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몰락 ‘원소’같은 인물 너무 많기 때문
    By
        2006년 08월 21일 08:5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아마도 정치의 영역에서 가장 죄악이 무능하고 무지한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면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순수하고 훌륭할지라도 험한 세파를 거쳐 온 대중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중원 무대에서 명멸한 무능한 자들의 역할

    특히 한국처럼 이례적으로 고도성장을 통하여 제3세계를 탈출하여 선진국의 초입에 다다른 나라에서는 시골의 촌로가 생존을 위하여 체득한 정보가 대학교수의 거창한 논리보다 우위에 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친 명분의 추구는 유연한 사고를 막기도 한다. 일단 살아서 후일을 기약하여야 하는데 장렬히 전사하는 것만 중시한다면 인민의 희망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의 변화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 또한 그러하다. 이들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모험을 하지 못하고, 과거에 만들어진 것만 유지하려고 한다.

    삼국지에는 이처럼 명멸하는 많은 집단들이 등장한다. 난세에 결국 위, 촉, 오로 천하가 삼분되는 것은 이들의 장점도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무능하거나 무지한 이들이 길을 닦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삼국지는 위, 촉, 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퇴장하고 명멸하는 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일이다.

    원소, 난세에 현실 안주로 망한 대표적 인물

    난세에 현실에 안주하여 망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원소이다. 굳이 원소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실제로 유비나 조조 같은 인물보다는 가장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인물이나 집단이 원소류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굳이 명문대가의 자손이 아니더라도 현재 형성된 자기 위치에 만족하여 변화의 주체가 되려 하지 않는 인물이나 집단은 영원한 원소의 후예이다. 당대의 재사와 장수, 가문의 후광, 강력한 군사력과 재력,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황제의 중요성과 전략, 전술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원소는 조조의 재물이 되고 만다.

    사실 원소는 가장 전형적인 유형으로, 유비가 자신의 대의를, 조조가 천하통일의 강렬한 야망을 포기하였다면, 언제라도 원소처럼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주 자그마한 성공에 취해 원소처럼 행동한다면 사실 그 집단이나 조직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원술이라는 인물은 원소가 가진 우유부단함에 과도한 자기도취와 탐욕까지 가지고 있다. 인민들의 마음에 한(漢)왕조가 남아 있는데 자신을 황제라고 칭한 것은 사실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니 망하더라도 아무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민주노동당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도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극단적인 패배를 당한 것은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에는 너무 많은 원소와 원술의 후예들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파트 분양원가 하나 공개 못할 정도로 우유부단할 뿐만 아니라 복지를 위해 주세를 올린다고 할 정도로 철학이 부재하니 자신이 가진 위치를 보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민주노동당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원소처럼 되기에는 너무 가진 것이 없는 정당이었는데, 정치적으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가 13%와 10석에 취해 불행히도 원소의 후예를 자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지난 17일 청주에서 민생경제상담을 벌이고 있다.(사진=민주노동당 충북도당)
     

    재삼 하는 이야기지만, 지방선거 당시 진보개혁세력 주자 교체론을 보면서 원소를 넘어서 원술스러움까지 보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탐욕에 눈이 멀어 황제에 등극하여 그대로 패망한 원술처럼, 패배의 전야에 있는 열린우리당을 뒤이어 대표주자로 등극하겠다고 탐욕을 부렸으니 말이다.

    원소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민주노동당 초기성장에 큰 기여를 하였던 경제민주화운동본부 팀들이 다시금 원외정당 시절처럼 민원상담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원소가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민주노동당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광과 우유부단함으로 무장하여 서서히 몰락해 가는 원소가 아니라 대의에서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유비와 전략에서 신속함과 과단성을 보여주는 조조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인물인지도 모른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