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한국노총 잡딜 "선언적 합의"
        2006년 08월 16일 06: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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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16일 한국노총 방문을 시작으로 뉴딜 행보의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뉴딜이란 명칭도 ‘잡딜(Job-Deal)’로 업그레이드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칭’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서 열린 ‘열린우리당- 한국노총 정책협의회’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서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예상대로 ‘잡딜’의 1회전은 추상적인 선언을 교환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7(경제계가 여당에 약속한 7개 사항)+2(김 의장이 노동계에 약속하는 2개 사항)’를 제시하면서 한국노총에 4개항을 요구했다.

    김 의장이 제시한 것 가운데 기존에 재계와의 만남을 통해 약속받은 7개항은 ▲추가적인 신규 투자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해 노력 ▲불합리한 하청관행 개선 ▲공동의 R&D를 통해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지원 ▲고용안정 노력 ▲취약계층 근로자 보호 ▲근로자 직업훈련과 교육에 관심 제고 등이다.

    김 의장이 이날 한국노총에 새로 약속한 2개항은 ▲보육, 복지, 환경, 교육, 문화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대폭 확충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영세기업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제도적, 정책적 지원 강화 등이다.

    대신 김 의장이 이날 한국노총에 요구한 4개항은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불법과격시위 중단 ▲대기업노조 등 정규직 중심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자제 ▲단체협약 경직성 해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협력 강화 등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김 의장에게 ▲비정규직법안의 조속한 입법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폐기 등 노동관계 제도개선 지원 ▲노사발전재단 설립 지원 ▲한미 FTA 졸속 추진 반대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일단 이날 양측은 ▲여당은 9개항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국노총은 여당이 제안한 4개 항에 대해 열어놓고 논의한다 ▲여당은 노사발전재단의 설립과 관련해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할 경우 재정적, 입법적으로 지원한다 ▲여당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노사가 합의를 이룰 경우 적극 수용한다 ▲양측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실무협의를 추진한다는 5개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나 ‘한미FTA 졸속 추진 반대’ 등 노사정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면 수용한다’고 발을 뺐다. 한미FTA의 경우 김 의장이 재계와의 만남에서 성공적 추진을 이미 약속한 터라 합의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수석 사무부총장은 "한국노총의 제안도 졸속 추진 반대다. 재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달라는 것으로 (둘이) 내용적으로 꼭 배치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형식논리적인 설명을 폈지만 옹색했다.

    비정규직 법안의 조속한 처리 요구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에 있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정안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오는 22일 ‘딜’을 해야하는 민주노총의 경우 법안 처리 자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에 관한 한 노-노간 입장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날 양측의 만남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냉랭했다.

    김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오늘 체면치레 때문에 만난 것은 아니다"면서 "고언으로 들릴 가능성이 있지만, 고용안정과 더불어 노동운동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김 의장의 발언은 곧바로 노동계의 반격을 받았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요구만 할게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논의하는게 중요하다"고 반론을 폈다. 이 위원장은 "김 의장 말씀에 공감하지만, 한국노총은 이미 경영환경개선과 고용안정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며 "노사가 구체적으로 역할을 찾아가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정부 때문에 노사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이 노동계에 제시한 `선물’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미친다는 불만도 표출됐다.

    김성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김 의장이 재계를 방문했을 때는 재벌총수 사면과 출자총액제도 완화 등 구체적인 입장이 있었는데 노동계에 대한 카드는 뭐냐"고 따졌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우리 사회구조는 대기업이 임금을 동결하면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며 김 의장의 임금인상요구 자제 요청을 반박하기도 했다.

    노동계의 공개적인 비판이 이어지자 김 의장은 "한 두분 이야기를 듣고 구체적인 부분은 언론인의 양해를 구하고 비공개로 이야기하자"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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