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야 할
이주노동자의 삶과 노동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①] 사업장 이전의 자유, 그 함의
    2019년 11월 21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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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베트남 출신의 이주민이고 이주민센터 ‘동행’의 대표인 원옥금 씨가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결혼이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필자의 경험과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회에 나눠 게재한다. 일독을 권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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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는 이주민센터 “동행”의 대표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산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어가 어렵네요.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하려니 더욱 떨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고 조금이나마 이해와 공감을 얻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아시죠?

그 프로그램을 참 재미있게 보실텐데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고향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여기 저기 여행을 하고 한국문화와 음식을 체험하고 외국인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본 한국, 즉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죠. 한류의 발상지이고, 멋진 자연과 고층 빌딩이 어우러진 발전된 나라, 첨단 IT기술이 놀랍게 발전해 있고 맛있고 저렴한 음식이 넘쳐나고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한국은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에 오랫동안 산 외국인인 제가 보더라도 한국은 멋진 나라입니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작은 나라인 한국이 지금처럼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가 된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세계속에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였던 한국이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을 다 이겨내고 이렇게 발전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죠.

이렇게 한국이 발전하면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또 한국에 살게 되었습니다.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2019년 현재 한국에 242만 명의 외국인이 있다고 합니다. 3개월 미만의 단기체류자를 제외하더라도 약 17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한국에 귀화한 사람들을 합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입니다. 스무 명 중에 한명은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외국인들은 지금 한국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저는 오늘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중에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 한국인들이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외국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국에 현재 취업자격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약 59만 명이 있습니다. 이중에 비전문취업으로 구분되는 E-9비자를 갖고 한국에 취업한 사람들은 약 27만명입니다.

또 국민의 배우자인 외국인이 16만명, 혼인귀화자 13만명 이렇게 30만명에 가까운 결혼이민자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함께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들은 과연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필자

사업장 이전의 자유 제한해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려

한 달 전 농장에서 일하는 한 베트남 여성 근로자가 저희 센터를 찾아왔습니다. 멀리 대전에서 서울까지 찾아 온 것입니다. 그만큼 이 여성은 절박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이 여성은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세 달밖에 안 된 이 여성은 왜 사업장을 옮기려고 할까요?

이 여성의 말에 의하면 사업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60대인 사업주는 이 여성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처음 한동안은 잘 대해주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이 여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여성이 하기 힘든 농약 뿌리는 일을 시키거나, 비가 올 때 우비도 주지 않고 비를 맞으며 일을 하도록 시키기도 하고, 또 하루에 한두 시간만 일을 하게 하고 일을 못하게 하여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도록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숙소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이 여성의 몸에 손을 대 쓰러뜨리기도 하고 강제로 안아 들고 숙소에 밀어 놓고 문 밖에서 지키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참다못한 이 여성이 지역의 고용센터를 찾아서 상담을 했지만 그 사실을 안 사업주는 더 괴롭히며 있기 싫으면 베트남에 돌아가라고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그 젊은 여성이 타국에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요?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여성은 쉽게 농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업주의 동의 없이 그만두고 5일이 지나면 사업장 이탈 신고로 꼼짝없이 미등록이 되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적발되면 강제 출국되는 신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3년간 3회까지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근로자를 괴롭히는 사업주는 절대 근로자를 그냥 보내주지 않습니다.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것이죠.

물론 같은 법에, 휴업, 폐업, 임금체불, 폭행,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경우 사업주의 동의 없이도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도 서툴고 실정에 어두운 근로자가 이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부당한 처우를 받았어도 그 즉시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부당행위가 밝혀질 때까지 근로자는 그 사업장에서 계속 일해야 합니다. 폭행을 당해도 마찬가지죠. 자신을 폭행한 사람과 계속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체불을 당해도 통상임금 30% 이상, 2개월 이상 임금 체불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사업주는 교묘하게 2개월이 될 때 쯤 한 달 치를 주고 또 시간을 끌죠.

대부분 이주노동자는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빌려 한국으로 오기 때문에 쉽게 그만두고 고국으로 떠날 수 없습니다. 또 고향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견디다 견디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사업장을 이탈하여 미등록 체류자가 됩니다. 그때부터 이주노동자의 삶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신세가 됩니다. 그저 잘 사는 나라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 가족을 돌보고 싶었던 이주노동자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죠.

이렇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사업주는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도 없고, 더 나은 근로조건을 제시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얼마든지 외국인 노동자를 저렴한 가격에 묶어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경우에 한 직장을 들어갔을 때 그 직장에서 굳이 부당노동행위가 없더라도, 들어가기 전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거나 본인의 건강 상태와 맞지 않거나 또는 상사나 동료와 갈등이 있을 때 다른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업주는 사업장 이전에 동의해주는 조건으로 수백만 원을 노동자로부터 받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직장을 옮길 때 사장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또 허락을 받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이것이 현재 한국에서 많은 이주 노동자가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특별한 대우 요구하지 않아, 그저 똑같은 노동자로 대우해달라는 것

일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조건 없이 허용하게 되면 열악한 사업장은 외국인노동자마저 구할 수 없게 되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 농축산업의 경우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한국에서 농축산업은 유지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한국의 젊은 세대가 농축산업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존재는 한국의 농축산업을 유지하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농축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 휴게, 휴일 등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농업은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또 계절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것 때문에 이런 예외조항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 경작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세상인데 아직도 옛날법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말씀드린 농업 노동자의 경우는 하루에 10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8시간밖에 지급하고 한 달에 토요일 격주로 2번만 쉬고 근로시간은 280시간을 하지만 급여는 최저임금 (1,745,150원), 숙소비, 식비, 전기, 수도 요금 등 공제하면 150만원 정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수확기 등 바쁜 시기에는 14시간에서 16시간까지도 휴일 없이 일을 해야 하지만 연장근로수당, 특근수당, 주휴수당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농업 일자리를 찾아서 일할 리는 만무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빈자리를 억지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전혀 개선하려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착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사업주의 동의 없이 가능하다면 사업주는 보다 공정하게 이주노동자를 대하게 될 것이고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좋은 환경의 사업장이 된다면 내국인의 취업이 가능한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원가 상승 요인이 되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으나, 언제까지 이주노동자의 저임금에만 기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물론 본국에 일하는 것에 비해 많은 돈을 벌고 있죠. 그렇다고 이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생산인구 감소와 특히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농어업과 중소제조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유일한 정책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노동자로 대우해달라는 것이죠. 고용허가제로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노예가 아닌 노동자로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3년간의 고용허가 기간 동안 만큼은 본인에게 맞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앞서 말씀드린 베트남 여성은 지방노동청과 고용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지만, 지방노동청과 고용센터가 오히려 사업주 편을 들고 있어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수돗물까지 차단하고 일을 시켜주지 않고 사업주의 협박 등 지속적인 괴롭힘에 견디지 못해 친구의 집에 와 있고 진정 결과를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만약에 진정에 지더라도 다시 그 농장에 돌아가 그 사업주를 위해 일하지 않고 미등록의 길로 가겠다고 합니다. 이 여성이 자신의 바람대로 현재의 사업장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만 할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서 이 여성의 사례 말고도 저희 센터에 상담을 한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센터에서 상담한 사례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상담조차 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일하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어 떠도는 이주노동자들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출의 원인이 되는 사업장 변경 제한은 꼭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형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이주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업장 변경 시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없을 시 사업주의 동의없이 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것도 성과이기는 합니다.

이주노동자 관련 방송내용의 화면 캡처

미등록 체류 방지에 효과 없는데 퇴직금 수령만 어렵게

작년과 올해 저는 일본의 이주민 사회와 교류를 통해 일본의 이주민 정책과 현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의 과거 산업연수생제도와 비슷한 제도(기능실습생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한국 내 이주노동자 처지보다 더 열악해 보였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이 확실히 일본보다 이주민에 대한 정책에서 앞서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 아직, 이주노동자 관련 법과 정책 곳곳에 차별과 모순이 있습니다.

퇴직금 출국 후 수령 문제라든지, 건설노동자의 사망 시 그동안 납부했던 공제금을 법 조항의 모순으로 이주노동자의 유족이 수령할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입니다.

2014년에 미등록 체류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고용허가 기간이 끝나 귀국하는 노동자가 퇴직금을 출국을 해야 14일내에 받도록 변경했는데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고 절차를 밟아 출국장에서 퇴직보험금을 받아가는 것이 너무 어려워 못 받아간 퇴직보험금이 수백억원이라고 합니다. 또 실제 퇴직금과 보험금액의 차액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사업주에게 따로 청구해야 하는데 출국 후 퇴직금 수령 제도 때문에 받지 못하고 출국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미등록 체류 방지에 효과도 없는데 퇴직금 수령만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생각보다 많은 기여를 하며 가까운 곳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만 이주노동자가 밀집한 공단이나 농촌을 제외하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한국인들이 늘 먹는 먹거리와 입고 쓰는 상품에 이주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싼 값을 주고 상추와 삼겹살 생선을 먹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에 이들이 한국에 살아가는 동안, 이들을 이웃으로 대해주고 존엄성을 가진 사람,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7년에 사업장 변경을 못해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어느 네팔 노동자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계속>

필자소개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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