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국민으로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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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17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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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호 편집장님

    요즈음, 도쿄는 매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여름도 이제 끝일까요?

    8월15일,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취재차 다녀왔습니다. 고이즈미 수상이 참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랑비 내리는 아침 8시 전, 제가 딱 야스쿠니에 도착했을 때 수상은 참배를 행한 것 같습니다. 이날의 비는 고이즈미 수상의 참배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눈물비’였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일본의 국민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이즈미 수상은 ‘방자하게’ 말하는 아이와 같습니다. 자기 일밖에 머리에 없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그래도 귀엽기라도 하지, 일국의 수상이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그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한다고 참배를 중지할 수는 없다"라며 참배 중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나 한국만이라는 말투로 얘기하고 있지만, 일본의 국민들 중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고이즈미 수상은 중국이나 한국을 앞에 내세워 참배를 중지하는 것은 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논리를 살짝 바꾸고 있는 것이지요.

       
    ▲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러 온 일본 의원들(사진=노나카 아키히로)
     

    제가 수상의 참배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상의 참배가 정교분리 원칙을 결정지은 헌법(제20조)에 위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민이 제기한 참배중지를 촉구하는 소송에서, 이미 헌법위반 판결도 나왔습니다. 헌법을 가장 잘 지켜야 되는 수상 자신이 헌법을 파괴해 온 것입니다. 헌법은 나라의 기본이 되는 룰입니다. 헌법에 "헌법은 최고법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일지라도 이 룰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도의적인 면으로 보면, 고이즈미 수상은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희생된 아시아 사람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입으로는 "반성한다"고 하면서 "일본이 행한 것은 침략전쟁"이라는 인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해자’라는 자각은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러한 고이즈미 수상의 어린 아이와 같은 이론을 "이해한다"며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이 유력한 차기 수상후보인 아베신조(安倍晋三) 의원입니다. "이해한다"는 그의 말은 결국 두 사람의 지적 수준이 거의 같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지금의 수상과 다음 수상, 눈에 띄는 정치가들의 유아적인 언동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으로서 이것만큼 부끄럽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그들을 ‘부끄럽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정치가들을 뽑고있는 저희들 자신들이 ‘부끄럽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일본의 정치가들 대부분은 단순한 방정꾸러기에 시시한 사람들로 고이즈미 수상도, 아베 의원도 그러한 지성 없는 정치가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파렴치한 인물은 어느 시대라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을 뽑는 우리들 안에 있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그들이 치졸한 논리를 정확히 비판하는 힘을 가질 수 없을까요? 왜 그들을 지지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바꾸려고는 하지 않을까요?

    일본에서 지성은 죽어가고 있는걸까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목소리만 큰 어리석은 자가 지도자가 되는 듯한 나라에서 풍부한 미래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찌기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그람시는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허무하다고 생각해도 이러한 정치상황에 대하여는 정확히 비판을 계속해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비가 올 듯한 날씨의 도쿄에서,
    노나카 아키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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