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가부 주최 '가족다양성' 토론회,
    동성애·동성혼 언급 제외 통보···"검열·차별"
    가족구성권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등 항의와 토론회 불참
        2019년 12월 02일 06: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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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가 가족다양성 정책 관련 토론회에서 ‘동성애’와 ‘동성혼’ 관련한 내용을 제외해달라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와 민달팽이유니온 등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참 의사를 밝혔고, 정치권 일각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성소수자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가족다양성 정책 포럼 ‘가족정책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았으나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이 단체는 공동체주택에 사는 청년 당사자 사례를 소개하기로 하고 여가부의 요청을 수락했으나 직후 ‘동성혼 부분은 별도로 논의가 필요하므로 이번 토론회에서는 제외하기로 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다른 회차 토론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별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가족구성권연구소가 낸 입장문을 확인하고 토론회 불참을 통보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동성파트너십을 배제하는 자리에 대체재로서 불려가기를 거부한다”며 “동성애를 향한 낙인은 언제고 또 다른 낙인으로 이어지며 결국 사회 구성원들 중 누구도 그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그 길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가족다양성 시대, 현행 법령 개선과제’ 토론회 참석을 요청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여가부는 이 단체가 토론문을 제출한 바로 다음 날 ‘동성혼에 관한 내용을 토론문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토론자였던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토론문을 보면 “정상가족의 형태를 규정짓고, 개인들이 다양하게 형성한 친밀한 관계를 부정하고 정책 대상에서 배제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민법 제779조의 삭제”, “생활동반자등록법제정을 통해 혼인/혈연 관계가 아닌 ‘다양한 가족’들의 가족 생활, 가족 실천을 지지하고 공동재산의 보호, 사회보장/의료절차/가정폭력 등에서 배우자 지위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 “동성결혼 법제화를 통해서 차별을 철폐” 등을 밝히고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입장문을 통해 “‘가족 다양성’을 언급하면서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논의를 사전에 규제하고, 사회적 논의를 하는 장에서 오히려 가족상황에 따른 차별을 행하는 정부가 개탄스럽다”라며 “다양성은 국가에서 허용하는 한에서 질서를 넓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구성권연구소의 입장문으로 논란이 일자 부처 차원에서 동성혼, 동성애 논의 배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탓을 돌리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서도 민달팽이유니온은 “여성가족부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민달팽이유니온에 제안 메일을 발신한 곳도, 동성애 이슈에 대한 제재 요청 문자를 보내온 곳도 여성가족부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가족 다양성을 주제로 내세우면서 동성애 이슈를 언급하지 말라는 것은 검열행위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차별행위”라며 “생활동반자등록법,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할 때 정부는 언제나 ‘사회적 합의’라는 단어를 방패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이처럼 공론장에서의 검열행위가 여러 토론자들에게서 증언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스스로 사회적 합의를 가로막는 차별의 주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여가부의 이 같은 토론회 사전 검열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2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존의 가족 제도와 정책에서 배제되어 차별받아온 대표적인 집단이 성소수자인데 가족 관련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동성혼은 언급 말라’는 여가부 입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그간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이 성소수자를 배제한 채 다양한 가족형태를 논의하겠다는 여가부의 태도로 이어졌으리라 짐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소수자 역시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국민이고, 이들이 지금 부딪히고 있는 삶의 문제들은 나중이 아닌 지금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성소수자 국민의 삶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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