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의 삶,
편견과 인권 침해에 불안
[이주민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②] 다문화, 동일화 아닌 개방과 포용
    2019년 11월 22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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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베트남 출신의 이주민이고 이주민센터 ‘동행’의 대표인 원옥금 씨가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결혼이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필자의 경험과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회에 나눠 게재한다. 일독을 권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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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①] 사업장 이전의 자유, 그 함의

다음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결혼이주여성 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은 좀 주춤하지만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결혼이주 여성이 급증했습니다.

국내에서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한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배우자를 찾기 쉬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의 여성들과 혼인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세계화로 인한 인식 개선도 국제결혼 증가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

제가 결혼하고 한국에 왔던 22년 전에는 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아주 드믄 일이었는데 지금은 집 밖에만 잠깐 나가도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만 해도 귀화자를 합해 8~9만명에 이르니 시장만 가도 가끔 베트남어가 들려올 정도입니다.

30만명 가까운 결혼이주자들은 이제 한국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결혼이주여성, 특히 경제적으로 한국에 비해 차이가 나는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돈에 팔려온 여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도 다들 각자의 꿈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결혼을 하는 것이지 단지 당장의 돈 몇 푼에 자신을 파는 여자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안 되는데 정보에 어두운 여성들을 속이고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들과 이를 부추기는 결혼정보업체, 그리고 장려금까지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맞선을 보고 바로 결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나 여자나 일생의 배우자를 너무 간단하게 정하는 것은 나중에 결혼 생활을 할 때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서로 충분히 알고 교제한 후 결혼을 하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렇지 못한 것이 많은 국제결혼커플의 현실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을 얕잡아 보는 인식은 결국 가정폭력으로 이어집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내 결혼이주여성 중 42%가 가정폭력을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피해의 유형을 보면 심리·언어적 학대가 가장 많고 건강상 불이익, 신체적 학대,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 폭력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내국인끼리의 결혼에서도 가정폭력은 존재합니다.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국제결혼가정에서의 가정 폭력이 더 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심한 가정폭력의 근본 원인은 가정 내 불평등과 불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결혼이주여성의 불안정한 체류 문제입니다.

결혼이주 여성이 체류연장을 신청할 때 전에는 남편의 신원보증서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신원보증서 서류 제출은 폐지되었으나 실제로는 한국인 배우자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주나 귀화 신청서류 중에는 한국인 배우자가 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한국인 배우자의 기본증명서, 재직증명서 등 여전히 결혼이주 여성의 체류권은 배우자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이주노동자의 체류가 사업주에 종속되어 있는 것처럼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정 내 불평등한 구조와 일부 한국인 배우자와 가족들의 상대방을 무시하는 그릇된 인식이 더해져 가정폭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결혼이주여성은 남편과 나이 차가 많기 때문에 시동생이라 하더라도 결혼이주여성이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손위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상담했던 사례 중에도 손아래 시누이 부부의 식당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며 폭력까지 당하다가 결국 견디다 못해 쉼터로 들어가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가정 내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일 먼저 체류 연장 종속 문제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최초 결혼 시 혼인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즉 위장 결혼이 아니라면 비자 연장 시 남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비자 연장을 받을 수 있어야 배우자에게 종속적인 관계가 해소됩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여성의 체류에 대한 남편의 권한이 없어지면 혼인이 파탄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을 우려합니다. 그러나 그런 권한으로 유지되는 관계라면 혼인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문제가 있는 상태이겠지요. 그런 권한으로 아내를 붙들기보다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혼이주 여성이 이혼하는 경우 체류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혼 후 자녀가 없으면 혼인 파탄의 귀책 여부에 따라 남편에게 전적으로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을 이주 여성이 법원 판결문 등으로 증명해야만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이주여성에게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으려면 그 사유를 해당기관(출입국관리사무소)이 증명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판결입니다.

그렇지만 이혼을 하고 자녀가 없는 경우라도 원래 결혼이 위장 결혼이 아닌 진정한 혼인이었다면 계속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이주여성이 이미 본국을 떠나 한국으로 왔을 때는 본인의 모든 터전을 버리고 온 것인데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실패한 인생으로 낙인찍히는 이중의 형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제도 때문에 남편이 ‘너 말 안 들으면 이혼하고 한국에서 쫓아내겠다’는 협박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년 11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결혼 이민자의 혼인 유지,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체류를 안정화하라고 권고한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에서도 지난번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베트남 여성에 대한 폭행 사건을 계기로 결혼이주여성의 체류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결혼이주여성 중에는 한국 입국만을 목적으로 결혼을 이용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와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결혼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가정은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신뢰와 존중, 진정한 평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와 국가가 이를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가 우울한 이야기만 드린 것 같네요. 하지만 전부는 아닐지라도 많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살면서 겪는 문제이니 그들의 아픔에 대해 한번쯤 같이 생각해 주시기를 바라며 말씀드렸습니다.

상담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 모습(방송화면 캡처)

다문화는 동일화 아니야,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 키우는 것

저는 지금 “동행” 이라는 이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를 운영하기 전에는 여러 이주민 관련 기관에서 상담도 하고 통역도 하고 또 이주민 인권을 위한 여러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이주민이 한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사회와 잘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한국 사회와 잘 어울려 산다는 것이 한국 사회와 똑같이 ‘동화’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주민이 자신이 자라온 언어적 문화적 정체성을 모두 버리고 한국인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사는 것이 한국 사회와 잘 어울려 사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사회의 관습과 법률 그리고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면서 이주민 모국의 정체성 또한 지켜나가는 것이 이주민의 개인적인 행복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이주민이 많이 살게 되면서 “다문화”라는 말이 생겨나고 그와 관련한 수많은 정책도 시행이 되고 사회적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다문화”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멸시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갔을 때 “쟤는 다문화야!”와 같이 따돌림과 차별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다문화”는 국제결혼가정만을 의미하는 협의의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노동자, 유학생, 난민, 기업인등 전체 외국인 주민의 문화와 한국 문화의 조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원래의 뜻에 맞게 “다문화”라는 단어가 사용되려면 현재 다문화 정책을 정말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은 예산을 배정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문화와 관련된 예산의 항목을 보면 많은 부분을 전시성 행사와 일회성 시혜적 지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일부 반(反) 다문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을 지원하는 곳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로 나뉘어져 있고 유학생은 또 각 학교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이주민을 같은 주민으로 보고 지원하기보다 한국 사회로부터 분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지원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 다분히 행정편의와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보면 전국에 자치 시군구별로 223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드문드문 있다 보니 이용율도 떨어지고 또 일반 내국인 주민과 분리되어 결혼이주여성들끼리만 교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혼이주 초기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결혼이주 여성들과 자조 모임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용률이 떨어지고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또 일반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이주민 관련 업무는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외국인주민 지원 가능하도록 해야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다문화란 말도 없었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민센터에서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요, 내국인들과 직접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한국 사회에 비교적 빨리 적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린다면 현재 다문화가족센터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신에 실생활에 밀접해 있는 각 주민자치센터에 외국인주민 지원이 가능한 인력을 배치하여 보다 밀접하게 지원을 하고 내국인과 이주민이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당장 체계를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주민이 내국인과 함께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갔으면 합니다.

여러분 제가 오늘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 주변에 외국인, 이주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주민 문제는 싫고 좋고를 떠나 한국 사회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증가 추세대로 가면 2030년경에는 외국인의 비율이 10%가 될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한국은 오랜 시간동안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그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생각도 남아 있는 것 갔습니다. 특히 백인이 아닌 아시아나 제3세계 출신의 이주민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인해 이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괜히 우리나라에 와서 혼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운 내 세금이 낭비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민들과 한국사회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편의 일방적 희생이나 시혜가 아니라 서로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도 이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항상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한국 사회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 이주민들을 우리의 선량한 이웃, 함께 존중하며 살아야 하는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어려운 점에 귀를 기울여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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