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춘, "범여권 대안 마련을 위해 대논쟁하자"
        2006년 08월 21일 04:4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열린우리당은) 좌파적 수구세력으로 전락할 것인가?’라는 논쟁적인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 행태, 정치적 태도, 이념, 조직노선 등을 전면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안 마련을 위한 범여권 차원의 ‘릴레이 대논쟁’을 제안하고 있다. 김 의원이 이날 던진 문제의식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에서 나온 여러 ‘자성론’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전면적인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 개혁 세력 무능에 국민 거부감 극에 달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바 있는 김 의원은 선거 후 약 두 달간 두문불출하며 대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올린 글은 그 모색의 첫 성과인 셈이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한 ‘독수리 5형제’의 한 명으로, 지난해에는 열린우리당의 신강령 기초 작업을 주도한 이론가이기도 하다.

    이날 올린 글에서 김 의원은 현재의 상황을 "진보진영과 중도개혁세력 전체의 위기"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진보세력, 개혁세력의 낡은 논리와 독선, 무능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경향이 고착된다면 내년 대선의 패배는 물론이고 앞으로 상당기간(적어도 10년동안)은 복고적 반동의 물결이 이 나라를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이 이렇게 된 원인으로 김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의 무능과 독선을 꼽았다. 김 의원은 먼저 "혁명을 하는 것처럼 정치를 했다"고 여당의 정치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에 의해 분배의 정의에 치중하는 좌파라고 비난받으면서도 정작 서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존재로 우리를 인식하게 만든 것은 정치적 무능 그 자체"라며 "무엇보다 우리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민 대중들의 삶은 더 고단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여권의 무능과 무기력을 질타했다.

    일장춘몽으로 끝난 ‘전국정당, 백년정당의 꿈’

    김 의원은 여당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서도, "견디기 힘든 자기부정일 수밖에 없다"며 "지역적 지지기반을 스스로 부정한 상태에서 계층적 기반마저 무너져버린다면 전국정당, 백년정당의 꿈은 일장춘몽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 3년 동안 하위 40% 서민들의 근로소득, 사업소득이 실질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급증한 상황은 우리당이 발디디고 있는 정치적 토대가 얼마나 사상누각이었는가를 잘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여당의 정당실험에 대해서도 "무모한 모험이었고 과도한 열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위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의 지향 속에서 기간당원제는 결국 경선후보자들을 위한 동원당원, 종이당원제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원내와 당의 분리 방침을 "현실을 무시한 속도위반의 실험"으로 규정하면서, "당의 강령적 노선이 채 확립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당과 원내의 이중권력 체제는 가뜩이나 취약한 당의 단결을 해치고 일사불란한 행동과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데 저해 요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세계화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파장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여당의 주요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노대통령 국민과 ‘소통 장애’ 있다"

    김 의원은 "국민은 살기가 힘든데, 미래의 희망이 안 보이는데 대통령과 정부는 거시경제지표를 들어 경제가 괜찮다고 했다"면서 국민과의 사이에 ‘소통의 장애’가 있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수출실적과 무역수지흑자가 호조를 보이고 대기업들의 수익채산성이 좋다고 해서 국민들 다수가 더불어 풍족해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나쁜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은 나빠졌다"면서 "(그런데) 대통령과 경제부처는 전체 지표와 세계적 흐름만 바라보지 그 안에서 시나브로 곪아가는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가슴으로 함께 아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김영춘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김 의원은 한미FTA를 예로 들어 노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 방식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참여정부를 자처하면서도 지지자들, 나아가 이해당사자와 국민들에 대한 설명과 동의 과정도 제대로 조직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정책을 추진해가는 독선적인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여당이 지리멸렬해진 궁극적인 원인을 ▲잘못된 당청관계 ▲철학과 비전의 부재 등 두 가지로 요약하고,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발전 잠재력을 훼손시키는 요인은 어떤 것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시장과 규제에 대하여, 복지모델에 대하여, 기업과 노조에 대하여, 그리고 북한의 개혁개방과 주민 인권 문제 등에 대하여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여 정책으로 제시하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한나라 연합전선은 역사발전에 도움 안돼

    이런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 규정에 대해 "우리당의 다수 의원들은 도저히 신자유주의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느라 어쩔 수 없이 얻은 상흔인데, 이것이 정체성 혼란을 초래한 기본 배경"이 됐다면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비전과 철학’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어떤 세력통합도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하면) 혹시 대선에서는 승리할 지 몰라도 역사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지향과 관련해 "나는 미국 민주당이 우리가 지향점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민주당은 공화당보다는 분명히 진보적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온정적인 정당이다. 그러면서도 소수 좌파로부터는 끊임없이 배격당하는 주류정당이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중도개혁세력의 정당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가발전 전략과 관련해 "세계화와 시장주의의 큰 원칙은 적극 수용하되, 역사적 배경과 국가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고 우리가 배울만한 다양한 선진모델들을 참고하여 우리만의 국가발전 및 사회통합전략을 세울 일"이라며,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발달사의 반동"

    김 의원은 특히 "신자유주의는 세계 자본주의 발달사의 반동이며 이기적 미국의 패권 논리에 다름아니다"고 지적하고, "신자유주의를 금과옥조의 시장주의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북한문제를 재앙이 아니라 축복으로 만들어가는 국가전략이 우리의 미래비전에 필수적이며 이것은 경제문제와 더불어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한 외교전략의 양대축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대안모색을 위한 범여권의 릴레이 대논쟁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충실한 연구와 토론을 바탕으로 각자의, 각 그룹의 의견들을 제출하고 릴레이 대논쟁을 전개하자. 이 논쟁은 열린우리당 정치인들만의 논쟁이어서는 안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중도개혁세력의 부활을 소망하는 모든 국민들의 치열한 논쟁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그 대논쟁 속에서 재기의 동력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