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고 등 일반고 전환
    “환영···2025년 앞당겨야”
    교육부,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
        2019년 11월 07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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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지만, 일반고 전환 시기를 앞당겨 현 정부 내에서 책임있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 고등학교 체제를 개편해 교육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한다. 다만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는 2025년 이후에도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고 유지된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로 전환된 이후 학생의 선발과 배정은 일반고와 동일하게 운영되며, 학교의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기존에 부여하던 학생 선발 권한이 사라지고 일반고처럼 학생 선택에 따라 지원해 배정하게 된다. 일반고에 비해 현전히 높았던 학비도 사라지고 다른 고등학교처럼 무상 교육이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적용되고, 전환되기 전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학생 신분은 유지된다.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했던 일반고의 모집 특례를 폐지하고 과학고·영재학교의 경우 지필평가 폐지 등 선발방식을 개선해 고입 단계의 사교육 유발요인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은 설립 취지와 달리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켜 ‘교육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학교들의 학비는 연간 천만원을 넘을 정도로 비쌌는데,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학비는 일반고와 비교해 평균 3배 이상이 높았다. 사교육비 또한 자사고·외고·국제고 진학 희망자가 일반고 진학 희망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이 쓰고 있었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과 함께, 일반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핵심은 원하는 수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이다.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강화해 모든 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여건을 조성한 뒤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2020년 부분 개정, 2022년 전면 개정을 통해 2025학년도부터 학점제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구체적 로드맵인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은 내년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에 따른 대입제도 개편도 추진될 예정이다.

    농산어촌 등 교육 소외 지역의 학점제형 교육과정 운영여건 확보를 위한 집중 지원도 실시된다. 도시 외곽 및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온/오프라인 공동교육 인프라 구축, 교과특성화 거점학교 육성 및 ‘(가칭)고교학점제 선도지구’ 운영 등 학점제형 교육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학생의 학습수준, 적성에 따라 과목선택권을 위해 단위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 예컨대 과학·어학·예술 등의 교과특성화학교를 확대하는 식이다.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로 인한 수업 학급 수 증대에 따라 교과 순회교사제, 전문강사 확보 등 교수 자원의 증원도 추진된다. 단위학교 내에서 하지 못하는 교육수요는 온·오프라인 공동교육 클러스터, 대학 및 지역사회 연계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할 계획이다.

    일반고 내 예술·체육 및 직업 분야 진로 희망 학생에 대해선 특목고·특성화고 수준의 교육 여건을 제공하기로 했다. 예술·체육 분야 희망 학생에 대해서는 교과 이수부담을 완화하고 예술·체육 특목고, 대학 및 예술·체육단체 등 유관전문기관과 연계해 전문 교육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업부적응, 기초학력부진 학생들을 위한 학습치유센터를 설치하고 대안교육 확대 등 공교육 내 학업 안전망도 확충한다.

    유은혜 장관은 “일반고 활성화를 위해 5년간 2조원 이상 지원할 계획이며 부총리가 단장을 맡는 ‘(가칭)고교교육 혁신 추진단’을 운영해 책임있게 챙겨나갈 것”이라며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일반고 집중육성, 미래형 대입제도 개선, 고교체제 단순화가 이뤄지게 되며 고등학교 교육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정의당 등 “환영, 차기 정부 중반인 2025년을 앞당겨야”

    교육부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 교육계와 일부 정치권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시행 시기가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난 후인 2025년이라는 점에서 시행 시기를 앞당겨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권학교 폐지를 주장해온 정의당은 “뒤늦게나마 정부가 기득권 타파, 교육불평등 해소 요구를 수용하고, 특권학교 폐지를 결단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방안의 한계점 또한 명백하다”고 밝혔다.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재지정 평가를 받지 않은 학교의 경우 지정기간이 끝나면 바로 일반고로 전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년부터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학교는 순차적으로 바로 전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2022년 대선에서 특권학교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특권교육 부활 시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도 “정부의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이 옳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시기가 너무 늦다”며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데, 그 때는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권의 임기 중반이다. 다음 정권에서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지 어떻게 장담하겠나.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현 정권이 책임지고 시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또한 “현 정부의 공약인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을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것은 정책의 힘 있는 추진과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전환 시기를 보다 앞당겨서 현 정권이 책임지고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급당 너무 많은 학생 수 등 교육환경 개선과 이번에 배제된 국제중 문제도 추후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 원내대변인은 “일반고는 학급당 학생수, 교원 1인당 학생 수 등 많은 부분에서 특권학교에 비해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교육환경 개선 계획이 없는 점이 아쉽다”며 “일반고에 더 많은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계획을 조속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교조도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은 실효성이 핵심”이라며 “오늘 교육부가 발표한 다양한 방안들을 실제로 집행하려면 교원 확충, 교육 환경 정비, 수업 시수 조정, 소외 지역에 대한 구체적 지원 대책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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