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야당 vs 자유당
    출구 안 보이는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
    심상정 "예산과 민생 위한 4+1 비상공동행동 제안"
        2019년 12월 02일 01: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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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후 필리버스터 권한 보장을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완전 철회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소수정당들과의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필리버스터 완전 철회해야 국회 정상화 가능”
    “한국당 제외한 모든 정당과 연합” 야4당과 공조 시사
    자유한국당 “‘민식이법’ 원포인트 본회의 열자…필리버스터 보장해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현재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비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고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하는 경우에만 예산안과 법안을 자유한국당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겠다”고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응하지 않는 경우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다른 야당과 협력해서 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며 “더 이상 자유한국당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일관하지 말고 국회 파괴, 민생 파괴 행위를 자유한국당은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필리버스터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199개 민생법안에 더해 데이터3법과 민식이법을 비롯해 법사위 통과 법안들까지 일괄처리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우선 이미 제출한 199건 전체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정식으로 공개적으로 취소하고, 이후 같은 법안에 대해 다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마지막 선의마저 거절한다면 우리는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또 다른 선택과 결단에 의한 국회 운영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국회에 자유한국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정치세력이 연합해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선거법 상정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을 처리하겠다던 자유한국당은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되 필리버스터 권한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할 민식이법, 각종 민생법안들이 여당의 국회 봉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여당에 탓을 돌렸다.

    나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았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29일에 정상적으로 본회의가 열렸으면 민식이법 당연히 통과됐을 것이다. 그날 본회의를 불법적으로 막은 것은 여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라며 “필리버스터 권한을 최소한 법안에 대해서 보장하자고 요구도 했다. 그런데 여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장은 우리의 합법적인 투쟁 필리버스터를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 원천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 열어주시라. 소수 야당의 필리버스터 권한 인정해주시라”고 요구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당은 야당이 민생법을 가로막고 있다고 거짓 선동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를 빌미로 국회법에 보장된 합법적 행위인 필리버스터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탈법적·반민주적·비민주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안과 민식이법 등 시급한 민생 관련 법들은 우선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본회의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수용하게 되면 패스트트랙 기한을 다 채운 유치원3법 처리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는 자유한국당의 무리수로 시작됐지만 진짜 쟁점은 ‘유치원3법’에 있는 셈이다.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더라도 유치원3법을 우선 처리 법안 목록에 포함할지를 두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수없이 많은 민생법안에 대해선 우리도 다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유치원 3법은 당 안에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민생법이라고 해서 그냥 통과시켜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같은 매체에서 “민식이법을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서 하겠다는 것에 대해 못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는 남은 정기 국회 회기 동안 토론하자고 하는데 그 중에 유치원3법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4+1 비상공동행동’ 제안
    “민주당, 더 이상 자유한국당에 미련 버려라”

    한편 소수정당들 사이에선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한 비판과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에만 매달리며 성과를 내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그간 소수정당들은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여야4당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만 계산하여 국민의 민생을 위한 법안 통과를 막고 국회를 봉쇄한 사태”라며 “자유한국당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의 한 수로 생각할지 모르나, 민생을 짓밟고 국민을 외면하는 신의 한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자유한국당은 단식으로, 필리버스터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집권당의 확고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민주당은 확고하게 선거법 개정 의지를 갖고 나서야 자유한국당이 따라 올 것이다. 문제해결의 키는 집권당의 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와 한국당의 발목잡기에 있다”며 “이렇게 무능한 여당도 처음이고 저렇게 꽉 막힌 야당도 처음”이라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이 무더기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민주당도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래서 (소수정당들이) 사전에 과반수의 4+1(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체제를 공고히 하자고 얼마나 많은 충고를 보냈나”라며 “황교안, 나경원 두 한국당 대표들은 계속해서 장외투쟁만 하고 국회를 버렸다. (자유한국당과는 합의가)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힘없는 집권여당, 무능한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것저것 눈치 보다가 도대체 민주당이 이루어낸 게 뭐가 있나. 허구한 날 앉아서 마이크 잡고 황교안, 나경원 비난만 하면 다 되나. 비난해서 그분들이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면 이미 됐다”며 “국정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책임지는 거다. 타협도 잘해야 하지만 안 됐을 때는 잔인한 결정을 해서 끌고 가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1체제로 가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4+1 비상공동행동’을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의에서 “지금부터는 개혁을 위한 파이널 타임이다. 예산과 개혁, 민생 완수를 위한 4+1 비상공동행동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여야 4당+1 대표자 비상회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여론이 악화되자 자유한국당은 민식이 법만 원 포인트로 처리하자고 한다. 국민을 기만하는 파렴치한 발상”이라며 “199개 민생법안 가운데 시급하지 않은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단식을 끝낸 황교안 대표는 복귀 첫날 국회가 아니고 또 청와대 앞으로 간다고 한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개혁을 저지하고 정권을 타도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있다”며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국회를 농단하지 말고 다시는 이 국회에 돌아오지 말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자유한국당은 이미 국회를 떠났다. 민주당은 이제 자유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며 “20대 국회를 여야 4당의 굳건한 공조를 통해 개혁으로 마무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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