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정책의 대전환'
    진보정당이 앞장서야
    [모멘텀의 목소리] 공공성과 생태적이고 차별 없는 복지교통으로
        2019년 12월 13일 03: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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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은 한 나라의 동맥이다. 예로부터 로마제국처럼 교통망을 잘 정비한 국가는 부강한 제국으로 성장하였고, 군수물자를 충분히 준비하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수송, 보급한 군대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교통은 한 국가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교통망을 잘 정비하였고 전국으로 각지로 이어진 간선도로망과 철도망으로 사람과 물자를 빠르게 목적지로 옮길 수 있고,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산업시설의 생산물들이 항만과 공항으로 신속히 수송되어 전 세계로 수출을 하고, 물자들을 곳곳으로 빠르게 수송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되었다. 밀레니엄의 파고를 지나 대한민국은 선진 산업국가가 되는 데 훌륭하게 닦인 교통망이 그 중역을 맡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질곡의 역사 속에서 발전을 견인해왔던 교통 정책의 수명은 끝이 났다. 대한민국의 교통정책은 도로를 우선하여 수도권과 광역권 지역의 심각한 교통 정체를 유발하여 국가의 동맥이 되어야 할 간선도로망이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수천만대의 차량이 내뿜는 각종 유해 배출가스는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고, 간선도로망과 철도망을 개설하기 위하여 산과 밭, 논들이 파헤쳐지고 있다.

    또한 교통은 이제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지역 토호와 건설사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선거 때마다 교통공약은 진정 시민들의 편의와 환경친화적인 것이 아닌 특정 지역의 집값 올리기 수단이 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로 가는 광역급행버스가 우리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는지의 문제로 극심한 주민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런 소모적 대립 속에서 교통의 주체가 되어야 할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장애인들은 누구나 버스터미널에서 운임을 지불하면 편하게 이용하는 고속버스도 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진보정당의 교통정책은?

    하지만 진보정당의 교통정책은 존재감이 없었다. 교통 문제는 진보정당에서 밀려난 담론이었다. 사실 밀려날 수밖에 없는 담론이었다. 진보정당의 열악한 실정에서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노동정책을 바꿔내야 했고,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소수자 인권을 위하여 투쟁해야 했었다. 이따금 교통정책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의제들이 주를 이루진 않았다. 여전히 진보정당에서 무릎을 탁 칠만한 교통의 진보적이고 새로운 전환에 대하여 생산한 정책은 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기존 기득권 정당의 정책과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정책을 내기도 하였다.

    진보정당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대중성과 선명성의 고민과 논쟁 속에서 다양한 의제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드디어 진보정당에서 녹색과 무지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기 위해서 주요한 환경 파괴 요소인 교통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왔고, 교통을 이용하는 민중들과 소수자의 교통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과제가 우리 눈앞에 온 것이다.

    이제 도로 우선주의적 교통정책에 새로운 전환을 선언할 시대가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교통정책은 도로에서 교통량을 어떻게 분산하고 수용할 것이냐가 그 주안점이었다면, 이제는 도로를 지나는 차량 자체를 줄여야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목전에 왔고, 부득이하게 도로를 지나는 차량을 어떻게 친환경적인 차량으로 바꿀 것인지의 고민을 시작해야만 한다.

    지금까지의 교통은 이윤을 위한 교통이었다. 그나마 철도는 공공성을 아슬아슬하게 지켜오고 있었지만, 보수정권 시대에서 철도도 민자사업이라는 이름의 신자유주의 광풍을 이기지 못하였다. 이윤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신분당선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고양 구간, 의정부경전철에서 보듯이 이용자들의 높은 요금과 혈세 낭비였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고속버스로 대표되는 버스는 애초부터 이윤을 위한 사업이었다. 버스회사로 대표되는 교통사업자들은 수익에 매우 신경을 썼다. 장사가 잘되는 노선은 마구잡이 증차를 하여 교통 흐름까지 방해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은 감차하거나 폐선했다. 그 가운데 장사가 잘 안될 수밖에 없는 시골 벽지의 할머니와 손자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왔고, 버스 노동자들은 가혹한 근무조건을 강요받았다. 우리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고 생각하는 버스회사와 버스노선들의 이면에는 가혹한 근무조건을 이겨내는 버스 노동자들의 절박한 절규가 있다. 그리고 공공성을 위한 준공영제라는 미명하에 시민의 세금을 KD그룹으로 대표되는 소수 버스재벌과 지역 토호로 이루어진 버스회사가 나누어 가졌다.

    그럼 과연 이런 과정에서 교통의 공공성을 확보하여 장애인 등의 소수자들이 편하게 버스나 철도를 이용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철도는 그나마 승강기 등의 장치들이 설치되었지만 여전히 큰 전환은 없었다. 전철을 타기 위하여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리프트에서 불귀의 객이 되었다. 그리고 혼잡한 수도권 전철을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것은 아직 큰 도전이다.

    버스는 더하다. 시내버스는 그나마 대도시를 중심으로 저상버스가 많이 보급되었지만 탑승보조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탑승과 하차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에 시민들은 항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버스기사들도 평소에 장비 사용법과 탑승 보조절차를 훈련받지 않는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상버스도 비싼 가격 때문에 모든 노선에 보급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이 정도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점이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는 전혀 보급되지 않고 있다. 이제야 한두 대 정도 휠체어도 버스를 탈 수 있는 장비와 차량들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대도시의 교통혼잡, 해결 방향은 대도시 집중 완화일 수밖에

    그리고 대도시 광역권의 교통혼잡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 대전, 광주, 울산 등의 대도시와 그 주변 위성도시와의 도로교통은 이미 그 한계를 보이고 있고, 이들 도시의 차량 통행량을 근본적으로 줄일 방법은 계획 중이거나 일부 사업은 사업성의 문제로 좌초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나 그 외 지방에서는 꼭 필요한 도로와 철도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한 좌초가 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균형발전으로 전국으로 대도시의 인구집중을 완화하는 것이 해결방안이 된다. 아무리 수도권에 철도를 더 짓고 도로를 확장하고, 신규 도로를 개통해도 그 혼잡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서울지하철 7호선이 인천으로 연장이 되어, 전국 최악의 혼잡을 보여주는 신도림역의 혼잡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하였지만, 결국 신도림역에 이어 대림역에서도 심한 혼잡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나마 대림역은 그 구조상 환승거리가 길어 환승통로에서 어느 정도 환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일 정도이다.

    신도림역의 혼잡한 모습

    교통정책은 도시정책과 세트

    결국 교통정책은 도시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도로우선주의 정책과 심각한 교통체증의 근본적인 이유는 후진적인 도시정책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철저히 도로망을 우선하는 도시정책과 수도권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구, 자본의 집중은 결국 도로를 아무리 놓아도, 철로를 아무리 놓아도 혼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국토의 균형개발과 함께 정책을 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진보정당은 아직 진보적인 교통의 대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이제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생태적인 교통의 대전환과 이윤 중심이 아닌 시민 편의 중심의 교통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진보정당이 전환적이고 균형적인 국토발전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만 한다.

    최근 전국철도노조는 경고파업을 하였다. 놀랍게도 그 파업의 요구사항이 철도 공공성이었다. 철도 기관사들은 내 월급의 인상이 아니라 시골 간이역에서 오매불망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와 손녀를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열차를 멈춘 것이었다.

    진보정당은 이런 요구에 새로운 진보적인 교통의 대전환이라는, 생태적인 교통과 자본과 특정 지역의 이익이 아닌 교통의 공공성 쟁취와 모두가 접근이 가능한 차별 없는 복지교통이라는 ‘진보적 교통의 대전환’의 깃발을 들고 선봉에 서야 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이제 진보정당은 정책으로써 답할 때가 왔다.

    필자소개
    '모멘텀' 회원. 정의당 교통동호회-정가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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