의 판결 같은 ‘위협’이 없다면 협상은 ‘이성’의 제약을 받기 어려워 ‘힘’이 더욱 날뛰기 쉽게 된다.

    미국이 지금 전 세계적 차원에서 패권을 추진하는 것은 사태를 한층 악화시키게 한다. 미국은 그전에는 특정 국가나 집단에게 양보를 압박하였지만, 이제는 공공연하게 WTO라는 국제기구를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바꾸려 한다. WTO의 다른 성원들이 이를 원하지 않자 그 조직의 가장 관건적 기구의 운영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슈퍼 건달’의 수법으로, 다른 나라들은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한 번 가정해 보자. 만약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어 미국처럼 유엔 기후행동의 틀을 허물고 유네스코에서 탈퇴하며, 이미 체결된 이란 핵 협약을 파기하고 주도적으로 대규모 무역전쟁을 일으키며, 가장 중요한 군축협의를 탈퇴하고 세계무역기구의 상소기구도 무너뜨렸다고 하자. 그런 상황이라면 서방 언론은 중국을 악마라고 욕하지 않겠는가?

    서방 언론도 워싱턴의 이런 행동에 불평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불평은 ‘투덜거림’ 정도로만 표현할 수 있다. 런던에서 파리 그리고 베를린까지, 다시 도쿄·서울·오타와까지, 그들은 침묵에 가까운 방식으로 미국의 갈수록 더 방자해지는 세계 질서의 파괴를 용인하면서 더 나아가 더욱 직접적으로 ‘미국 우선’에 봉사하고 있다.

    확실히 아무도 미국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종의 ‘법칙’이라는 것이 미국을 벌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국익은 세계를 향해 가장 멀리 확장되어 있기에, 질서가 존재하는 세계가 불확실성이 팽배한 세계보다는 훨씬 더 미국이라는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 미국의 현재 모습은 장기적으로는 국익 실현을 위한 비용만 늘릴 뿐이다.

    지금까지 세계의 다른 주요 국가들은 미국이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단 한 번도 진정한 단결을 한 적이 없다. 집단행동을 통해 미국이 그들의 일방주의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대가를 치르도록 한 적은 더더욱 이나 없었다. 그 주요 원인은 유럽연합·일본 등이 미국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감히 연합해서 미국에 본때를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언론에서조차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WTO는 다자주의의 기반이 되는 무대로 각국의 실질적인 이익과 관련된다. 상소기구 기능이 정지된 후 주요국들은 미국을 우회해 대체 중재체제를 형성함으로써 WTO의 주요 틀과 기능을 유지하고 대부분의 분쟁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미국이 어떤 약한 국가를 괴롭힐 때는 WTO 주요 회원국들은 최소한 괴롭힘을 당하는 나라에 도의적인 지지를 보내주어야만 한다. 이러한 행동은 WTO에 대한 미국의 파괴의 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강대국인 미국이 기존 질서의 최대 파괴자라고 하는 것은 21세기의 불행이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태도를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어떻게 서로 간의 협조 강화를 통해 미국이 주는 충격을 경감시킬 수 있는지는 지속적인 지구화의 추진에 있어 진정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필자소개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법학박사 , 노동교육가,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