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UF 퇴직금 체불 건,
    스위스 연방정부에 문의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의 분투기-4] 개인이 국제분쟁 휘말릴 때
        2019년 11월 04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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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욕하면서 물든 IUF 대표자들의 사용자성”

    (지난번 신문고랑 대사관 얘기했을 때는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던 내용이야.) 이모가 국민신문고를 몰랐을 때, 1월 30일 한국에 있는 스위스대사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전화로 문의를 하게 돼. 앞서도 말했지만 IUF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어. 그 본부 옆에 HLM이란 일종의 서민용 임대아파트를 소유,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로도 볼 수 있기에 (혹시) 정부로부터 일종의 세제혜택을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 그리고 다른 이유는 작년 (이모가 해고되기 전) 1월과 2월, 코카콜라 본사를 상대로 한 노동자 권리 보장 촉구 캠페인 때 본부로 보냈던 ‘사진’에 얽힌 일화가 생각났기 때문이야.

    그 얘기는 이래. 코카콜라는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아마도) 많은 돈을 지원하는 주요 스폰서 기업이야. 마침 한국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니까 한국의 코카콜라 생산기업에서도 홍보 조형물을 설치하게 돼. 이 기업의 노동조합이 IUF의 가맹조직이기도 해서 이모는 ‘포토액션’으로 연대해달라고 요청했고. 사진 속엔 ‘Fighting Korea! Fighting Coca-Cola!’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IUF 본부의 최고참 동료는 이런 말을 했어. ‘한국에서는 Fighting(화이팅)!이 응원의 말이라 해도 영어권 국가에서는 싸우거나 불매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그렇게 될 경우 미국 의회가 자국의 기업 보호를 위해 나설 거’라는 말을 했었거든.

    이모는 이때 기억이 떠올라 ‘IUF가 다른 나라 정부나 의회의 개입에 민감’한 것 같아 스위스 정부에 문의를 하려 했던 거야. 그 출발점이 한국에 있는 스위스대사관이라고 생각했던 거고. [시간상으로 나중 일이지만, 3편에서 얘기했던 한국대사관을 통해 받은 ‘IUF 사무총장의 5개월만의 답변’을 보더라도 IUF가 정부/의회의 (뭐가 됐든) 주목에 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이모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생각해.]

    어, IUF 아태지역본부가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에는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봤냐고? 아니, 물어보지 않았어. 그 이유는 IUF 아태지역본부는 (말했지만) IUF 본부와 무관한 독립조직이 아니야. 물론 아태지역총회나 아태지역위원회 같은 자체 의사결정기구와 운영규정을 갖고 있지만 IUF의 헌법에 해당하는 ‘규약’의 지배를 받고 있는 지역조직이고 주요한 인건비와 사업예산도 IUF 본부 예산에서 일부 배당 받아 사용하고 있거든.

    다시 말해, IUF 아태지역 소속 국가의 가맹조직들이 1년에 한 번 내는 회비는 모두 제네바 본부로 보내지고, 그 중 일부를 각 지역조직에 다시 나눠준다는 말이야. 생각해 보니 승우 말대로 나중에 필요하다면 인도네시아대사관과 (아태지역총장이 호주 국적이니) 호주대사관에도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겠다. 좋은 아이디어, 고마워.

    다시 주한스위스대사관에 전화했던 얘기로 돌아가면, 이모의 전화 문의에 대사관 직원은 ‘처음 있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컴퓨터로 이것저것 알아본 뒤, 이모 사건과 관련 있겠다고 생각한 스위스 연방정부의 한 부처 웹사이트를 소개해줬어. 그런데 세상에, 그게 이민청이더라고. (아마도 이모가 스위스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이라서 그랬을까? 하여간) 스위스대사관에서 알려준 그 웹사이트에서 출발, 여러 차례 이곳저곳 클릭, 클릭하며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한국에 노동부가 있는 것과는 다르게) 스위스에서는 경제부(SECO)가 노동문제를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독일어 웹사이트를 영어로 변환한 화면

    그래서 2월 1일 스위스 연방정부 경제부(SECO) 웹사이트에서 전자문의를 했지. 이모가 IUF에서 만12년 일했던 것과 해고된 사실, 그리고 ‘국제사법 28조 (근로계약)’에 따라 이모가 청구한 퇴직금은 대한민국 법에 따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강행규정인데 IUF가 한국법 준수를 거부하므로, 스위스 연방정부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는지 물어봤지. 전자문의를 보낸 뒤 바로 접수됐다는 (일종의 자동응답 같은) 내용이 컴퓨터 화면에 떴고 그걸 캡처해놨어. (관련 블로그 링크)

    SECO에 보낸 전자문의 접수 확인 화면

    SECO에서는 2월 1일 ‘자동답변’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2월 28일 ‘SECO 관계자’가 직접 보낸 답장을 받게 돼. 그 답장에서 SECO 관계자는 (아마도 내부 검토한 뒤 ‘법’에 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법무부(BJ) 쪽 관계자들에게 이모 문의에 대해 (대신) 답변하라고 역할을 넘긴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모도, ‘아직 이 사건은 진행형’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명된) BJ 관계자에게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이메일을 한 번 더 보냈지.

    그런데 말이야. SECO가 거의 한 달 만에 대답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이모의 추측이지만) 이런게 있었던 것 같아. 앞서 말했지만 이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스위스에 있는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잖아. 2월 26일 추가로 한국대사관에 문의한 것 중 하나가 ‘스위스 SECO에 이모 사건을 전자문의 했는데 답이 없으니, 혹시 SECO에 확인 좀 해줄 수 있겠냐’고 말이야. (한국대사관이 이모에게 보낸 답변의 시간차가 있어서 늦게 알려준 것이지만) 한국대사관에서 SECO에 문의를 했던 모양이야. 한국대사관이 문의할 때는 ‘그런 거 없다’고 SECO가 (아마도) 발뺌했거나 아니면 정말 몰랐다가, 한국대사관의 연락을 받고 ‘외교적 예의’ 차원에서 부랴부랴 이모의 전자문의를 찾아서 ‘확인’해 준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때 이모는 ‘외교외전’이란 책에서 읽었던 문장 중 ‘옳든 그르든 조국은 조국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 피부로 느껴졌어. [https://blog.naver.com/asrael73/221482216290]

    … 국제사회는 국내사회와 달리 분쟁을 해결해주는 심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자력으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국제 분쟁에 휘말린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최종적으로 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없으면 그 국민은 기댈 곳조차 없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든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든 상대국에 그것을 요구하려면 국가가 있어야 한다. ‘옳든 그르든 조국은 조국이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국가는 영원히 존속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인류의 역사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과 긍지가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는지 수없이 보여주었다. … [조세영 (2018) 외교외전 중 142-3쪽 한겨레출판]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느냐고? 으음… 스위스연방정부 BJ에서는 ‘또’ 답이 없는 거야. 그래서 3월 7일 이모도 ‘또다시’ BJ 관계자 앞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메일을 보냈어. 어, 근데 계속 답이 없네. 이모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 4월 25일 한 차례 더 보낸 뒤에 추가 문의를 옆으로 살짝 밀어놨어. 그 이유는 ‘뭔가 스위스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는 확실한 것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지. ‘좀 더 확실한 무엇’을 얻기 위한 노력은 조금 있다 해줄게. (계속)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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