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억원 횡령 기업인은 집행유예
77만원 횡령 배달원은 징역 10개월"
    2006년 08월 16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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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 77만원을 몰래 빼돌려 생활비로 사용한 중국집 배달원 정모씨. 회사돈 34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입건된 중견기업 대표이사 최모씨. 횡령액 대비 약 1:45.000. 둘 가운데 누구의 죄가 무거운가.

이런 경우 대한민국 법원은 대체로 최모씨보다 정모씨의 죄가 무겁다고 판결했다. 1원을 훔친 죄가 4만5천원을 훔친 죄보다 무겁다는 이상한 전도. 실제 정모씨는 징역 10월의 실형을 살았고, 최모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16일 기업체 대표이사와 음식점 등에 종사하는 배달원의 횡령사건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냈다. 2002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작성된 서울중앙지법의 횡령사건(형법 355조1항 업무상횡령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 3조1항 횡령) 판결문 461건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는 법상식에 반하고 사회적 통념에는 그만큼 부합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분석 대상 사건들 가운데 배달원.종업원 34명의 평균 횡령액은 636만원. 이 중 실형을 산 사람은 15명(44.1%)에 달했다. 반면 기업체 대표이사급 83명의 평균 횡령액은 46억원, 실형을 산 사람은 28명(33.7%)에 불과했다. 기업체 대표이사의 평균 횡령액은 배달원, 종업원보다 717배나 많지만, 실형을 산 사람의 비율은 10.4%포인트나 더 낮다는 얘기다.

법상식의 전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도 기업체 전현직 대표이사들은 절반 이상(69명 중 41명, 59.4%)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는 배달원.종업원의 37.5%(24명 중 9명)보다 21.9%포인트 더 높은 수치다.  

기업체 전현직 대표이사, 배달원·종업원, 기타의 양형

지위분류

무죄

선고유예

벌금형

징역형

총합계

(B)

실형 비율

(A/B)

집행유예

실형(A)

대표이사급

2

1

11

41

28

83

33.7%

배달원·
종업원

0

0

11

8

15

34

44.1%

기타

12

5

58

128

140

343

40.8%

총합

14

6

79

178

184

461

49.2%

예를 들면 이렇다. 비디오방에서 일하는 강모씨는 21만원 및 카메라폰 1대(시가 40만원짜리를 중고업자에 1만원에 매도)를 몰래 빼돌려 생활비 및 유흥비로 쓴 죄로 징역 8개월에 처해졌다. 중국집 배달원 정모씨는 음식 대금 77만3천550원을 몰래 빼돌려 생활비로 ‘소비’한 죄로 징역 10개월에 처해졌다.

반면 공적자금 수천억원이 투입된 현대전자산업(현 하이닉스반도체)으로부터 227억원을 횡령한 김영환 대표이사 및 146억원을 횡령한 김주용 대표이사는 기업의 관행, 고 정몽헌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회사정리절차에 있던 한신공영을 인수해 340억원을 횡령한 최용선 대표이사는 실형전과가 없고, 범행을 자백했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노 의원은 "크게 횡령한 사회고위층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소액을 횡령한 힘 없는 서민들은 실형을 사는 사법 현실 앞에서 서민들은 절망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비율도 ‘배달원’ 쪽이 확연히 높았다. 횡령죄를 범한 배달원.종업원 34명 중 사회봉사.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사람은 8명으로 23.5%에 달했다. 반면 기업체 전현직 대표이사는 83명 중 4.8%인 4명에 불과했다. 무려 18.7%포인트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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