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 잃은 ‘종북좌파’ 대신
    '소수자 혐오'로 보수 결집
    차별금지법 제정 제자리···보수기독교계와 보수정치권 야합 때문
        2019년 12월 04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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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차별금지 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해 규정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이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정의당 심상정·더불어민주당 금태섭·민중당 김종훈 의원의 공동주최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보수기독교계와 보수정치권의 야합
    힘 잃은 ‘종북좌파’ 대신해 소수자 탄압을 결집의 도구로

    이 자리에선 보수기독교계를 등에 업은 보수정치인들이 ‘차별’과 ‘폭력’, ‘혐오’를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분석을 내놨다.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수기독교의 논리와 정치권의 이해가 맞물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최근 동성애 혐오는 보수정치세력 입장에서는 반공주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통한 보수정권 유지나 재창출과 개신교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단체들이 유투브 등을 활용해 동성애 혐오론을 펴는 것에 대해 “이러한 정치적 퍼포먼스는 혐오 발화가 하나의 정당한 정치적 입장의 표현(표현의 자유)으로서 인식되게 만들고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나 권리로서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대중과 시민사회에 전달한다”며 “이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이를 하나의 정책적 선택지로서 고려할 수 있도록 만든다. 정치권은 그러한 극우적 입장을 대의제 하에서 제도화하고, 그럼으로써 ‘샤이(shy)’ 보수 개신교인의 결집을 유도한다”고 짚었다.

    ‘종북’, ‘빨갱이’와 같은 혐오 표현이 정치적으로 힘을 잃으면서 성소수자, 이민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북 게이’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성소수자 혐오는 그 자체로 의미화 되기보다는 ‘정상=국가경쟁력=애국’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의미화돼 극우적 논리를 주조해 낸다”며 “‘종북게이’나 ‘좌파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직관적인 용어들은 낡은 반공주의 프레임인 ‘종북좌파’에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을 이용해 반공국가의 위기를 사적 일상(연애-결혼-가족-건강)의 위기로 재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오늘날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보다는 섹슈얼리티나 성소수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더 만연해 있으며, 보다 쉽게 대중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피해가기 전략만으로는 집권 연장 한계 각인시켜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여론조사를 펴면 압도적 다수가 찬성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 법의 제정을 뒷걸음질 치는 이유는 과잉대표되고 있는 일부 보수기독교계의 반대 때문이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전무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된 분위기”라며 “의원 개인적으로는 찬성이지만 보수선동세력의 공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여전히 대표적인 기피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상황들은 최소한 멈춰 섰거나 오히려 후퇴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진단하며 “정치권의 의지 없음을 이제 차별금지법 제정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식하고 이를 전환하기 위한 특별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수구보수정당들은 보수세력 집결을 위한 개혁세력 공격의 역사성을 가진 주요한 무기로 차별 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등이 단순히 피해가기 전략만으로는 집권 유지와 연장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각인시킬 필요 있다”고 했다.

    특히 ‘종북좌파’ 프레임이 더 이상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혐오선동세력이 수구보수의 결집을 위하여 노골적으로 차별을 선동하고 있으며 이에 기생하는 수구보수정당에 대한 심판으로서의 내년 총선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제정 운동, 차별에 대한 저항을 넘어 법 제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대의 확장도 요구된다.

    김조광수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논의와 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름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인데 제정을 위한 운동보다는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며 “제정을 목표로 한 전략과 전술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 사무처장도 “법 제정을 위한 연대기구의 구성이나 주요활동의 주체가 인권운동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최근 사회운동의 핵심 키워드가 ‘불평등’ 이라는 점은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불평등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 확장의 전제임을 강조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기독교단체, 교회 내부의 주체들을 연결하고 간담회, 토론회 등등의 방식을 통하여 차금법 제정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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