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책 가득한 공부방, 애들을 아프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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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22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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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부터 <녹색칼럼>이 신설됩니다. 매주 1회씩 환경과 생태, 녹색 가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독자 여러분들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녹색칼럼>의 필진은 오랫동안 이론과 실천의 영역에서 생태, 환경 운동을 해온 젊은 분들입니다. 최충식 대전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 명호 생태지평 연구원,  이유진 녹색연합 국제연대국장, 허남혁 대구대 지리교육학과 박사과정, 서왕진 전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참여합니다.<편집자주>

    1970-80년대에 유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학교를 설립하거나 개축하는데 힘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골 학교에서도 형, 동생 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풀 뽑고 벽돌 나르고, 페인트칠하고, 바닥에 콩기름이나 니스를 바르면서 구슬땀을 흘리곤 했다. 특히 안팎으로 흰색 페인트로 깔끔이 칠한 새 학교는, 주변의 허름한 농가에 비해 훨씬 좋아 보여 새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 마음 설렌 적이 있었다.

    과학의 안경을 끼고 추억을 돌아보면

    교실에 들어가면 페인트와 니스냄새가 진동했지만, 이 냄새는 새로운 것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눈이 따가워도 누구하나 불평한 적이 없었다.

    겨울철 수업시간엔 10여 평도 안 되는 교실에서 50-60명 정도의 아이들이 창문을 닫고 석탄난로를 때우며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그런데 왜 그리도 졸렸던지…. 깜박 졸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분필은 정확히 내 머리로 와서 꽂히고 만다.

    집에 가면, 어떤 친구한데 옮았는지 머리에 이가 많다. 이를 잡기 위해 시골 할머니들께서 손자의 머리에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화학약품 DDT(농약-30년 전쯤 생산중단)를 머리에 뿌려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끔직한 일이지만 어쨌든 우리 시대의 아버지 세대나 시골 출신의 30-40대들은 한번쯤은 겪어본 일들이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직한 소중한 추억을, 추억이 아니라 조금만 더 과학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건강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졸면 분필을 던지거나 회초리를 들으셨다. 물론 잠이 많아서, 피곤해서, 공부하기 싫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졸린 이유는 교실의 실내공기오염 때문이기도 하다. 10여 평이 되지 않는 교실서 난로를 피우고 50여명이 모여 있으면, 당연히 산소는 부족하게 되고 이산화탄소는 많아진다. 심하게 표현하면 아이들이 질식되는 것이다.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왜 더 졸릴까

    아마, 요즘 좁은 학교 교실에 5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하면 조는 학생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환기가 잘 안되는 버스에서 40여명이 탑승하면 졸린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또, 아이들이 두통을 호소하거나 피부병을 앓는 것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교실과 복도에 칠하는 페인트 성분이나 접착제 등의 이유가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VOCs(Volatile Organization Compounds-휘발성유기화학물)라고 불리 우는데, 페인트나 접착제 성분에 신경독성물질인 톨루엔이나 중추신경계 영향물질인 스티렌, 발암물질인 벤젠 같은 휘발성 인체 유해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폐에서 걸러지지 않는 미세먼지(PM10)가 실내공간에 많이 떠다니면서 아토피 피부염이나 기관지염이 옛날 학교에서도 빈번히 발생하였다.

    다만, 예전엔 산에 나무도 많고 도로에 자동차도 적고, 연료를 많이 태우지 않아 일반 대기 중의 공기가 매우 깨끗했었기 때문에 실외생활이 많았던 그 시절엔 화학물질 과민증이 쉽게 해소 되었지만, 지금은 학교나 집, 바깥 공기 할 것 없이 오염되어 있고, PC방이나 찜질방, 백화점 등 실내생활이 많기 때문에 한번 병이 발생하면 쉽게 낫지가 않는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서구의 잘사는 국가에서도 모든 건물에 과다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물질 과민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일본의 학생 중에는 화학물질에 민감하여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운동장에서 따로 수업을 받는 학생도 있을 정도이고, 집에선 화학물질을 막아주는 알루미늄으로 온 집안의 실내를 감싸는 경우도 있다. 특히, 서재의 책들은 모두 창고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포르말린 성분을 가지고 있는 새책 

    집안에 책을 전시하는 것은 우리나라 부모님들도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 평소에 읽지 않는 책들도 아이들 공부방이나 거실에 가득 꽂아 둘 때가 많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이들의 공부방에 새 책을 꽂아두면 아이들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편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요즘 책은 부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르말린 성분을 첨가한다. 포르말린이라 하면, 우리가 초등학교 과학실에서 토끼 해부한 것을 담아놓은 액체로 잘 알려져 있다. 즉, 책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증발되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편두통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거실에 빼곡히 전시한 책들도 바로 이러한 실내공기오염의 주범이 된다. 옛날의 책벌레는 적어도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해는 끼치지 않았다.

    2004년부터 학교와 집,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실내공간에서 오염물질이 발생되고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전 국민적으로 알려졌다. 이른 바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라 불려진 이 병은 하루에 20시간 이상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활하는 집이나 사무실, 학교, 유치원, 문화시설, 백화점, 지하역사 등에서 인체 유해물질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5월 30일, 환경부에서 발의한 ‘다중이용시설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이하 실내공기법)이 시행되었다.

    실내공기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대기오염 못지않게 실내공기오염도 심각해

    소비자들은 보다 친환경적인 건물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건설업 관계자들은 친환경 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거나 환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경우, 건설비용은 물론, 기존의 생산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내공기법은 시행초기부터 소비자와 건설업자 양쪽에서 모두 비판을 받게 되었다.

    특히 새 건물에 이사 간 일반 시민들은 ‘새집증후군’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러한 물질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경비가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조사기관도 극히 한정되었기 때문에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내공기 질 관리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개선되고, 시민들의 관심 고조, 조사기관이 늘어나면서 안전한 실내공간을 유지하기가 한층 쉬워졌다. 아파트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실내공기 질을 조사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하고, 그 기준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벌금을 물게 된다.

    때문에 요즘 건물은 예전처럼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아무리 법정비가 잘 되어 있다하더라도 실내공기 질 측정자의 양심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여전히 제도적 보완점이 요구되고 있다.

    요즘, 지구온난화나 이상 기온 현상으로 바깥 대기오염에 대한 심각성은 누구나 알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실내공기오염도 마찬가지이다.

    돈 적게 들이고 실내공기 개선하는 방법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이미 20년 전부터 실내공기 오염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고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선 예전에도 살았는데, 지금도 “상관 없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학교와 집은 우리들의 평안한 안식처이자 배움의 장이다. 이러한 학교와 집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다. 신선한 공기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우리 도시의 아이들, 조금만 추워도 감기에 걸리고, 면역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적어도 학교와 집은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돈을 적게 들여도 실내공기를 개선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새집이든 오래된 집이든 다음의 10가지 방법만 실천하면 일정정도 실내공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1. 실내에서 흡연 안하기

    2. 냉난방할 때 환기 잘 하기

    3. 포르말린을 사용하지 않은 목재가구 구입하기

    4. 청소 자주하기

    5. 천연소재로 만든 페인트 사용하기

    6. 새집에 들어가가전 난방하면서 환기하기

    7. 화학물질이 함유된 방향제 사용안하기

    8. 공기청정 식물 키우기

    9. 잠자는 방에 새가구 새책 두지 않기

    10. 집안에 휘발성물질 두지 않기

         
    ◎실내공기오염이 발생되는 공간

     

     

     

     

     

     

     

         
    ◎ 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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