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파업에 군 병력 투입 불법',
    법원 판결 후에도 문 정부 계속 투입
    노조 "정부, 파업 임박에도 대화 거부···파업 유도?"
        2019년 11월 13일 06: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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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가 “안전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 국방부가 군 병력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경우 직권남용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군 병력 투입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음에도, 정부는 지난달 철도노조의 경고파업 때도 군 병력을 투입해 논란을 자초했다.

    철도노조,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기본 권리를 파괴하는 군 대체인력 투입은 노동자의 단결권뿐 아니라 헌법 정신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며 “또 다시 군 병력이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다면 이를 요청하고 허가한 철도공사 사장, 국토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불법행위 가담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철도의 안전성,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철도개혁을 요구하며 지난달 한 차례 경고파업을 진행하고, 오는 20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에 무게를 실으면 노정 교섭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철도개혁은 국토부와 기재부가 결정권을 가진 사항이고, 공기업 노사관계 특성과 정부 정책 실행에 대한 부처 간 의견 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까지 감안해 지난달 노정 협의 요구하는 경고파업을 전개했다”며 “경고파업 후 한 달이 넘었고 본 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국토부와 기재부는 대화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조와의 대화보다 파업을 전제로 한 태도를 일관하는 사이 안전인력 부족과 부당노동행위로 철도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2일 경남 밀양역의 기차선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안전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열차에 치여 사망했고, 이달 11엔 화순시설사업소 시설관리원으로 일한 철도노조 조합원이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 위원장은 “국민 불편 예상되는 파업 임박했는데 정부가 노조와 대화조차 않는 것은 파업을 유도할 목적이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 늦기 전에 김현미 장관과 국토부 철도국, 홍남기 장관과 기재부의 공공정책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철도노조

    군 병력의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 법원 판결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군 투입 계속
    이정미 “군의 철도수송 능력을 노동자 파업 무력화에 악용…적폐”

    정부와 철도공사는 2009년부터 철도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재난관리법’을 근거로 군 병력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해왔다. 이는 정부가 노동3권 행사를 ‘재난 혹은 재앙’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노조가 높은 필수유지업무율 100% 준수해도 마찬가지였다. 또 2009년 국방부도 파업 상황이 국가 기능체계 마비가 아니라며 군의 개입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지만 정부는 철도파업 때마다 군 투입을 반복해왔다.

    특히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때는 군 병력의 운행 및 조작 미숙으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기간 군 인력에 의한 안전사고는 총 11건으로 전동차가 14분 째 멈춰있자 결국 승객이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어 하차하거나 열차가 운행 중 비상제동이 걸리고 출입문이 갑자기 열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불법적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노조의 경고파업 때도 군 병력이 투입된 바 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철도파업은 합법적인 쟁의 행위로 사회재난이나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아 군 투입의 근거가 없다”며, 군 병력의 대체인력 투입에 관한 첫 판결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나온 후에도 군 병력을 대체인력으로 사용한 것이다.

    우지연 민변 변호사는 “서울지법은 ‘군 인력 투입은 법적 근거 없다’고 하면서 ‘고의 과실은 없다’고 봤다. 공무원이 잘못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면(판례가 없었다면)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지난 3월에 서울지법에서 군 병력 투입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진 이상 앞으로 국방부와 철도공사가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고의과실에 의해 불법행위이고 형사적 범죄가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우 변호사는 “그럼에도 철도공사와 국방부는 지난 10월 철도파업에 또 다시 군 투입했다. 이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법적 근거 없이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이미 법원의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고의가 아니라는 항변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단지 면허를 가졌다는 이유로 파업 사업장에 군 병력이 투입될 수 있다면 필공사업장인 병원 파업엔 간호장교를 투입하고, 항공사 파업에 공군 장교 투입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군 병력 동원이 올바른 일인지 박근혜 정부에 따지고 물었는데, 노동존중 정부라는 이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가 벌인 일을 반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군의 철도수송 능력이 철도노동자의 쟁의 효력을 낮추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적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의 대체업무 투입과 같은 수십 년간 적폐를 이용한다면 도저히 노동존중 정부라는 이름 붙일 수 없다”며 “코레일은 군의 대체근무에 기대지 말고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하라. 이번에도 군 병력 투입이 반복된다면 국토부, 국방부, 코레일에 대해 엄중히 책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체인력 투입된 군 간부, 철도공사에 한 달 548만원 급여 받아
    “위험지역 해외 파병수당보다도 많아”
    지난달 철도 경고파업 때도 4일간 3억5천만원 수령

    대체업무에 참가한 군인이 별도의 급여까지 수령해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군이 2016년 철도노조의 합법적 쟁의에 법률상 근거 없이 기관사 면허를 가진 부사관 등을 대체인력으로 파견했을 뿐만 아니라, 파업기간 74일 동안 1인당 평균 1천3백5십만원(기관사 기준)에 이르는 별도의 급여까지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코레일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벌어진 철도노조 쟁의 기간 동안,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군 간부(부사관)들에게 총 46억 8천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코레일은 운수산업 시간당 임금, 타 공공기관 파업 시 보상금, 엔지니어링 산업 중급 숙련 기술자 노임 등을 기준으로 기관사에게는 1일 20만원, 전철차장에게는 1일 15만원, 교육 참가에는 1일 1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특히 대체업무에 참가한 군 간부들은 이 기간 공사가 지급한 급여는 물론 본인들의 기존 군인 봉급을 그대로 받았다. 중복으로 급여를 받은 것이다.

    이들이 코레일에서 추가로 받은 급여는 군이 위험지역 해외 파병수당보다도 많았다. ‘군인 및 군무원의 해외파견근무수당 지급규정’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상사 계급의 해외 파병 수당은 월 1,750달러이며, 임무 목적과 수행환경에 따라 최대 165%를 가산하여 2,887달러까지 지급받을 수 있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 평균을 적용해 보면 329만 5백원 정도다.

    반면 철도노조 파업 때 대체 인력 파견된 인원들은 기관사 기준으로 1개월(30일) 548만원을 받았다. 가장 위험한 지역에 전투 목적으로 파병된 군인보다 1.7배나 많은 급여를 철도 쟁의 대체업무로 지급 받은 셈이다.

    지난달 철도노조의 경고파업 때도 국방부는 기관사 131명, 전철차장 198명(전원 부사관)을 파견했다. 이들은 4일간 3억5천2백만원의 추가적 급여를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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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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