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와 된장은 평화 음식이다
        2006년 08월 20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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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글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쌀과 콩이 농사의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이 농사야말로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공생하며 그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순환의 삶을 일구게 해준다. 더불어 사람들 간에도 협동과 조화를 돋구어 주기 때문에 가장 평화로운 농경문화를 만들어준다.

    유일하게 밥에 콩을 넣어 먹는 우리 조상들이 이와 같은 으뜸가는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그런 평화로운 농경문화에 덧붙여진 백미가 바로 김치와 된장이다.

    우리의 김치와 된장은 우리 민족을 매우 평화롭고 공동체적인 사람들로 만들어주었다. 일제식민통치 시대 때 총독부 공무원 한 사람이 한반도 농촌 구석구석을 돌며 쓴 책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다카하시 노보루)에서 저자는 조선 농민을 표현하기를 ‘소 눈망울 같은 눈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했다.

    조선 말 서양 사람이 찍은 우리 농촌의 한 풍경 사진에는 해질 녘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며 소에게 먹일 풀들을 무겁게 등지게로 잔뜩 지고 가는 농부가 있었다.

       
     

    김칫독 된장독 들고 침략할 수 없어

    왜 저 사람은 힘들게 무거운 것들을 소에게 싣지 않고 직접 지고 가는 것일까? 물어보았더니 하루 종일 힘들게 일을 한 소에게 어떻게 무거운 짐을 지고 가게 할 수 있느냐라는 답이었다고 한다. 그게 우리 농부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는 사람을 넘어서서 동물까지도 함께 하는 그런 공동체였다. 말하자면 가축도 식구공동체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치와 된장이 도대체 뭐기에 우리 조상들을 온순하고 평화로운 사람들로 만들었을까? 우선 표피적으로 볼 때 이런 음식을 갖고는 근본적으로 남의 나라를 쳐들어갈 수가 없다. 바로 김칫독, 된장독 때문이다. 그 무거운 독을 들고 다니며 어떻게 머나먼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겠는가?

    게다가 김치와 된장은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발효를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담가놓으면 계속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지 움직였다가는 공기가 들어가 쉽게 썩게 된다. 얼마 전 50년 된 간장독이 발견되었는데 약간 신맛이 날 뿐 간장맛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방어전쟁은 잘 하는 나라가 우리다. 김치와 된장은 한번 담그면 오래가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

    침략전쟁을 잘하는 나라는 육식을 즐기는 나라

    침략 전쟁을 잘 하는 나라들을 보면 한결 같이 육식을 주식으로 하거나 즐기는 나라들이다. 몽골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육포가 큰 공로를 했다. 따로 특별히 보급부대가 필요 없으니 기동성이 아주 뛰어나다.

    또한 육식을 하면 사람의 성정이 사나워진다. 맹수가 초식동물보다 사나운 것과 같은 이치다. 좋게 말하면 용기가 백배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영국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한 전쟁을 벌일 때 전투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고기를 맘껏 먹였다고 한다. 초식보다 육식이 병사들을 더욱 용기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육식의 종말66쪽, 제레미 리프킨, 시공사)

    김치와 된장문화는 자급자족 문화

    김치와 된장 문화는 자급자족 문화다. 논과 콩농사는 전혀 땅을 황폐화시키지 않고 영구히 그 땅에서 삶을 지속시킬 수 있게 해준다. 김치와 된장은 발효과정을 통해 원재료의 영양도 늘려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저장을 가능하게 해 흉년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음식들의 기본 원리는 오래도록 먹을 수 있게끔 하는 것과 적은 것을 많은 사람이 같이 먹게 하는 것이다. 앞의 것은 다양한 발효음식으로 발전하고 뒤의 것은 국과 찌개 음식으로 발전한다.

    이런 음식 문화를 살찌우며 우리 조상들은 한 자리에서 자연을 지키고 흙을 지키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왔다. 풍요롭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도 않았으니 남의 나라에 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제국주의가 육식문화에서 나온 것도 같은 이치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밀과 목축으로 대표되는 땅 수탈 농사를 짓다보니 자신들의 땅은 곧 황폐해져 남의 땅을 넘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화학비료나 농약을 만들어 수탈하여 생긴 땅의 빈자리를 메우려 한다.

    황폐해진 땅에서 계속 살려면 외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적인 에너지 투입을 하려면 에너지를 다른 데서 구해 와야 하기 때문에 또 남의 땅을 넘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식구는 침 공동체

    김치와 된장 문화가 평화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더불어 살 줄 아는 공동체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 밥상을 보면 기절초풍할 장면들이 많다. 우선 우리는 식구들이 서로 침을 나눠먹는 음식 문화다. 자기 것은 밥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같이 나눠먹는다. 국도 찌개도 김치도 고추 찍어먹는 장도 이 젓가락 저 젓가락 들락거리며 서로 침을 나눠먹는다. 큰 접시에 자기 먹을 음식들을 다 긁어모아 혼자서 먹는 서양인들의 식습관으로 볼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불결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우리의 식구란 따지고 보면 침 공동체다. 그런데 그 침에는 입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섞여있다. 병원균도 있겠지만 발효균과 같은 유익한 미생물도 있다. 아이는 엄마 배속에서 있을 때나 나올 때나 나와서 엄마 젖을 먹을 때나 엄마가 갖고 있는 좋은 미생물을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온 식구가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침을 통해 온 식구의 미생물들을 함께 나누며 먹고 산다.

    그래서 우리 밥상은 아무하고나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옛날엔 가난해서 그러하기도 했겠지만 나가서 밥 먹고 들어오지 않는 것이 기본 생활습관이었다. 우리 어릴 때 친구 집에서 놀다가도 밥 때가 되면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친구 집에서 밥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은 그 시절을 겪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똥오줌 마려우면 집에 와서 쌌던 것처럼…

    어쨌든 우리 밥상은 기본적으로 믿음과 정이 있는 사람이라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지 접대를 위해 낯선 사람하고는 함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밥상에 함께 하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먹는 것도 중요한 예의이다.

    이처럼 우리 밥상은 서로 나눠먹는 게 기본 성격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기본은 밥상 공동체, 식구 공동체다. 밥상의 원재료인 쌀도 더불어 함께 생산하고 밥도 더불어 함께 나눠먹고 먹고 싼 똥오줌은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어 자연하고도 더불어 살 줄 아는 평화로운 공동체 문화를 일구어 온 것이다.

    된장찌개 먹고 싼 똥과 고기 먹고 싼 똥의 차이

    마지막으로 김치와 된장이 평화로운 것은 사람의 성격을 온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초식은 육식과 달리 사람은 온순하게 한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차이도 같은 것인데, 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똥을 보면 된다.

    초식동물의 똥은 그래도 똥이기 때문에 좋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구수한 게 맡을 만 한 데가 있다. 반면 육식동물의 똥은 아주 독한데 얼마 전 농가에서 멧돼지 피해를 예방하는 데 호랑이 똥이 효과가 있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육식과 초식을 같이 하는 돼지와 닭 같은 잡식성 동물의 똥도 아주 독하다. 사람도 김치나 된장찌개 먹고 싼 똥과 고기 잔뜩 먹고 싼 똥이 다르다. 이건 시험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쨌든 고기와 같은 독한 음식을 몸 속에 지니고 있으니 성격이 온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육식은 영양이 높은 단백질과 지방 투성이라 그로 인한 많은 에너지를 빨리빨리 분출해야 하니 사람의 성격이 사납거나 좋게 말하면 아주 적극적이게 된다.

    연탄가스 중독되면 김치 국물 마시고 상처나면 된장 바른 이유

    초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발효음식이다. 얼마 전 사스가 김치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치에 풍부한 유산균이 강력한 살균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밝혀졌지만 예부터 우리는 연탄가스에 중독되거나 몸이 좋지 않으면 김치 국물을 마시고, 상처가 나거나 불에 데이면 된장이나 간장을 발라 치료하였으니 그것의 효능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유산균은 천연항생물질을 뿜는 대표적인 병원균 천적 미생물이다. 살아있는 흙 속에도 이런 미생물이 많다. 이런 발효균들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나쁜 균이나 독들을 잘 분해시켜준다. 그래서 장에 유산균이 많으면 피부도 고와지지만 간의 피로를 덜어주고 성격도 온화하게 만들어준다.

    밥상을 보면 한 사회의 근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밥상 음식의 재료가 어떻게 구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갈무리되며 가공되는가를 보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알 수 있고, 또 밥상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를 보면 그 사회의 기본 인간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똥 얘기를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먹는 얘기를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먹는 얘기는 나중에  더 하기로 하고 약속드린 대로 다음부터는 우선 본격적인 똥 얘기를 풀어보는 것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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