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대선후보군, 물위로 올라오나
    2006년 08월 12일 11:52 오전

Print Friendly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지난 9일 경남 함양의 어느 오지로 전체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는 ‘대선과 총선을 향한 당의 진로와 과제’가 논의됐다. 그런데 말이 없다. 정당에서 대선, 총선이란 주요 의제를 토론하고도 특별히 발표할 것이 없다고 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산을 올랐는데 내려와서 할 말이 없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당직자는 “당이 가진 문제와 향후 방향 등에 대한 의원단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공감한 중요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발표는 없었지만 이날 주목할만한 결정이 하나 있었다. 민주노동당 민생특위 공동위원장을 노회찬 의원이 맡기로 한 것이다. 

이날 결정은 당내 기구 하나를 의원이 맡았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권영길 의원단대표, 심상정 한미FTA특위 공동위원장에 이어 노회찬 민생특위 공동위원장까지 당 안팎에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들이 당내 주요 사업과 역할을 하나씩 맡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비록 전략적인 결정은 아니었다고 해도 5.31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잇달아 패하고, 민주당에 밀려 지지율 4위로 추락한 ‘위기’의 민주노동당을 살려내라는 요구와 명령이 담겨 있다는 게 당내 주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노당 관심 끌 거의 유일한 변수, 대선주자군”

당초 민주노동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대선주자군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미 당 안팎에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의원단 내에서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선대위 구성을 한 달여 지체한 끝에 이 같은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 민주노동당 노회찬, 심상정, 권영길 의원(왼쪽부터).
 

지방선거 후 새 의원단대표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대표를 잠재적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맡을 것인지, 후보군과는 무관한 사람이 맡은 것인지에 대해 의원단과 최고위원회간 논란이 있었으나 당내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김근태, 기타 고건 등이 꾸준히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이들의 행보와 지지율 등락이 적잖은 이슈가 되는 속에서, 주자가 없지 않은 민주노동당(여론조사기관들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는 권영길, 노회찬 의원이 포함돼 있고 최근에는 정동영, 김근태와 순위를 다투기도 했다)은 계속 구도의 바깥에 머물렀다.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실장은 9일 의원단 워크숍 발제에서 “개헌, 정계개편 등 보수정당 주도의 정국에서 향후 정치일정과 관련, 민주노동당이 관심을 끌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점이 대선 주자군의 형성”이라며 이를 통해 “진보정치의 명실상부한 리더를 등장시킬 것”을 주장했다.

그는 또 “당내 무명 인사를 새롭게 유력한 대선주자군으로 부각시켜낼 정치적 역량도,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권영길 “당 대표” – 심상정 “한미FTA” – 노회찬 “민생 의제”

결국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민주노동당의 대중적 정치인들이 의원단대표, 한미FTA특위 위원장, 민생특위 위원장 등 당의 대표적 사업이나 역할을 맡아 당의 ‘활력’을 살려내고 더불어 대선주자로 입지를 확고히 하라는 주문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미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선 바 있는 권영길 의원은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민주노동당 의원으로는 항상 수위를 달리고 있다. 권의원은 새 의원단대표를 맡아 향후 대선 후보 경선까지 민주노동당 얼굴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도 당내 경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관계자는 "권 대표는 한미FTA 등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재의 정국에서 ‘당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의 변화를 대중들과 당원들이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주요 현안이 산재한 하반기 정국에서 권대표는 ‘개인플레이’보다는 의원단 전체가 현안에 대한 ‘역동성’을 강화하도록 이끄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회찬 의원 역시 2004년 총선을 거치며 가장 대중적인 진보 정치인이 됐다. 또한 안기부X파일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터뜨리며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소속 상임위인 법사위와 무관하게 전방위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어 ‘항상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노 의원이 민생특위를 맡아 “당의 민생의제를 총괄·기획·조정"하게 되면서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의 주요 당직자는 “핵심은 민주노동당이 민생사업을 하는 정당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대표 브랜드를 가다듬어서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새로운 민생 의제를 개발해 신상품으로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활동과 원내 수석부대표로 언론계, 학계 등에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 진보정치연구소의 국회 관련 전문가(국회 공무원, 보좌관, 출입기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52%라는 압도적 지지로 ‘의정활동에 가장 충실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참고로 노회찬 의원은 16%, 권영길 의원은 3%에 그쳤다.

하반기 최대 현안인 한미FTA특위 위원장을 맡아 이미 정부의 한중FTA 협상 거절 등 굵직한 것을 폭로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특히 한미 FTA 정국은 내년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사회적 관심의 집중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것도 심의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군 당으로 돌아와 당부터 살려라”

민주노동당 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나, 당 관계자들 대부분은 ‘후보의 조기 가시화’라는 이벤트보다는 당의 내용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후보가 아니라 당의 지지율을 높여내는 게 우선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생이나 한미 FTA사업들이 각각의 목표와 의미가 있는데 자칫 대권 경쟁 수단으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사업 하나하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민주노동당이 잘 되는 것이고 결국 대선 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실장은 “업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 수행 능력 자체를 갖고 대선감이다, 아니다 하는 경선기준은 될 수 없다”면서 “이들은 일을 통해 당의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역할들을 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실장은 또 “당을 ‘방관’하던 사람들을 당에 앉혀 당의 활력을 다시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했다.

김기수 최고위원 역시 “대선주자군들은 의회에만 머물지 말고 당 전체를 보면서 움직여야 하고 당 사업에 책임 있게 나서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대선에 기여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벌써부터 권-노-심 식으로 대선주자군이나 구도를 한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이들 3인 이외에도 당내 대선주자군에 합류할 인물이 추가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문성현 대표와 김창현 전 사무총장 등이 대선 후보에 거론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당의 다른 핵심 관계자 역시  “권, 노, 심 이외에는 안된다는 식으로 배제해서는 곤란하다”면서 “벌써부터 구도를 정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