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 확대 방침에 찬반 팽팽,
    불투명 불공정 VS 학생 줄세우기
        2019년 11월 04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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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교육계가 찬반 양론을 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고교서열화가 강고한 상황에서 정시 확대는 일반고 학생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오히려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불공정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은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대학들이 하는 수시의 전형 중에 학종의 비중을 굉장히 늘려왔고 그 학종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종은 서류의 활동 내용이 중요한데 그 활동 내용이 ‘부모가 누구냐’, ‘어떤 학교에 다니냐’, ‘학교에서의 위치가 어떠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르게 기록될 수 있다. 이 기록 자체는 사실은 그 자체가 학생의 실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만들어진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서울대학교는 학종 전형으로 80%를 뽑는다”며 “그 가운데 지역 균형이나 기회 균형같이 이전부터 있던 전형을 빼고 보면 절반 이상을 수시 일반이라는 학종으로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대도 60% 이상을 학종으로 뽑고, 연세대는 비중이 낮았는데 그 비중을 굉장히 늘리는 상황”이라며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50% 이상, 많게는 70%, 80%까지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뽑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소장은 “학종의 핵심 문제는 서류에 기록된 학생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 기록된 활동의 내용은 부모의 백그라운드에 따라 그 풍부성이 달라지게 된다”며 “예를 들면 조국 전 장관의 자녀의 경우, 부모가 대학 교수이기 때문에 대학교 연구소에 가서 인턴 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었던 것이고, 대학 교수의 지도를 받는 동아리 활동도 어렵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종의 내용이 학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 소장은 “이번에 모 일간지 사장의 자녀가 부정 입학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하나고등학교의 2017년 기준 학부모 부담이 1450만 원이고, 일반고는 165만 원”이라며 “(하나고와 같은) 학교에 다닐 때 만들어질 수 있는 학생부의 기록 정도는 일반 고등학교하고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자원이 상당히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 학종 몰아주기 위한 일들이 벌어진다”며 “일반고 내에서도 전교 몇 등 안에 들어야만 학종이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이 소장은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고 했다.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학종을 평가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학에서 학종을 어떻게 봐서 학생을 뽑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학에선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니까 소위 깜깜이 전형이라고 말하게 되는 건데 이런 문제 때문에 학종으로 뽑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 투명하지 않다. 이런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정시 확대를 원하는 여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소장은 “하나고라고 하는 고등학교의 고3 학생이 205명 정도인데, 작년에 이 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51명이 합격했다. 4명 중에 1명은 서울대학교 간 건데, 그중에 정시로 간 학생이 2명이다. 나머지는 다 수시 학종으로 갔다”고 했다.

    이어 “서울대학교에 수능으로 합격한 학생의 평균 55%가 일반고 출신이다. 특목고, 자사고 출신이 44% 이내이고 작년에는 30%대로 떨어졌다. 학종 합격자의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은 64%이고, 일반고는 34%”라고 덧붙였다.

    학종이 깜깜이 전형 VS 고교 서열화 속 거북이와 토끼 싸움 될 것 

    반면 현직 교사인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같은 매체에 나와 “학종과 관련한 학생부 기록이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에 2등급 이내 학생만을 특혜를 주는 일이 벌어지면 학교는 민원 때문에 도저히 헤어날 길이 없다”며 학종 불공정성 주장에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오히려 정시가 깜깜이 전형”이라며 “요즘은 상대 평가 9등급제로, 이 과목에 어떤 학생들이 지원했느냐에 따라 점수 폭이 달라진다. 똑같은 문제 수를 맞혔어도 어떤 학생은 표점이 더 높게 나오고 어떤 사람은 더 낮게 나온다.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는 점수로 보여지니까 이게 마치 되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위권이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내게 되면 상위권은 거의 다 맞혀버리고, 상위권을 변별하게 내는 문제를 내면 하위권으로 내려갈수록 변별력이 사라지고 주사위 굴리기가 된다”며 수능이 변별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능이라는 문제의 특징이 높은 대학부터 저 아래 낮은 대학까지 하나의 시험으로 그 다양한 학생을 줄 세운다는 것 자체가 교육 평가적 관점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정시를 확대하면 일반고에서 한 해 0.4명씩 서울대 입학하던 비중도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대변인은 “일반고에서 서울대를 학종으로 많이 간다. 일반고에서 서울대에 0.4명이 가는데 그 1명이 학종으로 간다”며 “학종 전형에 합격한 학생에게 서울대는 2등급 3개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 조건만 충족하면 합격시켜주겠다는 것인데, 일반고에서 1등을 하는 학생이라도 정시에서 합격할 가능성이 있겠나. 수시니까 1명이라도 갈 수 있는 거다. 조건부 확률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교 서열화가 강고한 현실 속에서 특목고, 자사고와 일반고를 동일하게 경쟁시켰다가는 거북이와 토끼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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