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당, 농성 해직교사 연행 규탄
    문 대통령, '법외노조 철회 공약' 철회?
    김종민 "정부, 사법부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행위"
        2019년 10월 30일 05: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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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던 전교조 해직교사 18명이 경찰에 전원 연행된 가운데, 5개 원내·외 진보정당들이 일제히 문재인 정부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교조의 법외노조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라며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원상 복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취임 이후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공약 이행을 미루고 있다.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이 전교조 농성장을 강제 침탈한 것은 그토록 강조했던 노동존중사회와 적폐청산의 의지가 거짓이었음을 드러내주는 사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해고자 원복투)’는 지난 21일부터 노동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고용노동청 4층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의 해직교사 18명 전원 연행은 전날인 29일 이뤄졌으며, 농성 돌입 단 9일 만이었다.

    경찰이 해직교사들을 연행하는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경찰 여러 명이 둥글게 둘러 앉아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외치는 해직 교사들의 팔과 다리를 들어 한 명씩 끌어냈다. 해직교사들은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려 끌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취소하라고 외쳤다.

    강제로 끌려나오는 해직교사들 모습(사진=전교조)

    해직교사들이 노동청 점거농성까지 벌인 데엔 이유가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4개월간 해고자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에 고용노동부가 회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성을 시작한 당일에도 이재갑 노동부 장관 앞으로 공문을 보내 면담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농성이 시작된 후에도 노동부 측은 이재갑 장관이 면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농성 중단과 퇴거만을 요청했다. 농성 4일차엔 음식물 반입 금지까지 요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9일 만에 경찰의 농성장 침탈과 해직교사 전원을 연행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해직교사를 연행한 사건은 최근 강행하는 노동개악과 맞물려 상징적이다. 대선 시절 했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공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전교조 내에서는 노동존중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어낸 박근혜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해직교사들이 주무부처 장관 만나겠다는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인가. 방법 제시는 못하더라도 아픔을 들어주는 것도 행정의 영역이다. 6년 전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도대체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손호만 해고자 원복투 위원장은 “어제 사지가 들린 채 끌려 나가면서 민주화 운동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국가폭력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는 이 현실을 느껴 서글프고 울분에 찼다”며 “전교조 무력화 6년 지났고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보다 더 오랜 시간 전교조를 무력화한 장본인이 됐다”고 했다.

    진보정당들 공동기자회견(사진=유하라)

    5개 진보정당들은 문재인 정부를 한 목소리로 규탄하며 연행자 즉각 석방과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공약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 공식적인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정부가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며 사법부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재벌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상위법도 무시해가며 소원소리 들어주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왜 사법부에 미루느냐”고 지적했다.

    김 부대표는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말 역시 황당한 변명이다. 사법부도 모자라 입법부 핑계인가”라며 “박근혜 정부는 법을 개정해 전교조를 불법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대통령이 결단할 시점이다. 더 이상 노동 후퇴는 용납하기 힘들다. 즉각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지예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바꿀 시간과 기회는 차고 넘쳤으나 문재인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박근혜 정부보다 안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라도 법외노조 조치를 바로잡고 국정농단과 사법거래의 결과인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를 없애야 한다. 해고자 역시 원직복직해야 한다. 적폐청산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오인환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촛불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전교조는 끊임없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 단식, 투쟁해왔다. 전교조 법외노조 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는 불의한 정부”라고 질타했다. 오 위원장은 “더욱 더 분노스러운 것은 어제의 연행 사태다.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일이라면 해직교사들의 항의에 면담이라도 했어야 했지만, 노동부와 청와대는 면담 한 번 하지 않고 경찰서에 가뒀다. 어떻게 이 정부가 촛불정부라고 할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린 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해직교사 연행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법외노조 취소, 사법적폐 청산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청와대와 노동청 앞에서 퇴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의 김태연 대표는 공동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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