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용’ 판결 후 1년,
    한일관계 행방은 어디로
    [일본통신] NHK 논평 ’시론공론’
        2019년 11월 06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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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깜짝 회동이 화제다. 양국 정상은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나누었다. 예정에 없던 회동이었던 만큼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그러나 만남의 의미에 대해서는 한일 간 온도차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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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씨와 10분간, 이야기 나눈 총리 “일본의 원칙적 입장” 전달 <요미우리신문>
    아베 총리, 문 대통령에게 ‘징용’ 둘러싼 문제 이미 해결된 일 전해 <NHK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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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 아베 총리과 문 대통령 “회담” 쌍방 발표에 차이도 <후지티브이>

    한국측 보도가 다소 희망적이라면 일본측은 만남 자체는 평가하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단은 보도자료 즉 청와대(대변인)와 일본 당국(니시무라 관방부장관과 외무성)의 발표 내용 혹은 강조점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만남 자체를 주목하면서 의미를 부여한 반면 일본 정부는 원칙적인 (기존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여전히 양국 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읽각에서는 지난달 24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총리가 만나고, 모친상을 당한 문대통령에게 아베 총리가 조의를 전달한 것을 두고 관계개선의 조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이 불가피하고 또 한국과 일본의 국내여론을 보았을 때 어느 쪽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대한(對韓) 강경론이 여전히 우세라는 점은 특기할 할 만 하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지난 달 25~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관계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자 비율이 69%에 달했다.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면 일본이 양보해도 된다’는 답변은19%에 그쳐, 강경 외교노선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지난 8월30~9월1일에 실시한 같은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서두를 필요 없다 67%)보다 오히려 2%가 높아진 수치이다.

    이 같은 여론을 배경으로 아베 정부는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입장의 이면에는 여론동향과 별도로 그들 나름의 우려가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10월 30일자 NHK 논평 ’시론공론’ 時論公論(사설 성격의 뉴스해설 방송)은 이러한 우려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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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용’ 판결 후 1년, 한일관계의 행방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얼어붙은 한일관계. 그 계기는 작년(2018년) 10월에 한국 대법원이 내린 태평양전쟁 시기 ‘징용’을 둘러싼 판결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배경과, 향후 양국관계의 전망에 대해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NHK時論公論 10월30일 방송 자료화면

    이 재판은 한국인 4명이 태평양전쟁 시기에 ‘징용공으로 일본에서 강제로 일한’ 것에 대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작년(2018년) 10월 30일, 한국의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1인당 일본엔으로 약 1,000만엔씩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해당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은 이미 원고측에 의해 압류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2020년) 2월 이후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보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사안이므로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 일본의 대한국 수출관리 강화와 한국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파기 등으로 양국 간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갔습니다.

    지난 10월 24일 아베 총리는 한국의 이낙연 총리와 회담했습니다.

    회담 중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개최되면 좋지 않겠습니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징용’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한국측의 대응을 거듭 요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올해(2019년) 6월 한일 양국의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원고측 위자료 지급에 사용하는 방안을 조건부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본측이 추가부담을 지는 것을 인정할 수 없고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측이 대처할 사안이라며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강경한 자세로 나오게 된 배경에는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안정적인 한일관계의 기반이 되어온 한일청구권협정에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문제이라는 점과 이에 더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문 정권이 요구를 확대할 경우에 그 동안 각국과 맺어온 일본의 전후처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NHK時論公論 10월30일 방송 자료화면

    한일청구권협정은 전후 한일 간 국교를 정상화는 과정에서 체결된 협정으로 이로써 양국 간의 재산과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일본측은 한국에 두고 온 일본인의 재산을 포기하기로 하고 이에 더해 한국측에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달러를 공여하는 한편, 한국측도 그 동안 요구해 온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과 보상금 등 모든 청구권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후처리 문제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보상문제를 ‘일괄 해결’했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새롭게 양국 간 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교섭기록에 의하면, 교섭 당시 한국측 담당자가 ‘징용’에 대해서 “강제적으로 동원되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 것에 대해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고, 이에 대해 일본측 담당자가 “개인별로 지급했으면 좋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묻습니다. 이에 한국측 담당자는 “국가 차원에서 청구하고 국내에서의 지급은 국내조치로 필요한 범위에서 취할 것’이라고 답합니다.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징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는 문정권의 대처에 대해, 이는 교섭과정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협정의 가정 중요한 의의인 ‘일괄 해결’마저 균 열 내고자 하는 시도로서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NHK時論公論 10월30일 방송 자료화면

    게다가 일본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문 정권이 진보적 색채를 더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수정권으로부터 9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문재인 정권하에서 ‘적폐청산’을 슬로으로 이미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외에도 지금껏 정치대립에 있어서 성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사법 영역까지 전 대법원장이 체포되는 등, 진보적 색채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문 정권이 최근 경제부진과 측근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지지 기반인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영향으로 일본측에 대한 보상요구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작년 대법원 판결 이유도 있습니다. 청구권협정 교섭 당시 한국 병합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아니면 불법이었는가 하는 법적 평가는 큰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은 합법, 한국은 불법이었다는 주장이 무려 14년간 팽팽히 맞서다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는데 종국에는 소위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 양측이 공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 국교를 정상화시키기에 이릅니다.

    외무성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점에 착목해 협정문에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었다는 명확한 언급이 없는 이상, 불법성을 이유로 하는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식민지 지배는 불법이었다고 하고, 예를 들어 창씨개명 등 식민지배에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기반해 각국과 전후처리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만약 한국과의 보상 문제를 수정하게 되면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외무성 간부는 “이번 일은 전후질서 전체에 결부된 사안인 만큼 1밀리미터도 양보할 수 없다”면서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양국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현재 자민당 내에는 지소미아가 실효되는 11월 23일 이전에 한국측이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겠나 하는 관측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좀 비관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의 장기집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2020년) 4월 총선까지는 일본에 양보하는 안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정세하에서는 악화된 양국 관계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상호간 국민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만한 행위를 멈추고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는 일에 있어서만은 양국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렇듯 정부 간 의견 접근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별 의원 수준이나 지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에도 일본에서는 한국과의 역사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을 위해 노력한 예가 수 없이 많습니다.

    일례로 올해(2019년) 7월에 작고한 공명당의 구사카와 쇼조(草川昭三)씨는 징용이나 생계문제 등으로 사할린으로 간 조선인이 종전 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소련측과 교섭을 벌여 1984년에 한국에 있는 혈육들을 일본으로 초청하는 방식으로 상봉사업을 실현시킨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이후 일시 귀국사업에서 영구 귀국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탄광 마을로 번성했던 후쿠오카현 오무타시(大牟田市)에서는 징용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건너와서 탄광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추도하는 위령제가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시내에서는 한국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위령제에는 시장과 지역 시민그룹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공무원이 앞장서서 일본제품 불매를 촉구한다든지 한 지방의회에서는 일부 일본기업을 ‘전범기업’으로 지정하고 그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조례안이 가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 사회가 키워온 상호이해와 화합의 싹이 잘려나가고 말지도 모릅니다. 정부 간 관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이외의 분야 간 교류는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 소중합니다.

    미래 지향적으로 관계 발전에 서로 노력할 것을 주창했던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역자주)으로부터 21년. 넓어져 온 교류의 문이 다시금 닫히는 일이 없도록 양국 국민들의 끈질긴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일본 거주 연구자. 현대일본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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