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외
        2019년 11월 22일 10: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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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 그들이 진보에 투표하지 않는 이유

    데이비드 굿하트 (지은이),김경락 (옮긴이)/ 원더박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라는 2016년에 있었던 두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이 유권자의 다수가 시대에 뒤떨어진 선택을 했다며 당혹해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한 지지자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못 배운 이들’ 심지어 ‘인종주의자’라는 비난과 조롱을 퍼붓기도 했다. 이들의 지지를 얻는 정치 세력은 손쉽게 ‘극우 정당’이나 부정적 의미에서 ‘포퓰리즘 정당’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오랫동안 중도 좌파 성향의 언론인으로 활약해 온 저자는 이런 현상이 엘리트 중심의 정치 영역에서 소외되어 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섬웨어(지역에 기반한 중하층 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나아가 이들에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부여하지 못하면) 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비단 영국과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서유럽 전반에 퍼지고 있으며, 한국 사회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진보적인 의제에 반대하거나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이들’로 몰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지한 상호 이해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뿐이라는 게 이 책의 교훈이다. 영국 사회를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엿보는 데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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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 열쇠> – 운.기술.네트워크의 성공 방정식

    권오상 (지은이)/ 부키

    성공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운? 실력? 아니면 인맥? 이 책은 그중 어떤 것이 진정한 성공의 열쇠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열쇠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것이 누구나 성공의 열쇠를 아는 듯하면서도 아무나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니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는 분별력이다. 저자는 세 가지 열쇠를 누구보다 쉽게,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운, 스킬, 네트워크 이 세 가지를 분석하다보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갖게 되는 다양한 의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인맥은 넓을수록 좋은 것인가? 실력을 만드는 것은 재능일까 노력일까? 안전한 선택지가 좋을까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좋을까?

    공학자이자 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각종 과학적 실험, 통계와 기업, 공학, 금융의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이런 의문들에 대답해 나간다. 이 답변들은 때론 알고 있던 사실을 새롭게 보도록 하고 때론 상식을 뒤집으며 비즈니스와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현명한 선택을 돕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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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좌파 2> –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강준만 (지은이)/ 인물과사상사

    ‘강남 좌파’는 학력과 소득은 높으면서 정치적.이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을 띤 사람을 말한다. 서울의 강남은 ‘부와 권력’의 상징적 의미로 쓰인다. 강남 좌파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도 비슷한 현상이 존재한다.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 프랑스의 ‘고슈 카비아’,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 독일의 ‘살롱 사회주의자’, 캐나다의 ‘구치 사회주의자’, 호주의 ‘샤르도네 사회주의자’ 등에 상응하는 게 바로 한국의 강남 좌파다.

    강준만 교수는 2011년에 출간한 『강남 좌파: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라는 책을 통해 ‘강남 좌파’라는 용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 논의를 점화시켰다. 이는 강남 좌파 논란을 공론화한 첫 시도였다. 강준만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며, 강남 좌파를 강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극소수 정치인들에게만 국한해 사용하지 말고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 투쟁은 입시 전쟁이라는 점을 들어 “강남 좌파는 학벌 좌파”이며, 강남 우파도 ‘강남 좌파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강남 좌파 현상은 한국 정치의 핵심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남 좌파 2』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라는 질문이다. 불평등의 완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일 것 같지만,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프레임은 상위 1% 계급에 문제가 있다는 ‘1% 대 99% 사회’ 프레임이지만, 이 책에서는 ‘상위 10%’나 ‘상위 20%’를 문제 삼는 ‘10% 대 90% 사회’ 프레임 또는 ‘20% 대 80% 사회’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파적 대결 구도를 넘어서 강남 좌파를 사회 전체의 불평등 유지 또는 악화와 연결시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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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아빠가 됐다> – 가난의 경로를 탐색하는 청년 보호자 9년의 기록

    조기현 (지은이)/ 이매진

    저자 조기현이 치매 걸린 아버지를 홀로 돌본 9년을 기록한 르포르타주다. ‘청년’은 아픈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가 되고, 아빠를 대신하는 ‘대리자’로 받아들여지고, 국가 공인 ‘부양 의무자’가 되고, 어려움 속에 부모를 돌보는 ‘효자’로 불렸다.

    치매 걸린 50대 아버지와 90년대생 아들, 2인분의 삶을 떠맡은 ‘가장’으로 살았다. 돈, 일, 질병, 돌봄, 돈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가난을 증명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오늘을 살아낸 한 청년은 국가와 사회에 묻고 또 묻는다. 아픈 가족은 누가 돌봐야 공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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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 청년들의 불안하고 불행한 일터에 관한 보고서

    천주희 (지은이)/ 바틀비

    일터에서 소진되기보다 성장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보고서. 청년들이 문제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일터가 문제라고 말하는 도발적인 책이다. 저자인 천주희 문화연구자는 청년, 여성, 노동, 빈곤, 소수자 등에 천착해온 연구자이다. 학생 채무자 25명을 인터뷰한 청년 부채 보고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로 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삶의 문제와 밀착된 현장 연구를 해온 연구자답게 이번 책에서는 청년 퇴사자 21명을 인터뷰해 당사자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왜 청년들이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일터는 어떤 곳이었는지, ‘일터’에 주목하면서 ‘퇴사’를 해석하고, 일과 일 중단의 경험 사이에 단절된 숨은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청년’ 퇴사에 주목한 이유는 단지 청년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세대가 더 힘들고 덜 힘든지 논쟁해서는 퇴사라는 현상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청년의 입장, 그러니까 일터에 가장 나중에 진입한 사람의 입장에서 일터를 바라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놓여 있는 상황과 일터의 풍경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책의 구성은 ‘취준-입사-퇴사-입사’라는 청년들의 노동이행경로를 쫓아간다. 1장에서는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현장실습생/인턴 같은 과도기적 노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2장은 입사 후 목격하는 일터의 풍경을, 3장은 버티고 버티다 끝내 퇴사를 결행하는 ‘단절점’을, 4장은 퇴사 이후의 다양한 시도를, 5장은 퇴사를 해도 괜찮은 사회가 되기 위한 제언을 담았다.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는 우리가 서로의 불행을 경쟁하는 대신 우리 모두의 직장을 함께 바꿔나갈 작은 용기를 내어보도록 도와준다. 그동안 나의 ‘호의’가 가닿지 못한다고 느껴왔던 관리자나 임원들,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고 있거나 직장생활에서 피로감과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직장인들, ‘전 직장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퇴사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조직문화에 대한 상상력과 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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