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기요’ 배달노동자,
    개인사업자 아닌 ‘노동자’
    플랫폼 업체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최초 사례
        2019년 11월 06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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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인 ‘요기요’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나왔다. 요기요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체불임금 진정 사건에서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정부의 ‘노동 없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조에 일정 부분 균열을 내는 판단이라는 평가다.

    라이더유니온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서울북부지방노동청이 지난달 28일 요기요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제기한 체불임금에서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플랫폼 업체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유하라

    배달노동자들은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인 플라이앤컴퍼니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해 왔다. 그러나 배달노동자 5명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의무적으로 출퇴근을 한 점, 점심시간까지 일일이 확인한 점, 타 지역으로 파견을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자신들이 요기요 소속의 노동자라고 주장하며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신분만 자율근무를 하는 개인사업자일 뿐, 근무환경은 회사의 지시를 받는 노동자였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요기요 측은 대외적으론 배달노동자들에게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노동자가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노동청에서는 노동자는 맞지만 체불임금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노동청은 라이더들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계약의 형식보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결정이다. 서류상 계약의 형식이 개인사업자인 것보다,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노동이 이뤄졌는지가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데에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노동청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단체카톡방을 통해 지점 매니저로부터 수시로 업무 지시를 받은 것, 하루 12시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시급으로 책정해 고정급을 받은 것, 지각하는 시간만큼 급여를 공제한 것 등을 근거로 배달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했다.

    요기요 배달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는 취지로 진정을 낸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부터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노동청에 개별적으로 진정을 제기했고, 요기요는 퇴직금을 일부 지급하며 합의를 한 사례가 3건이나 된다고 라이더유니온은 전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요기요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달의 민족은 특정 시간 동안 배달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어떻게 이게 개인사업자인가”라며 “노동부가 이러한 현실을 알면서도 방치해왔고, 정부가 새로운 사업이고 혁신이라며 규제완화를 얘기하고 있다. 플랫폼이 새로운 사업이라며 노동법은 낡았다고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모든 라이더들을 노동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지각을 하면 월급에서 공제하고 사전 양해 없이 퇴근을 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회사의 행위가 회사가 라이더들에게 강력한 지휘감독을 했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것”이라며 “회사가 라이더들의 개인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싶으면 지휘감독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노동청은 이번 진정에서 체불임금 지급 요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맞지만 요기요가 이들에게 지급할 체불임금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요기요는 배달노동자들을 시급 11,500원으로 광고해 모집한 후 2달 만에 카톡 메신저로 시급 삭감을 통보한 바 있다.

    이번 진정에 참여한 요기요 배달노동자 A씨는 “노동자로 인정받았지만 요기요 측은 어떤 공식적인 사과나 임금체불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며 “요기요는 조속히 체불임금을 확인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배달노동자의 장시간 노동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 배달노동자들은 요기요와 맺은 위탁계약에서 하루 12시간을 근무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을 노동자라고 인정한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해 어떤 조사도 벌이지 않고 있다.

    최승현 노무사는 “하루 12시간 노동이라는 범죄를 인지했다면 근로감독관은 당연히 해당 사건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넘겨야 한다”며 “그것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은 범죄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배달노동자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노동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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