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륙운하, 여권 촉각 곤두세운 '무관심'
        2006년 08월 21일 09:3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권행 승부수를 띄웠다. 이른바 내륙운하 건설 프로젝트다. 내륙운하 프로젝트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총연장 553km)와 금강과 영산강을 연결하는 ‘호남운하'(총연장 200km)를 건설하는 초대형 토목 사업으로, 이 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90년대 중반부터 구상해온 ‘한국판 뉴딜정책’이다.

    이명박 "내륙운하, 모두 잘 살게 하는 방안"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제1공약으로 내세울 ‘내륙운하’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17일 부산 을숙도공원을 방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양대 운하를 통해 전국을 물길로 완전히 연결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개요인데, 이를 위해 이 전 시장은 지난 17일부터 3박4일간 ‘경부운하’ 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대운하 1차 탐사’를 마친 데 이어 내달 초에는 ‘호남운하’ 지역을 답사하는 ‘2차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1차 탐사를 마친 뒤 이 전 시장은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진정한 균형발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두가 잘 살면 지역감정이 있을 수 없다. 내륙운하는 이를 위한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썼다.

    또 "미래에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내륙운하도 생기면 중국, 아시아 대륙에까지 크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내륙운하 프로젝트란 경제성장, 지역균형 발전, 통일의 3대 이슈를 아우르는 ‘1석3조’의 포석인 셈이다.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비판론자들, "내륙운하와 청계천은 다르다"

    먼저 70년대식 개발주의의 재판이라는 비판이 주종을 이룬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수석 사무부총장은 "반환경적이고 경제성도 없는 사업"이라고 혹평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연령, 성, 직종 등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정보통신,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래의 토목, 건축 마인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청계천 복원’과 ‘내륙운하 건설’은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두 위원장은 "청계천은 개발사업이었지만 환경의 복원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며 "내륙운하는 전형적인 개발사업으로 환경론자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윤철 실장도 "청계천은 환경이라는 새로운 가치와의 접목이 가능한 아젠다였지만, 내륙운하는 그렇지 않다"며 "사업에 대한 국민적 동의의 수준이 높이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륙운하 행보를 대권을 의식한 이미지 정치의 연장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국민들에게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대선주자란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이명박 시장을 건교부 장관으로 임명해야겠다"고 이 전 시장의 ‘토건주의적’ 감수성을 꼬집기도 했다. 

    노회찬 "대선주자란 사람들 사진 찍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내륙운하의 내용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그 정치적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찬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은 "찬반이 분명한 이슈를 치고 나가는 게 이 전 시장의 스타일"이라며 "되도록 논란거리로 만들고 이슈화시키는 게 이 전 시장측의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 여당, 정부가 검증하겠다고 나서면 그 순간부터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응하자니 말려들 것 같고 무시하기에는 영향력이 크다"면서 "여당이 난감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내륙운하에 대한 비판론이 정치권에서 전면적으로 제기되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다. 비판 행위 자체가 이 전 시장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사무부총장은 "(내륙운하는) 만지면 커지는 사안"이라며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병두 위원장도 "논쟁화될수록 이슈가 집중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여권이 반응하면 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않는대로 불리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을 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라며 "(정치적 효과만 계산에 뒀다면) 지금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굳이 논란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느냐.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논란거리가 되고 찬반양론이 따를 것임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명박 쪽, "수도이전은 우발적, 내륙운하는 장기 계획"

    그는 여권의 ‘무대응’에 대해 "(여권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다보니까 (이 전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가 오히려 적어졌다"면서 "좋은 것 같다. (여권이 내륙운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여권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 전 시장측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이전 공약을 내세웠을 때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논쟁거리로 떠오르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렸다"면서 "(내륙운하에 대해) 여권이 관망하는 것은 그런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도이전 공약은 치밀한 계획 없이 우발적으로 나온 것인데 반해 내륙운하는 장기간 치밀하게 거듭 확인해가며 완벽한 수준으로 준비돼온 이슈"라며 "여권이 대응하지 않아도 ‘자체동력’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