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마피아 있는 한 한국경제 희망 없다”
        2006년 08월 16일 07:1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전도양양한 벤쳐사업가 조성구 대표(사진)가 집까지 차압당한 빚쟁이가 되는 데는 1년이 조금 더 걸렸을 뿐이다. 그가 당한 부당함이 언론에 널리 보도되기도 했지만, ‘막강 삼성’은 끄덕도 없다.

    조성구 사장의 얘기는 개인사업가의 기막힌 사연이라는 점도 있지만,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어떻게 중소기업을 부당하게 착취하고 있는지 ‘구조의 내부와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가의 기업 구조의 중병 상태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SDS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회’ 조성구의 사연을 들어보자.

    조성구가 1997년에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있던 얼라이언스시스템의 주가는 한때 20만 원을 호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 기술개발에 70억 원이나 들어간 엑스톰(Xtorm)이라는 소프트웨어(금융권 이미지 솔루션 프로그램)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이 출시한 제품과의 비교에서 두세 배나 나은 성능을 발휘하여, 한국 금융권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일본 시장에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삼성SDS와 악연을 맺게 된다. 우리은행의 사무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삼성SDS는 얼라이언스시스템에 엑스톰 납품을 제안한다. 조성구 대표는 28억 원을 받아야겠다고 판단했지만, 삼성SDS는 12억3천400만 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전형적인 ‘후려치기’다. 대신 삼성그룹에서 얼라이언스시스템 제품을 30억 원 이상 구매해준다는 조건을 달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지만, 달랑 10만 원 들고 상경하여 회사를 일군 조성구 대표에게는 다른 선택이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삼성의 횡포가 여기서 그치지는 않는다. 입찰이 끝난 후 삼성SDS는 2억을 더 깎아 10억4천500만 원으로 가격을 맞추라고 하더니, 계약에 없던 5년 무상 A/S까지 요구한다. 이제 조성구 대표도 삼성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다.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비일비재한 재벌의 불공정거래 사례와 대동소이하다. 정식 계약 없이 사업 착수를 요구하고, 납품대금 지급을 끝도 없이 미루고, 4개월을 일해주고도 인건비도 못 건진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사업을 포기하고 우리은행에서 철수한다. 은행 납품 가격을 낮추는 대신 삼성그룹에서 제품을 사주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여기까지가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이 어떻게 그리 거대한 치부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경제학 교과서다.

    조성구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우리은행 책임자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얼라이언스시스템이 삼성SDS에 납품한 것은 300명 사용조건이었는데, 삼성SDS는 그것을 무제한 사용자조건으로 되팔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1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조성구 대표는 2004년 8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비즈니스를 위해” 삼성SDS를 사기로 검찰 고소한다. 다음부터는, 경제는 정치가 좌우한다는 한국 사회의 진리가 빛을 발한다.

    조성구는 순진하게도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원했지만, 한국 자본주의는 그에게 “한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라는 고마운 깨달음”을 준다. 고발 직후, 사업 진행 중이던 다른 은행으로부터 ‘삼성 고소 포기 각서’를 요구받고, 각서 제출을 거부하자 계약을 해지당한다. 대출금의 조기상환을 독촉받고, 협력회사들은 거래를 끊는다. 녹취된 증인 진술과 증거 서류가 넘쳐났지만, 우리의 대한민국 검찰(이 사건을 ‘마약수사본부’에서 다뤘다)은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삼성’을 불기소 처분한다. 조성구는 고소에서 불기소에 이르는 “1년 4개월 만에 대한민국 치부를 다 봤다.”

    그럴 리가? 아직 다 본 건 아니다. 검찰 고소를 격려하기까지 했던 이사 중 일부가 표변하여, 조성구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을 의결한다. 이제 조성구는 고소나 고발을 할 수 없는 제3자가 된 것이다. 조성구 한 사람만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조성구가 해임된 후 들어선 경영진은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게 한다. 유령회사 경영진이 채무 상환을 하지 않아, 연대보증을 선 조성구가 45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되는 과정은 한국 재벌의 노조 대상 손배청구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듯 하다.

       
    ▲조성구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지난해 3월 개최한 ‘중소기업 현장과의 대화’에서 피해사례를 생생히 증언했다.
     

    상생협회 조성구 회장은 아직도 도청, 해킹, 미행, 감시, 사무실 뒤지기, 프락치 심기, 조직 분규 사주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회’에서는 이상한 회원들이 사무실을 점거하거나 집기를 빼돌리는 따위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조성구가 설립한 ‘대-중소기업 상생협회’는 너무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재벌의 불공정 거래를 줄이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개선하기를 바란다. 글쎄? 혁명보다 조금 더 어렵지 싶다.

    IT붐이 한창 일던 김대중 정권 때, 얼라이언스시스템도 정부에 자금 신청을 했지만, ‘사업성 없음’이라는 이유로 돈 한 푼 받지 못했다. 그 많은 국책자금은 다 어디로 흘러간 것인지. 정부 지원도 없이 자력 성장하여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됐던 얼라이언스시스템도 삼성의 전횡에는 견뎌내지 못했다. 얼라이언스시스템과 경쟁하던 비슷한 수준의 싱가폴 회사는 며칠 전, IBM이 1조5천200억 원에 인수했다. 노동자 파업에 ‘국가 경제 위기’라며 흥분하던 노무현 정권은 경제를 망친 삼성의 전횡은 “눈감아줬다.”

    조성구 회장은 다음과 같은 일본 NEC 사장의 말을 전해줬다. “지금 삼성이 하는 불공정거래는 우리가 30년 전에 하던 짓이다. 한국 재벌이 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일본을 못 따라온다.” 조성구 회장은 “불공정 거래 → 중소기업 수익구조 악화 → 노동자 급여 및 복지후생 하락 → 연구개발 신규 투자 중지 → 경쟁력 하락”이라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조성구는 스스로를 “투사가 된 사업가”라고 칭한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적어도 3년쯤은 돈벌이 안 하고, 재벌의 관행을 근절하고 중소기업을 살리는 사회운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사업은 그 후에 해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지 않은 한 가지는 그때도 삼성이 여전할까 하는 점이다.

    “내가 왜 대한민국에 태어났을까 생각하곤 한다. 최고 기술 상품을 만들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었다. 삼성 같은 마피아 기업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절망적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