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검사진 공개가 수사를 방해한다?
        2006년 08월 21일 06: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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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부검을 통해 확인한 부검사진 등의 자료를 가족에게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21일 고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의 가족과 권영국 변호사 등에게 부검감정서와 부검사진, 부검기록지 등을 공개할 수 없다는 ‘정보 비공개 결정통지서’를 전달했다.

    경찰은 정보 비공개 사유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 1항 4호를 언급하며 "범죄예방과 수사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사항에 해당되어 정보공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8월 11일 고 하중근 조합원의 가족과 권영국 변호사 등은 8월 2일 국가수가 포항동국대병원 영안실에서 실시한 하중근 조합원 부검 결과와 관련해 ①부검감정서 ②부검당시 부검팀에서 촬영한 부검사진 ③부검 당시 부검팀에서 작성한 기록지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요청서를 포항남부경찰서와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발송했다.

    이날 경찰이 밝힌 사유는 범죄예방과 수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였다. 그렇다면 부검감정서와 부검사진을 공개되면 범죄예방과 수사를 하는데 어떤 곤란이 있다는 것일까?

    정보공개청구를 한 권영국 변호사는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라며 "부검감정서라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로 이미 결론을 내놓고 있는 것이고 사진이라는 것은 물증이라 사람의 진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데 왜 수사에 방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찰이 스스로 가해자이기 때문에 부검결과를 정정당당하게 공개해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이라며 "수사를 핑계로 객관적인 결과를 스스로 은폐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오히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 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재정권 시절에 했던 시간끌기 수법

    상식적으로 가족이 죽으면 경찰은 그가 왜 죽었는지 사망원인을 가족에게 알려주고 관련자료를 보여줘야 한다. 내 자식이, 내 동생이 어떻게 사망했는지에 대해 가족은 당연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유족에게조차 객관적인 사망원인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가족들은 경찰의 정보 비공개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다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달의 시간이 지날 수밖에 없고 결국 하중근 조합원 사망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쯤 되면 경찰은 "사망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되고 이 사건은 미궁의 사건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에 경찰이 해왔던 수법이다.

    부검 지휘 검사, "다 공개해 줄 테니 빨리 부검하자." 약속 뒤집어

    더욱 심각한 것은 검찰과 경찰이 유족과 권영국 변호사 등 관련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에 따르면 하중근 조합원의 부검이 있었던 지난 8월 2일 포항 동국대병원 영안실 앞에서 유족과 경찰 사이에 사진 촬영에 대한 실랑이가 있었다.

    권 변호사는 "당시 부검을 지휘했던 정대정 검사는 사진촬영을 요구하지 말고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사진이나 이런 걸 다 공개해 줄 테니까 빨리 부검을 하자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이 포항남부경찰서와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정보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에 검찰이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 하중근 열사 대책위는 22일 10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다.

    "경찰이 떳떳하다면 왜 공개를 하지 않느냐?" "사진을 통해서 진실이 드러날까봐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상식적인 물음에 검찰과 경찰은 뭐라고 답변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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