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최장수 총리 기록
    언론, 장기집권 폐해 지적
    [일본통신] 가츠라의 2886일 넘어
        2019년 11월 25일 10: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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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아베 총리는 11월 20일로 통산 재임일수 2,887일을 기록해 이토 히로부미(2,720일), 사토 에이사쿠(2,798일), 가츠라 타로(2,886일) 총리를 제치고 2차 세계대전 전후를 통틀어 최장수 총리가 됐다.

    아베 총리는 “단명으로 끝난 지난 1차 정권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토대로 정치안정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중의원과 참의원 여섯 차례의 선거에서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고 하루하루 약속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디플레이션, 저출산 고령화 문제,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 그리고 헌법개정”을 꼽고 남은 임기 동안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레이와(令和)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니치신문(中日新聞) 2019년 11월 19일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일본 언론에선 연일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지지통신 기사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사설을 번역 소개한다.

    지지통신 2019. 11.18
    「아베 총리 20일부로 2887일, 가츠라 타로 넘어서」

    20일부로 아베 신조 총리의 재임기간이 2,887일이 되어 전전(戦前)의 가츠라 타로(桂太郎를 제치고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경제우선 노선이 폭넓은 지지를 얻는 한편 장기정권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민당 총재로서 남은 임기는 2년. 총리는 헌법개정 등 숙원 달성에 의욕을 보이지만 현 상황에서 앞날이 불투명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고 정치 주도로 추진해 나아간 덕분에 경제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 주도- 관료 주도의 반대 의미:역자)

    총리는 2006년 9월 당시 전후 최연소(52세) 총리로 1차 정권을 이끌었다. “전후 레짐(체제)의 탈각”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연이은 각료 사임에 본인의 건강 악화까지 겹쳐 겨우 1년 만에 퇴진했다. 2012년 12월에 다시 총리에 취임한 아베 총리는 1차 정권 때의 반성과 경험을 살려서 경제중시를 전면에 내걸어 최근까지 40~5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2019년 11월 19일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기집권으로 인한 기강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 모리토모・가케학원 문제에서 야당의 집요한 추궁을 당한 바 있고, 총리 주최 행사인 ‘벛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문제에서는 ‘권력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적 라이벌 부재와 내각 인사국을 통한 관료사회 장악 등, ‘아베 1강’으로 불리는 상황 탓이 크다. 소비세 증세나 집단적자위권 문제처럼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도 힘으로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에 자민당 총재 3기 임기를 마감한다. 당규개정이 필요한 4선 도전에 대해 총리 자신은 손사레를 치지만 당내에서는 벌써 아베 4선론이 모락모락 흘러나온다.

    아사히신문 2019. 11. 20 사설
    「역대 최장 정권, ‘안정’보다 폐해가 두드러져」

    아베 총리가 ‘역대 최장 정권’으로 일본 정치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역사적인 장기정권에 걸맞는 업적은 고사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폐해만 두드러진다.

    20일 현재, 아베 종리의 통산 재임 일수는 2,887일로 메이지와 다이쇼 시기에 걸쳐 3차례 총리직을 수행한 가츠라 타로(桂太郎)를 제치고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되었다. 단명으로 끝난 1차 아베 정권 이후, 2012년 12월에 발족한 2차 아베 정권이 현재 7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당선자 이름에 꽃을 다는 아베 총리. 이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개선의석 과반수인 63석을 웃도는 71의석 확보 ‘국정선거 6연승’을 달성했다.

    자민・공명 양당은 최근 중의원과 참의원 국정선거에서 6연승을 거두었다. 그 배경에 1차 아베 정권 이후 6년 동안 총리가 6명이나 교체된 점, 특히 정치변화에 대한 기대를 등에 업고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 정권의 혼란상을 목도한 여론이 정치적 안정을 원하게 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아베노믹스 하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기업수익과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없지 않다. 하지만 임금상승은 더디고, 국민들은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된 정치기반을 활용해 저출산 고령화 등 난제해결에 노력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 오랜 재임기간을 통해 다져진 외국 정상과의 친분관계가 어떤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는지 불투명하다.

    반면에 장기정권으로 인한 폐해는 분명하다. 헤이세이(平成) 정치개혁의 결과 당총재와 총리에 권한이 집중되었다. 자민당 내 토론이 실종되었고 정부 관료들의 손타쿠(忖度 상사나 윗사람의 의중을 헤아려 행동함:역자주)도 만연하다. 모리토모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재무성이 공문서를 사후조작하고 폐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헤이세이 정치개혁 – 1994년의 선거제도 개편(중선거구제→소선거구비례대표병립제)과 2001년의 행정개혁(내각 권한 강화)을 지칭. 특히 선거제도 개편은 후보자 개인보다 정당투표 경향을 촉진하게 되는데 이는 당내 파벌 약화/당수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졌다:역자주)

    모리토모・가케학원 문제는 (학교의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역자) 총리의 지인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정치와 행정에 있어서 공평/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 최근의 ‘벚꽃을 보는 모임’ 초대 명단을 둘러싼 문제도 근본 원인은 같다.

    이견을 배제하고 반대자를 적대시하는 총리의 자세는 사회적 분단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헌법을 무시하는 정권이 과거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다. 역대 내각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헌법해석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일부 용인하는 길을 열더니, 근래에는 헌법에 근거한 야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마저 무시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잔여임기가 2년 남았다. 개인적 신념과 장기정권의 업적을 위해 무리하게 헌법개정을 추진한다면 정치적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그러면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들이 정치권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치권이 착수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매겨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2019. 11. 20 사설
    「아베 총리 최장수 등극, ‘(아베) 이외에 사람이 없다’ 언제까지?」

    아베 신조 총리의 통산 재임기간이 오늘부로 메이지 후기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쳐 3차례나 총리 자리를 역임한 가츠라 타로를 넘어 최장수 총리가 되었다. 2012년 12월 두 번째로 총리직에 취임했을 당시 아베 총리 자신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장기정권은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총리는 국론이 양분된 안전보장법제 등은 무리하게 밀어 붙이면서도 인구감소 문제와 같은 중장기적 과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만함과 느슨함이 두드러진다. 공금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거센 ‘벚꽃을 보는 모임’ 사건이 대표적이다.

    총리주최 행사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에 대해 기자단 질문에 답하는 아베 총리 (마이니치신문 2019년 11월 15일 촬영)

    총리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상대방이 지지자라면 특혜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정성이 결여된 금번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의원/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대로된 해명없이 얼렁뚱땅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자민당이 국정선거에서 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구)민주당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여전히 크다는 사정도 한 몫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로 “딱히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다른 항목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오만함을 걷어내고 내정과 외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아베노믹스는 정말로 효과를 거두었는가? 주가가 안정되고 대기업의 수익도 대체로 상승했다. 하지만 입금상승과 체감경기 회복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 오히려 부유층과 격차만 커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사회보장정책을 신뢰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떨칠 수 없다고 한다.

    외교면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와의 북방열도 교섭에서 ‘일본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삭제할 만큼 양보했지만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가장 중요한 과제라던 납치문제는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로서의 임기는 내후년 가을까지다. 총리 스스로 4선은 없다고 한다. 남은 임기 동안에 헌법개정이라는 정치적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때이다. 자민당도 ‘포스트 아베’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아베) 이외에 사람이 없다’는 1강 상황이 계속되면 정치의 폐색만 초래할 뿐이다.

    필자소개
    일본 거주 연구자. 현대일본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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