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 골든타임 놓치고
    탄핵세력 부활, 민생 후퇴'
    심상정 비교섭단체 국회 연설···조국 지지 사실상 사과 "비판 받겠다"
        2019년 10월 31일 09: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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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을 모두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환호와 지지로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하라”며,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임금을 최저임금의 5배로 제한하자고도 제안했다.

    심상정 대표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시민들은 ‘내 삶이 바뀌는 대한민국’을 외쳤다. 정치, 사법, 재벌개혁 등 총체적인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그런데 촛불 정부 2년 반, 문재인 정부 개혁은 어디에 서 있나”라고 반문했다.

    심 대표는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 탄핵 세력이 부활하고 민생이 후퇴되고 있는 현실에 시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집권 초기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국정농단 세력이 숨죽이고 있을 때 강력한 개혁연대로 밀어붙였어야 했으나, 정부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책임정부임을 앞세우며 탄핵연대를 개혁의 우군으로 만드는 일을 소홀히 했다. 집권 초기라면 수구세력들이 이토록 막무가내로 반대할 수 있었겠는지 정부여당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을 남겨놓은 지금, 정부여당은 촛불정부의 사명을 되돌아보기 바란다”며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을 모두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환호와 지지로 착각하지 않았는지, 집권 포만감에 젖어 개혁의 황금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뼈아픈 성찰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국면, 따가운 질책…나아갈 길 철저히 점검하겠다”

    심 대표는 이날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을 향한 여론의 비판에 대해 “겸허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지난 두 달 동안 조국 국면에서 제 평생 처음으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특권정치 교체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도개혁을 선택한 것임을 왜 몰라주냐고 항변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그것은 제 짧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에 대한 따가운 질책은 오히려 그동안 정의당이 걸어 왔던 길에 대한 두터운 믿음과 기대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았다”며 “국민들의 비판은 아무리 절실한 제도개혁이라도 정의당이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과 가치에 앞설 수 없음을 일깨우는 죽비 소리였다”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애정어린 비판과 격려를 겸허히 받들겠다. 정의당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고 나갈 길을 철저히 점검하겠다. 불평등 타파·특권정치 교체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보수-진보, 특권 엘리트…양당정치 특권 시대 끝내자”

    심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심 대표는 “국민들은 피장파장 정치, 내로남불 정치에 신물나 있다. 보수도 진보도 특권 엘리트 구조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더 이상 진영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봐주던 특권의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미래를 빼앗고 성실하게 살아온 부모님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준 이 공고한 기득권 카르텔과 특권 대물림 사회 누가 만들었는지, 국민들은 오로지 그 책임을 묻고 있다”며 “정치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저는 이 처참한 낡은 정치체제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역사 속으로 뛰어내리고 싶다. 그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 불모의 양당정치를 이젠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으로 다당제, 협치의 제도화로 나가야한다”며 “현행 선거제도에서 거대 양당은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 당을 더 무능한 당으로 만들면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이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 대결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민생을 위한 협력정치로 대전환할 것인가 문제”라며 “여야4당 패스트트랙 준연동형 선거제도개혁안이 통과되면 민심과 정당의 의석수의 현격한 불비례성을 줄여 국민을 닮은 국회로 한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원수 축소하고 비례 없애자?
    “사회적 약자 정치 진출 기회 빼앗겠다는 것”

    원내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개혁 동참을 촉구했다.

    심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수는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는 아예 없애자고 한다.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겠다는 것이자, 현행 253석인 지역구를 270석으로 17석이나 늘리겠다는 꼼수”라며 “국회를 불신하게 만든 일등공신인 자유한국당이 그 불신에 편승해 귀족국회 특권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 대표는 자신의 의원정수 확대 제안을 연일 공격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의당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오랜 세월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을 거부해 온 자유한국당의 ‘밥그릇 본색’”이라며 “정의당에 날을 세운다고 자유한국당이 정의로워지지 않는다. 심상정을 걸고 넘어진다고 자유한국당의 적반하장 정치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일격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불공정한 선거제도에 기대지 말고 작년 12월 15일 나경원 원내대표도 합의한 대국민 약속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에 동참하라”며 “이제라도 패스트트랙 불법폭력행위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국회법에 따라 개혁입법 처리에 협력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길 잃은 노동존중 사회
    “경제상황 때문에 노동 후퇴? 언제는 아니었나”

    심 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가 길을 잃었다”며 노동정책 후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심 대표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 전환, 자회사 남발, 경쟁채용 확대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효과가 반감됐다”며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충격을 임차료와 카드수수료, 가맹점 수수료 문제 해결로 흡수하지 못해 을들의 갈등만 키웠다”고 짚었다.

    이어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계도기간을 설정해 처벌을 유예다. 그도 모자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재계의 오랜 민원을 수리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초기업별 노조 간부 사업장 출입 제한’ 등 무더기 노동개악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정책 후퇴의 불가피한 이유로 경제상황 악화를 말한다. 거꾸로 묻고 싶다”며 “언제는 아니었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경제상황 악화 외에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나. 노동은 언제까지 경제 앞에 희생돼야 하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도 노동의 희생에 의지해야하는 경제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그래놓고 노동을 향해 더 인내하고 유연하라 충고하는 것이 이 정권이 말하는 노동존중 사회냐”고 질타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2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계를 향해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철, 후진적 임금구조 대개혁, 실업급여 확대를 위해 노동의 전략은 지금보다 훨씬 더 인내하며 더 유연하고 더 진취적인 모습으로 사회적 합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심 대표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상처들’이 노동존중을 표방한 이 정부에서조차 깊어진다면,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는 한낱 허상의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약속 이행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과 노동법 개악안 철회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비판
    소주성은 “시장 구조개혁 없이 을과 을의 싸움만 만들어”
    혁신성장은 “철 지난 낙수경제로 회귀”

    심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 소득주도성장 정책 또한 과감한 시장 구조개혁 없이 이뤄져 결국엔 기득권층에 면죄부만 준 셈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결과적으로 을(乙)과 을(乙)의 싸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중소기업에게는 지불여력을, 영세자영업자·노동자들에게는 단결권을 주어 정당한 협상과 보상이 이뤄지고, 그 보상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과감한 시장 구조개혁은 하지 않고 사회정책인 최저임금을 그 중심에 놓음으로서 재벌·대기업 시장 기득권세력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중소기업·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들 간의 싸움으로 떠넘겨버렸다”고 질타했다.

    혁신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재벌, 대기업의 투자와 일자리에 매달리고, 그 대가로 세제혜택과 규제완화에 나서는 철지난 낙수경제로 회귀해 버렸다”며 “정부가 주도해 시장을 창출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정책을 펴는 대신 재벌대기업에 대한 투자지원 정책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에 대해선 “10년 전 금융위기로 사망선고가 내려진 ‘시장만능주의’를 관 속에서 다시 끄집어낸 것과 같다”고 단언했다.

    심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자유는 공정과 정의가 없는 자유”라며 “오직 소수 특권층만의 자유, 노동 기본권을 유린할 자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착취할 자유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은 부자들만 더 부유하게 만드는 1% 민부론이자 국민 민폐론”이라고 비판했다.

    “의원 세비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자”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5대 국회개혁안도 제안했다.

    심 대표는 “국회는 국민에게 사실상 불신임 상태다. 과감한 국회개혁이 시급하다”며 “정의당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국회개혁 5대 과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회개혁 5대 과제는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 ▲의원실 보좌진 수 감축(9명→5명) ▲셀프 세비 인상·셀프 외유성 출장·제 식구 감싸기 등 셀프 금지 3법 처리 ▲이해충돌방지 조항 도입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도입 등이다.

    그는 이 같은 과제를 “5당 정치협상회의 의제로 삼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의 대안으로 과감한 시장 구조개혁, 확장 재정정책, 그린뉴딜 정책도 제안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한 달여 앞두고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 3개도 제시했다.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 특별법과 고임금과 최저임금을 연동하는 최고임금법, 성폭력 판단 기준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꾸는 비동의 간음죄 등이다. 특히 ‘살찐고양이법’으로 불리는 최고임금법은 이미 부산, 경기, 울산, 경남 등 광역의회에서 조례로 제정됐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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