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노조법 2조 개정 등
    국가인권위 권고 수용해야
    민주노총, ILO 협약 비준 촉구 “사용자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2019년 11월 08일 04: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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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가 불법파견 근절, 노조법 2조 개정,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낸 가운데, 민주노총은 인권위 권고 이행과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요구하며 “사용자에게는 책임을 부여하고, 노동자에게는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죽음의 일터로 향하고, 원청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도, 임금도, 노동조건도, 일터의 죽음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5일 ▲노조법 2조 개정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원청 단체교섭 의무 명시 ▲도급 금지범위 확대 ▲생명안전 업무 구체화 등 위험의 외주화 개선 등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한 내용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노동계는 이번만큼은 노동부 장관이 인권위 권고에 책임 있는 답변을 내고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는 인권위 권고 후 90일 안에 권고안 수용 여부와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국내 간접고용 노동자는 160만 여명, 특수고용노동자는 250만 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각지대에 내몰려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노동조합 조직이나 단체교섭,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수고용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의 노조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노조는 노조 설립 후 원청이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노동자를 해고했다. ‘진짜 사장’인 원청이 노조 활동을 하는 노동자를 해고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하청노동자의 단결권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사용업체는 노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파견·용역업체에게 일방적인 교체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불법파견 문제도 마찬가지다. 1, 2심에서 이미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고 대법원도 이 판결을 유지했지만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수납원에 한해서만 직접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직접고용까지의 험난한 과정이다. 불법파견 소송 기간에 사용자는 파견법 위반 등에 따른 처벌조차 받지 않고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평균 8년을 기다려야 한다. 사용자들이 스스럼없이 파견법을 위반하는 이유다.

    노조를 만들더라도,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맺는 일은 고난에 가깝다. 이 또한 진짜 사장인 원청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과하지 않은 탓이 크다. 실권을 원청이 쥐고 있음에도 하청업체 노동자는 업체 사용자와만 단체교섭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이 확산으로 부각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합법적인 노조를 설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그간 수차례 연구용역을 발주해 실태조사 한 자료에도 노동자성이 분명하다는 사실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정부는 20년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외면하며 노동조합법 2조의 ‘노동자’ 개념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확장·개정하는 것을 미뤄왔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지난 2017년 4월에도 노동부에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며 ‘무늬만 수용’ 행태를 근절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와 관련한 법 개정은 성과를 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반이 지난 지금, 고용불안과 노동기본권이 박탈된 간접고용, 특수고용비정규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개선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동부와 국회가 노력이라도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해고되었을 뿐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는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과 ILO핵심협약 비준으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사용자에게는 책임을 부여해 노동자에게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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